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를 타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아침에 눈을 뜨니 문득 시 한편이 떠 오른다
국어 교과서에서 봤던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이 시를 이해할 나이가 될 때가 올까 하고 의구심을 갖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무심코 생각나는 시가 되다니..

울프가 그랬던가 여자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500프랑이 있어야 한다고..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바람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닌 심리적 공간일수도 있고 시간적 공간일수도 있다.

난 이런 공간을 가지고 싶어요. 노래를 부르고 다니니 같이 고민을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다.
심지어 콘테이너 박스 하나씩 사서 나대지에 두고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가자고 하시는 분도 있다
실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작은 도서관이 있기는 하다
얼마나 고마운지..ㅎㅎ
언젠가 뭔가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10평 남짓.
테이블 하나.
주방 작게.
큰 창하나
의자 서너개.
그리고 만화책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곳.
라면도.. 시원한 한잔의 맥주도..
수다도 쪽잠도 다 좋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공간..
나른하면서도 따뜻하고 한 두 스푼정도의 서늘함도 가지는 그런 곳..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7-06-18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멋진 시를 읽네요. 그것도 수십 년 전에 읽었던 시를요. 저는 가끔식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어 교과서‘가 미칠 듯이 그리워질 때가 있답니다. 그때 배웠던 ‘시‘에 대해 깨알같이 보충 설명을 적어 두었던 내용들도 다시 한번 보고 싶고, 그때 암송했던 ‘시‘를 다시 한번 가만히 음미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말이지요.

문학평론가인 헤럴드 블룸이 어떤 시를 두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더라구요. ˝이 시의 한 연은 내가 열 살이 된 그해 이후 거의 60년 동안 매일같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요. 그걸 읽고 ‘내 마음 속에도 혹시 그런 시가 있을까‘를 잠시 떠올려봤더습니다. 국어 교과서가 남아 있었더라면 재빨리 그것부터 얼른 뒤적거려 봤을 텐데 말이지요.

* * *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시를 암송하는 일은 매우 즐겁고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기억 속에 붙잡아 둠으로써 시가 우리를 소유하고 우리가 시를 더욱 가까이 하여 읽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며, 또 우리에게 주는 보상이기도 하다.

나는 끊임없이 시를 암송하면서 시가 나를, 내가 시를 소유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그로써 삶에 도움을 얻은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헤럴드 블룸)

나와같다면 2017-06-18 15:33   좋아요 1 | URL
아.. 저도 가끔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국어교과서가 너무 그리워요.
그 시절의 마음에서 시험문제 텍스트가 아닌 정말 아름다운 문학으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

지금행복하자 2017-06-19 07:05   좋아요 1 | URL
국어교과서에 실린 시들이 좋은 시였다는 것을 안지가 별로 안 되요. 그 시들은 문학이라기 보다는 시험문제들이라는 생각이 강해요..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문학을 사는 동안 누릴수 있게 힘을 만들어 주는 시간이 되면 참 좋을 텐데요~
시험때는 그렇게나 외웠던 시들이 이제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요..

2017-06-18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독방 비슷한 개인 공간을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그런 공간 안에서 휴일을 보내면 정말 푹 쉬는 듯한 기분이 들 겁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7-06-19 07:19   좋아요 0 | URL
예전엔 사방이 책으로 둘러 쌓인것이 좋았는데 도서관에서 몇년 봉사하다보니 많은 책이 좀 무서워요 ㅋㅋ
만약 하게 되면 빈 곳이 많으면서 적당히 할랑할랑한 서가를 꾸밀까 해요 ^^

겨울호랑이 2017-06-1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름다운 시와 멋진 공간이네요. 크고 화려한 것보다 삶의 여유가 보이는 것도 나이 들어감이 주는 선물인 것 같네요.

지금행복하자 2017-06-19 07:22   좋아요 1 | URL
큰 도로옆에 있는 열평도 안 되는 곳이에요. 강둑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봄가을에는 자연과 함께 차 한잔 마셔도 되는.. ㅎㅎ
주인청년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다방이라 더 좋았던 곳이에요~
사람과 손길이 느껴지는 그런 공간을 꿈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