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문학동네 시인선 105
이사라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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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운문과 친해지기 어려워 하는 내게 어떤 분이 추천해준 책이다. 시집 한 권 읽는다고 내가 갑자기 운문에 완벽하게 익숙해질 거란 생각은 안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소설이나 산문만 읽어 산문과 친해진 내게, 시가 생소하고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니.

초등학생 때는 시도 곧잘 외워 선생님께 칭찬도 자주 들었고 중학생 때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를 읽으면서 감탄도, 감동도 하고 그랬건만, 고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배운 한시를 비롯한 시들에 낱말 하나하나 동그라미 치고 돼지꼬리를 붙여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낱말의 의미를 달달 외우기만 하고 시의 재미는 몰랐다. 나와 운문은 중학생 때 이후 거리를 두고 살았던 것이다.

이 시집을 읽을 때도 이따금씩 ‘이 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혹읃 특정 단어에 있지도 않은 밑줄을 머릿속에서 긋고는 ‘이 시에서 쓰인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하는 내 머릿속 사고방식이 꼭 수험생에 그것 같아 우스웠고, 시에 적응하려면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지금껏 내가 읽어온 산문들이 대개 이해를 요하는, 그러니까 머리 뚜껑을 열어 집어넣는 것이라면, 시는 이해가 아니라 느끼는, 비가 내려 흙에 스며들듯이 가슴에 스며드는 문학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내 마음이 너무 단단해서 스며들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는지.

시인의 세계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나의 세계의 그것과는 매커니즘이 다른 것 같기도 했다.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걸, 이런 단어와 표현으로 풀어냈을까 여러 번 감탄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인의 언어는 나의 감정이 마음을 마구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깄다. 분명 악보는 없건만 소리내어 읽다보면 리듬이 생겼다. ‘이걸 운율이라고 했지‘ 새삼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이래서 시를 읽나 싶었다. 참 매력적인 것임은 틀림없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사람의 부재’에 슬퍼하고 그리워 한다. 첫 번째 장을 다 읽었을 때쯤 이 시인이 누구일까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기도 했는데, 한 블로그에서 시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아버지를 보면서 이 시집에 있는 몇 편의 시들을 썼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 그것이 시인에게 이토록 마음 아픈 그리움을 노래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두 번째 장을 읽을 때부터는 부재와 그리움을 담아낸 시를 읽을 때 더 가슴이 저려왔다.

다 읽고난 후, 앞으로도 시와 친해지기 위해 꾸준히 시를 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 마음에 스며들지 못한 시인의 언어가 많은 것 같아 속상했다. 시와 더 친해지고 난 후에 다시 이 시집을 읽으면 더 많은 시인의 언어가 내 마음에 스며들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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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2021-04-2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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