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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학교에 등교했지만 수업을 하지 않고 하교를 했던 날. 집엔 오스카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전화기에는 메시지가 다섯 개남 남겨져 있었다. 아빠의 마지막 목소리가 담긴 메세지. 그리고 나를 찾는 아빠의 말. 내가 꼭 집에 있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오스카는 할아버지를 모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드레스덴에서 살았다고 했다. 드레스덴이라는 곳에서도 아빠가 당한 일처럼 끔찍한 일이 있었고, 그 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할머니의 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사랑했던 할머니. 미국에 와서도 자꾸 공항을 향했던 할아버지를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할아버지는 떠나고 말았다. 자기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기 전까지 ..
새로 개봉한 영화인 줄만 알았던 일은 현실이었다. 아빠는 보석상이라 가계에 있어야 했지만, 하필 무역센터에서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빠는 없어졌다. 오스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를 했던 사랑하는 아빠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어떻게 죽었는지 알 길이 없었던 오스카는 다양한 나라의 영상을 찾아보기도 다양한 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엄마는 아빠를 벌써 잊었는지 론 아저씨와 웃고 즐기느라 바쁘다. 그러던 중 아빠의 서제의 맨 꼭대기 선반 위에, 파란 꽃병 속에, Black이라 적힌 작은 봉투 안에, 열쇠를 발견했다. 아빠가 남긴 단서였다. 이 열쇠에 맞는 자물쇠를 찾는 모험이 시작됐다. 뉴욕에 있는 Black이란 이름을 다 뒤져서라도!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그렇지만 상어가 헤엄치지 않으면 죽어버리듯 지금 오스카는 무언가라도 해야했다. 그렇게 시작된 뉴욕에서 black씨네 모두 방문하기!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를 빠지기도, 프랑스어 수업을 빠지기도 어딜 다녀온다 말하고 그냥 나가도 평소와 다르게 엄마는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덕분에 나의 계획은 거침없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 가지 못하는 내가 처음 찾아간 black씨네는 무려 9층이었다. 오스카가 올라갈 수도 그가 내려올 수도 없는 상황. 그는 갖가지 기계 장치를 달고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는 듯한 코끼리 사진을 갖은 역학자 Black씨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와 꽤 오래 대화를 나누고 왔지만 어쩐지 그녀와 함께 있는 남자는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black씨는 바로 오스카의 집 윗층에 사는 사람이었다.
경비를 서는 분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그는 종군기자로 살았기에 평생을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후 24년간 밖을 나가지 않았던 미스터 블랙. 이제부터 오스카와 동행을 시작한다.
오스카가 찾으러 다니는 블랙들과 오스카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은 모두 상실의 경험이 있다. 각자의 방법으로 현재를 이어가고 있다. 론 아저씨도, 엄마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오스카는 오스카 나름대로 상실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활동을 한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서 행복으로 가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때론 그 감정이 더 무거워지기도 가벼워지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고통에서 기쁨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내 삶을 합산하면 뭐가 나올까? 371p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가 하는 행동이 무모해 보이지만, 책에 나오는 어른들은 아이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그저 아이를 멀리서 보호할 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문제이기에 가장 협조적인 도움이 아니였을까?
9.11로 인해 아빠를 잃은 오스카가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 적어지만, 드레스덴 폭격과 히로시마 원자폭탄 사건을 언급하며 무해한 민간인들의 대량 학살에 대해 그로 인해 남겨진 커다란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이 언제일 지를 아는 사람은 그걸 예감하는 사람이 내가 되는 행운을 누리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언제나 할 수 있을 때 자신의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것. 소통하는 것. 그것만이 여기서 말할 수 있는 정답이라고 내가 해석한 책은 말해주고 있다.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