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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아저씨의 행복한 사진첩 ㅣ 좋은책어린이문고 4
캐시 스틴슨 글, 캐시아 차코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어스름한 캐나다의 늦가을 풍경이 엘리엇 아저씨의 잔잔한 미소로 인해 그다지 고즈넉하거나 쓸쓸해 보이진 않는 표지이다. 마치 사진을 붙여 놓은 냥 엘리엇 아저씨의 행복한 사진첩을 얼른 들추고 싶게 만든다.
엘리엇 아저씨는 캐나다 공립학교의 수위로 근무 중이다. 표지판을 읽지 못해 개가 있는 위험한 곳에도 들어가고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안경이 깨졌다는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모면한다. 사랑하는 손녀딸이 책을 읽어달라고 해도 안경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책을 읽지 못하는 걸 숨긴다. 은퇴하는 수위장이 자신의 뒤를 이어 엘리엇 아저씨에게 수위장직에 지원하라고 하지만 글을 읽지 못하기에 지원서를 쓸 수 없는 것과 그걸 숨기기 위해 글을 읽을 줄 아는 척 해야 하는 자신을 속상해 한다.
글을 잘 읽지 못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외톨이 데릭을 보며 동병상련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어려서 책 읽는 게 어려웠던 아저씨는 열심히 노력해도 놀려만 대는 친구들과 자로 손바닥들 때리는 선생님을 보며 아마도 글 읽기를 포기하고 학교를 그만두었을 거다.
자신이 당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데릭이 자신과 같이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데릭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하지만 자신의 처지가 데릭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며 아저씨 자신도 글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처음 글을 배우러 가서 제대로 읽지 못하는 어느 여자에게 선생님이 꾸짖거나 자를 휘두르지 않고 아무도 웃질 않자 아저씨는 자신도 글을 읽게 될 것만 같다. 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수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아저씨는 이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손자 제이슨이 책을 읽는 내용을 들으며 포기하고자 했던 마음을 접고 더 열심히 공부한다.
자신이 글을 읽지 못했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손자 제이슨에게 하고 함께 자신도 또한 어려운 글 읽기를 해야 하기에 손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는 할아버지를 제이슨은 놀란 눈으로 처다 보지만 자신과 동생에게서 글 읽기를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이제 아저씨는 책을 읽는 재미도 알게 되었고 손자 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기쁨도 만끽한다. 데릭도 책을 교장 선생님에게 읽어 주게 되었고 마지막 방학식에서 아저씨는 에반슨 선생님의 도움과 손자 제이슨의 도움을 받아 쓴 글을 읽으며 마무리 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배움을 향한 용기를 낸 아저씨는 모두의 축하를 받고 교장 선생님 또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엘리엇 아저씨의 용기 있는 배움을 축하 하는 파티를 열기로 약속한다.
잔잔한 감동과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되어 정말 기분 좋은 책 읽기로 끝나는 이야기이다.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더 생동감이 느껴지고 엘리엇 아저씨의 마음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는 것 같다.
한창 배움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실수도 있을 수 있고 배움에 대한 늦고 빠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동일한 진도를 요구하는 선생님의 체벌이 얼마나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욕망을 제거시킬 수 있는지 우리는 이 글을 통해서 또 잘 알 수 있다.
선생님의 중요성을 또 한번 자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던 기억과 선생님이 손바닥을 내리치는 매의 느낌을 노년이 되어서까지 기억하는 엘리엇 아저씨는 자신이 겪었던 아픈 마음을 제어하기 힘들어 학업을 포기했던 자신과 똑같은 실수를 외톨이 데릭이 겪지 않게 되길 바란다. 아저씨의 따스한 마음이 아마도 데릭에게도 통했으리라. 드디어 데릭은 책을 교장 선생님에게도 읽어 주게 되고 데릭이 같은 반 아이들과 함께 강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아저씨는 마음이 무척이나 기쁘다. 이렇게 한 아이, 한 아이를 챙기는 선진 교육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아저씨의 진정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모습도 보기가 참 좋다.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자신이 용기 내어 배움에 도전했던 엘리엇 아저씨에게 진정한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었고 그러한 아저씨의 모습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