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어 제끼면서 둘째 아들이 들어온다
일번 엄마, 나 라면 먹어도 돼?
이번 라면 먹었어?
삼번 어? 라면 냄새난다
음~ 이놈의 라면
우리 도서관은 매달 나름의 주제어를 정해놓고 책을 골라내어 책바람을 쐬어준다
다음 달 주제어는 `향`이다
이런 저런 책들을 골라보지만
이거다 하는 책이 없어 고심하다가
세 권의 책을 골라냈다 드디어~
정은우의 잉크냄새 진동하는 《아무래도 좋을 그림》
고소하고 따뜻한 빵 굽는 냄새가 풍겨나는 《브래드 앤드 버터》
그리고 김 훈의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라면 냄새를 풍기는 《라면을 끓이며》
김 훈의 라면은 좀 담백하고 시원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읽고 있는 동안 우리 집은 계란 들어가서 라면이 끓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꽉 차있었다.
보글 보글 소리와 함께
파와 섞인 라면에
계란의 독특한 비릿하면서 달큰한 냄새와 시골엄마의 손 맛? 같은
복합적이고 미묘한 그 냄새~ ㅎㅎ
라면이 맛일까 냄새일까
잠깐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우리 집에서 라면은 냄새에 더 가깝다.
조미료가 들어가는 모든 음식들이 끓으면서 나는 냄새를 통틀어 라면냄새라고 하는 둘째가 있어서 더 그렇다
감자탕을 먹으러 가도 라면냄새
집에서 김치찌게를 끓여도- 가끔 얻어오는 김치에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금방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ㅎㅎ-
MSG의 모든맛을 라면냄새 한 마디로 퉁 쳐버리는 두번째 아드님..
거의 매일 실랑이.
라면 먹어도 되? 밥 먹어
밥 말아 먹을께.. 그냥 밥 먹어
요즘 아이들에게는
예전 우리가 느꼈던 밥 익어가는 냄새보다
누룽지 눌어가는 냄새보다
라면냄새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김 훈의 라면 끓이는 방법은 내가 끓이는 방법과 비슷하다.
파대신 김치를 넣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끓인 라면 맹탕같다고 안 먹는 남자도 있다
짭짤하게 끓여야 라면에 대한 예의라나 뭐라나~
이 책은 옆에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읽어야 제 맛이 날것 같다 ㅎㅎ
이제 밥 먹으러? 아니 읽으러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