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이 없어서 만족을 미루지도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는 사회는 그런 것들이 가능한 사회와는 자연 자원과 인적 자원의 소비, 제도적·전문적 전문성,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를 것이다. 주문형은 영상을 시청할 때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이렇게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와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 P166
한편 일상을 사는 우리는 모두 조금씩이라도 더 관대한 기대감과 지연에 대한 건강한 태도를 받아들이고, 기다림을 오락거리를 찾는 변명이 아닌 백일몽과 유휴 시간의 기회로 해석하고, 서로에게 더 인내심을 가지려고 노력함으로써 개인적인 인식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 이런 조언에는 오랜 내력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고 했다. - P167
우리는 왜 지루함을 절대 악처럼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그렇게 두려워한다는 것은 이 시대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까? 지루함을 즐긴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주의력에 대해 우리가 갖는 불안감은 주의력을 빼앗는 오락거리가 도처에 있는 세상에 대해서도 우리가 완전히 편하게 느끼지는 못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 P151
예시가 조금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게 있다. 뱃속에 뭐가 가득 차면 위든 아래든 어디론가 반드시 빠져나가야 뱃속이 편안해진다는 거. 감정도 그랬다. 꼭 나쁜 마음만 배출해야 속이 시원해지는 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마음, 앓는 소리도 밖으로 꺼내어 정리하고 싶었다. 공연 후기, 콘텐츠 리뷰, 입덕 계기, 새 앨범 염원 등등. - P302
다람쥐가 겨울잠 대비로 숨긴 도토리 중 일부는 잊혀져 참나무가 된다고 한다. 살면서 묻어둔 기억들이 글이 되어 나를 참나무처럼 키운다고 생각한다. - 한수정 - P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