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게임 2 : 종극 - 소설
카나자와 노부아키 지음, 천선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요새는 유치하고 식상하다고 잘 하지 않지만 예전에 미팅이나 술자리를 가면 한번쯤은 꼭 하게 되는 게임이 바로 “왕 게임”이었다. “왕”으로 선정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는 참 단순한 게임으로 처음에는 가벼운 명령이나 벌칙을 내리지만 분위기가 고조될 수 록 점점 더 강하고 민망한 벌칙들이 내려지는 상황이 바로 재미의 포인트인데, 대부분 그저 웃고 넘기지만 때로는 감정이 상해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단순히 모임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유흥거리가 아니라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라면 어떨까? 만화나 소설 속에서 볼 법한 유치한 상상이겠거니 했는데 정말 이걸 소재로 한 소설이 있었다. 바로 일본 작가 “카나자와 노부아키”의 <왕게임>이 바로 그 소설인데 일본에서는 300 만 부 이상 팔렸고, 만화와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말 그대로 “빅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글을 보면서 유치한 장난까지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상품화하는, 한편으로는 게임에서의 “왕”이 초자연적인 존재로 죽음을 명령한다면 꽤나 기막히고 무서운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 내는 일본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 <왕 게임>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왕게임 2- 종극(終極)(AK커뮤니케인즈/2012년 7월)>을 읽었다. 2012년 여름 피서(避暑)용(?) 공포 소설 읽기 시리즈로는 마지막 편인 셈이다.

 

전 편의 처절하고 잔혹한 왕 게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노부아키”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하게 된다. 간신히 공포스러운 기억을 달래며 새 학교에 적응해나갈 무렵 핸드폰으로 새로운 <왕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문자가 날아온다. 벌칙을 수행 못하면 죽음이고 거부해도 죽음인 오로지 “죽음” 뿐인 왕 게임이 시작되지만 노부아키의 반 친구들은 단순히 스팸 메시지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문자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은 친구들이 죽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공포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명령이 계속 날아들면서 아이들의 죽음 또한 계속 이어지고, 노부아키는 이 왕 게임이 자신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으며, 반 친구 중에 자신처럼 다른 왕 게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아이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인다. 서로에 대한 반목과 질시, 그리고 우정과 사랑이 교차되는 가운데 왕 게임은 정점에 다다르고 이제 몇 남지 않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과연 노부아키는 저번처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왕 게임을 벌이는 의문의 존재는 과연 그 정체가 밝혀질까?

 

350 여 페이지의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편집이 작은 판 형에 넓은 줄 간격, 비교적 큰 글씨체인 데다가 게임이 진행되면서 사건과 죽음이 연달아 발생하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이야기 전개 때문인지 책은 금세 읽히고 재미와 몰입감 또한 상당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격언도 있지만 이 왕 게임은 피할 수 도 거부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으니 즐길 수 도 없는, 죽기 싫으면 친한 친구라도 죽여야 하는, 참 불공평하고 무자비한 게임이다. 게임에 참가하게 된 아이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어서 어떤 아이들은 게임을 불러들인 된 노부아키를 작당모의해서 죽이려고 하고, 한편 어떤 아이들은 게임의 진행을 막으려는 노부아키를 도우려고 하며, 그 와중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는 나름 가슴 아픈 로맨스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은 이런 사정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목처럼 종극을 향해 치닫고 명령을 지키지 못하거나 또는 거부했던 아이들은 어김없이 죽고야 만다. 바로 이처럼 게임이 진행되면서 저마다의 사연과 상황을 가진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과정이 이 책의 재미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피디하게 전개되고 마지막 생존자는 누구이며 왕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책에서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처럼 나름 재미가 있지만 이야기는 유치하고 거기에 허술하기까지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야기를 너무 빠르게 몰아치다 보니 군데군데가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렇다 보니 몇 몇 상황들은 연결이 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존 게임류의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우고 반목하면서도 그런 갈등을 해소되면서 돈독한 우정으로 공동의 적과 맞서고 때로는 애절한 사랑을 펼치는 장면들이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재미는 있을 지 몰라도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노부아키와 함께 왕 게임을 경험해본 생존자이자 대적자였던 캐릭터는 제법 음모를 꾸미고 친구도 배신하는 악역의 면모를 보여 주지만 단순한 악역에 그칠 뿐 캐릭터의 설정이나 사연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고, 공감할 정도로 절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한 노부아키가 한때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었지만 전 주민들이 왕 게임에 참가하는 바람에 이제는 폐허가 되어 버린 마을에서 찾아낸 왕 게임 비밀의 단서들도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기만 해서 괜히 비밀을 결말까지 감춰 두려는 장치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고, 결말에 이르러 밝혀지는 왕 게임의 정체나 최후의 생존자에 대한 설정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혀두지 않는다^^ - 또한 꽤나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설정은 꽤나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이야기는 치밀하지 못하고 허술하기까지 한, 원래는 이렇게 시리즈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단 권으로 끝났을 텐데 1권이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자 고무된 나머지 2권을 급조해서 만든 느낌이라고나 할까?

 

재미는 있지만 소설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말 그대로 “시간 때우기(Killing Time)”용 소설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번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피서용 공포소설로써는 역부족이었던 그런 책이 되었다. 특히 같은 국적의 시리즈 공포 소설로 소재의 기발함과 소설적인 완성도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헐리우드에서도 영화로 제작되어 큰 흥행을 거두었던 “스즈키 코지”의 <링(Ring)> 시리즈 정도의 재미와 완성도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꽤나 실망스러웠을 작품이었다. 1권도 2권과 별반 다를 것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3권에서는 왕 게임의 규모가 전국으로 확대된다니 기대가 되고, 2011년에 제작되었다는 영화 또한 비쥬얼(visiual)적인 측면에서는 어떻게 그려냈을까 궁금함이 든다. 그러고 보면 책의 완성도를 떠나 “왕 게임”이라는 소재 만큼은 그 어떤 것보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소재 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3권에서는 좀 더 치밀하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만나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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