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좋아한다고 말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며 점잖게 커피를 홀짝 홀짝 마셨다. 커피만으로도 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5. 점잖은 사이 2018.02.16 - P26

뭔가를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작은 가능성에도 성실해진다.
9. 외박(上) 2018.02.22 - P38

왜 좋아하는 사람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조금 슬퍼지는 걸까. 과거로 가서 걔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과거도 감히 사랑하고 싶어진다. 시간 앞에서는 누구나 무방비 상태니까, 성장은 대부분 타의로 이루어지니까. 누구에게나 있을 유년기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10. 외박(下) 2018.02.23 - P42

영화관에서 나와 이대에서 망원동까지 한 시간을 걸으며 나는 사랑하는 애를 생각했다. 너를 좋아하기까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는지. 너를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더 필요할지. 널 알아보려고 내가 그동안 이런 것들을 보고 듣고 읽어온 것만 같다고 섣불리 믿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참고자료가 모자란지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24. 생소한 아름다움 2018.04.02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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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문학동네 시인선 105
이사라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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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운문과 친해지기 어려워 하는 내게 어떤 분이 추천해준 책이다. 시집 한 권 읽는다고 내가 갑자기 운문에 완벽하게 익숙해질 거란 생각은 안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소설이나 산문만 읽어 산문과 친해진 내게, 시가 생소하고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니.

초등학생 때는 시도 곧잘 외워 선생님께 칭찬도 자주 들었고 중학생 때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를 읽으면서 감탄도, 감동도 하고 그랬건만, 고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배운 한시를 비롯한 시들에 낱말 하나하나 동그라미 치고 돼지꼬리를 붙여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낱말의 의미를 달달 외우기만 하고 시의 재미는 몰랐다. 나와 운문은 중학생 때 이후 거리를 두고 살았던 것이다.

이 시집을 읽을 때도 이따금씩 ‘이 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혹읃 특정 단어에 있지도 않은 밑줄을 머릿속에서 긋고는 ‘이 시에서 쓰인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하는 내 머릿속 사고방식이 꼭 수험생에 그것 같아 우스웠고, 시에 적응하려면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지금껏 내가 읽어온 산문들이 대개 이해를 요하는, 그러니까 머리 뚜껑을 열어 집어넣는 것이라면, 시는 이해가 아니라 느끼는, 비가 내려 흙에 스며들듯이 가슴에 스며드는 문학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내 마음이 너무 단단해서 스며들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는지.

시인의 세계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나의 세계의 그것과는 매커니즘이 다른 것 같기도 했다.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걸, 이런 단어와 표현으로 풀어냈을까 여러 번 감탄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인의 언어는 나의 감정이 마음을 마구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깄다. 분명 악보는 없건만 소리내어 읽다보면 리듬이 생겼다. ‘이걸 운율이라고 했지‘ 새삼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이래서 시를 읽나 싶었다. 참 매력적인 것임은 틀림없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사람의 부재’에 슬퍼하고 그리워 한다. 첫 번째 장을 다 읽었을 때쯤 이 시인이 누구일까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기도 했는데, 한 블로그에서 시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아버지를 보면서 이 시집에 있는 몇 편의 시들을 썼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 그것이 시인에게 이토록 마음 아픈 그리움을 노래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두 번째 장을 읽을 때부터는 부재와 그리움을 담아낸 시를 읽을 때 더 가슴이 저려왔다.

다 읽고난 후, 앞으로도 시와 친해지기 위해 꾸준히 시를 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 마음에 스며들지 못한 시인의 언어가 많은 것 같아 속상했다. 시와 더 친해지고 난 후에 다시 이 시집을 읽으면 더 많은 시인의 언어가 내 마음에 스며들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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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2021-04-2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에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글을 자주 수정합니다. 처음 읽고 나중에 읽었을 때 글이 바뀌어 있다면, 제가 여기에 쓰고 난 후에 노트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정을 한 것입니다.
 
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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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체 게바라‘ 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너무 많이 들어온 이름이라 마치 우리나라 위인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지만, 내가 아는 거라고는 ‘혁명가‘ 정도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고자 책을 집어들었다.

