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평점 :
북극의 빙하가 다 녹고 본격적인 여름이라 할 수 없는 6월의 기온이 40도를 넘는 상황에 최근 내륙과 다리가 연결되어 각종 범죄가 증가한 무도에 있는 철거가 예정된 해변여관에 묵고 있는 연과 천의 이야기다. 연은 무도에 들어왔다가 해변여관의 주인인 모수와 함께 살게된 모수의 연인이다. 사실 그저 함께 살림을 합쳐서 살고 있었는데 모수가 후변이에 감염되어 투병하는 동안 부부의 연을 맺었다. 모수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형사는 모수가 실제로 병에 의한 죽음인지 부인에 의한 타살인 것인지 의심하는 질문을 던졌다. 육개장에 소주를 마셔가며
모수가 떠날쯤 천이란 사람이 201호에 장기 투숙하고 있다. 팔다리가 긴 남자다. 종종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연과 만난다. 천은 아나운서였던 한나와 2년 반을 살다가 그녀가 떠난 후 차를 몰고 다니다 여기에 정착했다. 한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힘이 있었다. 그녀를 따라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점차 단순함을 익히게 됐다.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천이 지나치게 배역에 몰입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유려해 준 사람이었다. 그녀만은 천이 자신까지 배역에 내어준다는 것을 알아봤다. 자신이 돈을 벌테니 연기를 그만두라 말해주던 그녀에게 한 번의 방송사고로 사직을 해야만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렇게 단순했던 그녀에게도 그 일은 충격이었는지 이후로는 거의 외출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엑스가 후변이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떠나기 전까지..
평소 술 담배도 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양호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던 모수. 자기 말을 곱씹는 유형도 아니고 자의식이 강한 사람도 아니고 뭐든 간소한 사람이었다. 물품도 감정도 많지 않은 그런 그에게 왜 죽음이 드리웠을까?
단순한 사람들 곁에 있었던 연과 천 결국 이 둘은 혼자가 됐다. 연은 모수가 떠나간 해변여관에 남아 그의 유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하며 보낸다.
지나치게 뜨거운 바람이 불고, 국지전이 여기저기 발발하는 상황에 이 둘은 유유히 옥상에서 다리를 꼬고 담배를 핀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다음 구름에서 쉬어 가요.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곳에서.“ 126p
햇볕을 피할 곳이 하나도 없는 황무지인 사막에서도 쉼을 찾던 한나.
죽음을 앞둔 병을 진단 받고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던 모수.
그들 곁에 있었던 연과 천도 이젠 그들처럼 사막에서도 쉼을 찾을 수 있길.
죽음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힘을 길렀기를…
”어쨌든 진실이 고체라면 곤란하잖아요. 딱딱하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하니까. 거기 딱 있는 것 같고. 부수고 싶고.“
”그렇죠. 딱 있는 것 같고. 부수고 싶고. 실제로 잘 부서져요. 진실이란.“
”진실이란“ 52p
사람들은 정부 부처의 국외 이전을 밀어붙인 총리라든가 각종 사고를 막지 못한 관료들에게는 관대했지만, 재난 앞에서 웃음을 터뜨린 앵커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79p
지나치게 뜨거운 바람이 불고, 국지전이 여기저기 발발하는 상황에 이 둘은 유유히 옥상에서 다리를 꼬고 담배를 핀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다음 구름에서 쉬어 가요.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곳에서." - P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