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뜬금없는 책이 같이 배송되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히라마쓰 요코의 다른 책을 주문하면서 같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휩쓸려 구입된 듯 하다.
어째든 내 눈길이 한 번 갔으니까 장바구니에 담겨있을 거라 생각하고 반품이 귀찮은 것도 있고 읽고 나서 도서관에 가져다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서관에서 모든 책들까지 전부 구입할 수 없으니 소위 시시껄렁한 (절대 하찮다는 말이 아니다) 로맨스소설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류는 거의 내가 읽고 기증한 책들이다. 이래 저래 책값이 장난이 아니다..
줄인다 줄인다 해도 쉽지 않다. 도서관에서 빌려봐야 하는데 먼저 사서 먼저 보고 도서관에 주고 있으니...
우리도서관은 월마다 나름의 주제를 정해 놓고 책을 골라본다. 우리도서관 수서팀이 하는 일은 구입도서 선정이 주된 업무가 아니라 각 달에 맞는 주제의 도서를 찾아 고르는 일이 주 업무이다.
주제를 정해 놓고 각자의 해석을 통해서 책을 골라온다.
주제를 제안한 사람에 의도에 따라 고르기도 하고 완전 주관적인 해석으로 고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가끔 뜬금없는 책이 선정되기도 한다
그 마저도 그 책을 고른 사람의 의도에 따라 동의를 얻고 이달의 책에 넣어둔다.
여러사람의 시선과 해석이 모이니 여러 책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라도 다양한 책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많은 책들이 묶일 수도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한번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책들을 선보이는 역할도 있다.
1월의 주제는 ‘밥‘이다.
음식이 아니라 밥을 주제로 한 데는 ‘밥‘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이야기한다.
밥벌이의 비루함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밥 이야기도 하지만
나의 밥 이야기는 힘들때 몸과 마음이 지칠때 따뜻한 밥 한 그릇. 반찬이 없어도 하얀 밥 만으로도 그래 아직은 살고 있음에 안도하고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그런 밥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삶의 원천이 되는 밥.
누구는 힐링이라고 하는데 힐링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될 수 없는 밥의 힘.
아마 이 책도 그 주제의 연장선으로 고른듯 한데 마지막에 탈락시켰는데.. 나에게로 온 것이 이 책이 나에게 갖는 생명력인가 보다.
이 전에 읽었던 책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보다 더 짧고 더 가볍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가 식당에서 먹는 혼밥이었다면 이 책은 집에서 먹는 혼밥이야기다.
잘 제대로 차려먹는 혼 밥이 아니라 정말 잘 만들어 먹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먹는 혼밥이야기이다.
밥 한릇. 얼음한 그릇. 김치하나. 잘 퍼진 죽 한그릇.
우메보시 보리차 한잔 등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이런 것들은 아마 집에서 식탁에 올렸다가는 반찬없다고 밥 안 먹는다고 툴툴거릴 식단들이지만~
이 글 쓴다고 정신놓고 있다가 김치찜 한다고 가스위에 올려놓고 잊어버려 태웠다. 으~~ 탄내..
다행히 많이 타지는 않았지만......
이건 내 몫으로만 남을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 탄 내가 나니 곱게 키우지도 않은 이 아들놈들이 안 먹을것이 분명하니..
아~~
사소하지만 별거 아니지만 화려하지 않지만
먹어 불편한 밥보다 편한 밥.
차리는 사람도 편한 먹는 사람도 편한 그런 밥을 이야기하고 싶다.
밥 한끼 먹기가 힘든 세상이다 보니.
공간. 머리만 비울것이 아니라 먹는 것도 비워야겠다.
실상 먹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것을 알면서도
설명하기 힘든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뻘 짓을 많이 하고 다녔으니까 말이다.
말로 하는 심플이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심플..
심플하게 먹기. 나를 위해 먹기.
옆에서 아들이 왜 엄마는 혼자사는 책. 혼자 먹는 밥 이런 책을 읽냐고 물어본다. 자다가 왜 내 방으로 들어오는데...다 큰 놈이..
글쎄... 니들 밥 해주기 싫은가 보지~~
니들 독립하고 혼자 살 준비할려고 그러지..
울 아들.. .엄마는 충분한데..
지금도 거의 혼자 살다시피 하는 것 같은데..
엄마는 엄마의 뇌구조에 자식칸이 별로 없잖아. 엄마영역에 자식을 끼워놓은 구조잖아. 그래서 걱정안해~
며칠전 어쩌다 어른에서 양~ 뭐라는 정신과의사가 나와서 그러준 뇌구조이야기를 하고 있나보다...
어째든 잘 먹고 잘 살고 잘 죽는데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그 과정에 아들놈 말처럼 ~와 같이 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별 할 말이 없어진다.
그니까 나한테 기대지 말고 니들이나 잘 살아.
자꾸 나 한테 밥 해달라고 하지말고 해 먹고...
책속에서
- 색색이 다양한 소재, 갑져보이는 접시. 평소에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가는 반찬.. 그런것들이 지닌 ‘좋음‘이 분명 있을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마음을 다해보고, 먹고 느끼는 사람은 요리의 본질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요리란 어디까지나 이 유한한 삶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또는 살아가기 위해, 식물이든 동물이든지간에 다른 이의 생명을 거두는 일. 그렇기에 어떤 속임수도 없이 최고의 것을 끌어내고 최고의 타이밍에 심플하게 맛보는 것이 평생을 가는 추억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저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 행위 자체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인생의 보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내 삶의 이미지를 그려나가는 힘이 먹는 일과 거의 동등한 것은 아닐까 (7p 요시모토 바나나 추천의 글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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