9일 정도 체 게바라와 함께 하면서 ‘대단한 사람, 하지만 철저한 이상주의자‘ 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의대 박사였고, 많은 책을 읽고 또 무엇이든 배우려고 하면서 여러 분야의 지식들을 갖춘 지식인이었지만, 동시에 사회주의자로서 게릴라전을 통한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적인 이상을 이루려 했던 군인이기도 했다. 의사로 살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안락함을 걷어차고 광야로 나왔고 여행을 통해 만난 인디오들이나 흑인처럼 인간의 존엄을 누리지 못하는 소수자들에게 더 관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체가 죽고난 후 20여 년이 흘러, 체가 신봉하던 공산주의 사상은 공샨주의 체제를 유지하던 국가들의 몰락으로 실패한 사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면모를 간과했다. ‘공동생산, 공동소비‘를 추구하며 인간의 욕심을 무시했던 공산주의는, 반대로 인간의 욕심을 부추기던 자본주의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신봉했던 체가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면모와 욕심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이것을 극복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오는 글과 체 게바라의 ‘새로운 인간만들기‘ 프로젝트가 그걸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실 마르크스주의적인 심리학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했었다. 체는 그 점을 알고 있었고 또 강조하기도 했다.‘(p459)

아쉬운 점은 체가 자신의 정치, 경제적인 철학을 쿠바에 접목시키려고 하다가 중간에 게릴라전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부분이었댜. 어떤 이유로 체가 노선을 바꾸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다만 관료로서 자신의 철학을 쿠바라는 국가에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정치적, 외교적, 환경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과거 그가 군인이었을 때 게릴라전을 치르며 수많은 승리들을 맛보던 순간에 대한 달콤한 기억들이 다시 그를 광야로 이끌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그가 다시 게릴라 생활로 돌아갔을 때의 시점이나 상황에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따로 쓰지 않기로 한다. 역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한 것이니까.

읽는 시간은 좀 오래 걸렸지만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혁명가 체 게바라에 대해서도, 그리고 왜 그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는지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마다 10월 8일이 되면 체 게바라를 떠올려보기로 생각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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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이나, 단 한 마디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끔찍한 심연으로 떨어뜨릴 수도, 혹은 도저히 닿을 법하지 않던 정상으로 올려줄 수도 있다는 것을.
-제1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3장 추키마타에서 얻은 계시 - P96

"우리는 열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의 독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이다."
카를로스 마누엘 데 세르페데스
-제3부 그란마호에 탄 여든두 사람 -제12장 알레그리아델피오, 선택 - P210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행동하되,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생각하라.
베르그송
-제3부 그란마 호에 탄 여든두 사람 -제18장 잘 싸우기 위해서는 잘 배워야 한다. - P326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사업가들은 정치질서의 이해가 걸린 일에는 그 누구보다 비열해진다.
핸리 캐르보 로지(당시 미 상원의원)
-제5부 전쟁은 끝나고 -제23장 이 방에 공산주의자가 있소? - P428

길이 없다 하여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차도(스페인의 시인)
-제6부 볼리비아의 계략 -제27장 체가 사라지다 - P554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옮긴 이의 말 -진실에 대한 광적인 애정 - P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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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난해서 그렇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넉넉함이 없고, 시간도 마음도 자꾸 아끼게 되는 것은. 몇백 원 앞에서 망설이다 먹고 싶은 음료를 두고 제일 싼 것을 주문하던 스무 살처럼. 그런 사람은 돈을 벌게 된 뒤에도 좀처럼 비싼 음료를 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여태 쓸 줄 모르던 마음을, 쓰지 못하던 마음을 어느 날 갑자기 잘 쓰게 되진 않는 것이다. - P48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들
이 같은 기록은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가는 일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건 멋진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이자, 나밖에 할 수 없는 기록이니까요. - P80

저는 낙관주의자예요. 제가 행동할 거니까요.
-나를 일으켜준 문장들 (장혜영 의원의 말) - P124

몰라봤다. 성공해야 행복하다는 사람과, 사람과 행복하면 그게 성공이라는 사람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이정표가 되어주는 문장들 (영화 《올 굿 에즈리씽》에 나온 말) - P141

기록은 결국 생각의 저장소입니다.
-언젠가의 작업을 위한 영감노트 - P158

다 자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잘 견디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언제나 내가 나여도 충분하며, 노력하거나 변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가르쳐준 친구나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준 마음은 그렇게 힘이 강합니다.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남아 우리를 지켜주니까요.
-누군가를 위해 쓴 아름다운 일기들 - P179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 걸음, 미소를 기록하기 - P185

인터뷰에 답하는 인숙 씨를 평상에 앉아 바라보다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숙 씨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늘 쪽지를 남기는 사람이었다는 걸요. 부재의 자리에 마음을 남겨두고 가지 않으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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