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1 - 인생의 거칠기가 사포의 그것과 같다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 그림 / 씨네21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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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포털 사이트마다 참 많은 “웹툰(webtoon)”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연재분을 꼬박 꼬박 챙겨보기가 힘들고, 아무래도 온라인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구세대인지라 잘 챙겨보지 않는 편이다. 그나마 최고 인기 작가인 “강풀” 작가나 허영만 화백 작품들은 웹툰으로도 보곤 하지만, 연재 중일 때는 제대로 챙겨보진 못하고 연재가 끝나면 한꺼번에 몰아서 보거나 책으로 발간된 후에 전 권을 구입해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몇몇 유명 웹툰들은 연재가 끝나고 책으로 발간되어 읽어본 후에 거꾸로 포털 사이트 연재 작품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만난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2 1권(씨네21/2011년 10월)>이 바로 책으로 읽고 난 후 해당 포털 사이트 연재분을 찾아 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는 네이버에 지난 2004년부터 연재하여 횟수로는 7년이 넘은 웹툰으로써는 꽤나 장수 연재한 작품으로 단행본으로도 이번 권을 포함하여 다섯 권에 이르는 작품이다. 여성 특유의 앙증맞고 귀여운 그림체에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작품이라 특히 여성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 2011년 10월 2주 (2011.10.10.~2011.10.16.) 네이버 웹툰 순위에서 총 112개의 작품 중 17위 -. “시즌 1”에서는 대학생 시절의 일상을 그렸다면 이번 “시즌 2”에서는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스물 아홉 직장인으로서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고 한다. 

 그녀의 직장 생활은 친구가 자신의 회사에 와서 간단한 그림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된다. 처음에야 포토샵 위에서 죽는다는 각오로 시작하지만 첫날부터 출근하기 싫어 후회가 밀려 온 첫 출근날, 사무실 출입문 버튼을 누르니 “어디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고는 대학 휴학 시절 인턴 비슷한 것을 했을 때 똑같은 질문을 받았던 상황을 떠올린다. 그때는 당황해서 실제로 자신이 출발한 지역을 말해버린, 즉 “잠실에서 왔는데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했었는데 - 여기서 “어디서 오셨어요”는 “어떤 일로 오셨어요” 의 의미인 셈이다 - 이번에는 제대로 답변을 했단다. 자리를 배정받고 언니들과 동료들에게서 제일 조심하라는 상사 - 이 상사의 모습은 상사의 강권(?)에 의해 웹툰에서는 샤방샤방 미남자로 그려진다 - 와의 면담, 썰렁한 농담에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삶의 따뜻함이 모두 빠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정성을 다해 웃음 짓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직장 생활이 시작된다. 첫 월급날 직장인의 일에 대한 의욕 그래프는 월급날과 연말 보너스가 있을 경우 최고치에 다다른다는 것에 공감한 그녀는 월급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지만 그 일을 다 했다가는 금세 빚더미에 올라앉을 기세임을 깨닫고 부모님과 동생에게 용돈을 드리고, 고양이 사료와 모래 사는 꼭 필요한 곳에만 지출했는데도 돈이 떨어져 버리자 “돈 버는 것은 힘들지만 너희들을 보니 나의 삶이 헛되지 않구나”라고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린다. 이 외에도 퇴근하려다가 상사에게 들켜 “팀워크를 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남아 야근을 해보지만 이런다고 월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라면서 불평도 하고, 선배한테 전화한다는 것이 엊그제 일 때문에 만난 업체 팀장님에게 잘못 걸어 실수한 일들 등 누구나 직장 초년병일때 겪었을 법한 이야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그려낸다. 이외에도 “귀여운 여성”, “지적인 여성”, “섹시한 여성” 등 하구 많은 여성 중에 “웃기는 여자”가 되어 버려 소개팅을 한동안 하지 않게 된 사연이나 정월 대보름 더위를 팔기 위해 어머니와 벌이는 가상 퀴즈 대결, 동거인을 넘어 “가족”이 되어 버린 고양이들과의 일화 등등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그려내고 있다.
 

 극적인 이야기 전개와 반전이 없는 이야기라 밋밋할 수 도 있지만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었고, “생활 코믹 만화”라는 분류답게 소소한 일상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던, 특히 가족에 대한 작가의 사랑을 엿볼 수 있어서 훈훈하기 했던 작품이었다. 중년 남성인 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니 이 책에 대한 별점을 후하게 줘야겠다. 책을 다 읽고 이 작품이 연재되고 있던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책에 실려 있는 분량 이후에도 꽤나 많은 연재물이 올라와 있어 한 편 한 편 찾아 읽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했다. 이 만화, 앞으로도 즐겨찾기에 등록해서 매주 토요일 - 연재를 매주 토요일에 한다 - 마다 찾아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끝으로 제목에서 “낢”이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중학교 시절 친한 친구가 쪽지를 쓰거나 이름을 부를 때 이름인 '나래'라고 하지 않고 한 자로 줄여 나에 'ㄹ'과 'ㅇ' 받침을 붙였는데 워드프로세서로 이런 글자가 입력이 되지 않자 'ㅇ' 대신 'ㅁ'을 붙여서 생긴 별명이라고 한다. 즉, 여기서 낢은 작가 자신인 “나래”를 의미하는 셈이다. 어떻게 생긴 분인가 궁금해서 다시 검색해보니 얼굴을 공개 안한단다.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각자 머릿 속에 그려보는 즐거운 상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라니 어쩌면 “낢”은 우리 자신일 수 도 있겠다. 기자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예쁘세요”라는 것을 보면 한 미모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 생각보다라는 말이 참 기분 나쁠 수도 있을 텐 데 -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단 말이냐라 - 부끄러워 하거나 화도 내지 않고 웃음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로 응수하는 것을 보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 책, 영화화된다고 하니, 조만간 작가도 어쩔 수 없이 얼굴을 공개할 수 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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