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랑한 파리 - 어느 낭만주의 지식인의 파리 문화 산책
이중수 지음 / 샘터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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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리”는 도쿄, 비엔나, 파리, 런던으로 이어지는 9박 10일의 신혼 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4개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강행군이어서 파리에서는 2박3일 정도 짧게 머물렀었는데 그래도 전철과 관광 안내서 들고 다니면서 몽마르뜨 언덕,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 라데팡스, 로뎅 미술관, 상젤리제 거리, 파리 시청 광장, 페르라세즈 묘지 등등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너무 무리한 탓인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내리자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 가득하던 차에 환하게 불을 밝히는 에펠탑의 장관에 피곤을 잊고 몇 시간을 탑 주변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그때 그 광경이 어찌나 인상적이고 감명 깊었는지 지금도 아내와 신혼여행 이야기를 하면 당시 여행했던 네 도시 중 “파리”만큼은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러나 직장인에게 신혼여행 때처럼 열흘 가까운 휴가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고 또한 항공료에 숙박료에 비용 또한 허리가 휘청할 정도이니 아마도 두 번째 파리 여행은 앞으로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그런 여행으로만 남을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이중수의 여행 산문집 <그녀가 사랑한 파리(샘터사/2011년 5월)>을 읽고서도 책을 덮지 못하고 몇 번을 펼쳐 보게 된 이유가.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하며; 파리, 그 내밀한 사연 속으로>에서 여행을 통해 느끼는 프랑스의 유별난 면모는 다른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할 때 느끼는 것과는 다른, 전혀 경험하지 못한 아니,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문화적 충격에 감전됨으로써 발생한 전율이라며 혼자만이 간직하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운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었다고 이 책을 쓴 동기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파리는 뒤돌아섰을 때 그리움처럼 파고드는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도시,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매력을 지닌 향기로운,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 발산하는 그 향기가 너무도 강해 흡입하기가 어려운 그런 도시라고 말하며 독자들을 파리의 사연 많은 공간 속으로 이끌겠다고 이야기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나도 파리는 “여성”스러웠다는, 떠나오면서도 다시금 뒤돌아보게 만드는 도시였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작가 또한 같은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본문에 들어서면 작가는 파리를 “낭만과 예술”, “천년의 역사”, “다른 문화, 다른 시간의 공존” 세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1부 낭만과 예술이 흐르는 파리의 명소>에서 “버림받은 화가들의 전시장, 센강의 오르세 미술관” 편에서는 원래 기차역이었던 이곳이 미술관으로 거듭난 때는 문화주의자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로 자신의 비서이자 자신의 딸을 낳았던 팽조 여사의 조언으로 이 기차역을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변모시켰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미술관에는 버림받은 화가들, 즉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활동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만 걸려 있어 대통령에게 버림받은 초대 미술관장인 팽조 여사와 버림받은 화가들(인상주의 화가들)이라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고 그 연원부터 소개하면서 오르세에 가면 볼 수 있는 그림들, 모네의 <수련>, 고흐의 <자화상>, 세잔의 <생트빅 루아르 산>, 밀레의 <만종>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표 그림들을 삽화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2부 천녀의 역사가 빚어낸 도시 파리> 중 “파리의 모든 길은 루브르에서 시작된다;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과 역사>편에서 정면으로 상젤리제 거리가, 오른쪽으로는 오페라 길, 왼편으로는 센 강을 건너 생제르맹데프레로 향하는 길이 있어 루브르가 모든 길의 중심이자 시작점에 있다고 이야기 하며 루브르의 역사적인 기원과 함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루브르 박물관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3부 다른문화,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신비의 도시>에서 작가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정확히 30도 각도로 펼쳐진 열두 거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길이 바로 “샹젤리제” 보행자 도로가 차도보다 넓어 노상카페가 유난히 발달한 거리, 전 세계에서 몰려온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세계 최대의 인파를 자랑하는 샹젤리제는 그 명성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대로에 위치한 여러 유명한 카페들과 패션 매장, 전시장들과 함께 샹젤리제 반대 방향에 위치한 ‘미래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라데팡스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책 말미에는 파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 즉 “파리 기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유물들과 불로뉴 숲의 “한국정원”, 그리고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 감독을 역임했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정명훈”씨를 소개하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책 곳곳에 파리 명소들과 함께 등장하는 “시(詩)”를 쓴 바로 그녀의 아내 “강문정” 시인이다. 이 책은 “이런 곳에 산다는 것, 이 얼마나 큰 축복이에요”라고 이야기하는 자신의 아내, 강문정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獻詞)라고 볼 수 있는 이 책, 작가는 <이야기를 마치며; 랑데부 거리를 밝힌 불꽃>에서 그녀가 사랑한 도시를 사랑하고 싶었고, 그녀가 사랑했던 도시를 그림으로, 글로 옮기고 싶었으며 그녀가 왜 파리를 사랑한 것인지, 자신은 왜 그녀처럼 파리를 사랑하고 말았는지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어디론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자신의 아내가 파리로 되돌아오는 오늘, 긴긴 밤 동안 들려줄 파리에 관한 22편의 일일야화가 그래서 탄생해서 이렇게 책으로 엮어내게 되었다고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다시 한번 우리들에게 이야기한다. 그 아내도 이런 남편에게 화답이라도 하듯이 <그가 사랑한 베르사유(샘터/2011년 5월)>이라는 책을 썼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연가(戀歌)”를 담아냈다고 해야 할까?

신혼여행 중에 그래도 파리 이곳저곳을 꼼꼼히 잘 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2 곳중 반도 채 돌아보지 않았다니 좀 더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언제쯤이나 다시금 가보게 될 지 기약할 수 없는 파리, 이렇게 그림과 글이라도 다시금 접해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일말의 위로를 삼아야 할 것 같다. 원래 "여행에세이"는 공감하기가 어려워 잘 읽지 않는 편인데 다시금 가보고 싶었던 파리를 이야기하는 이 책 만큼은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읽으면서 신혼 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다시금 찾아보게 하면서 그 때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만든 그런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훗날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그곳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와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센 강을 거닐면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너무도 강한 파리의 향기를 흠뻑 취해보고 싶고, 몽마르트, 샹젤리제 거리 카페에 앉아 “파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가까이서 찬찬히 들여다 볼 때 더 묘미가 있다는 루브르의 그림과 멀리서 바라볼 때 더욱 실감이 난다는 오르세의 그림들을 같이 둘러보며 그와 그녀에게 그림 이야기들을 듣고 싶고, 페르라세즈 묘지에 잠들어 있는 에디트 피아프의 묘지에 한송이 꽃을 놓고 잠시 그녀의 노래를 감상해보고 싶다. 그리고 밤에는 환하게 빛나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파리 궁전 계단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잊혀지지 않는 파리의 밤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처럼 파리에 머물 수 없어 떠나야 할 그 시간이 되면 두 번의 여행을 마치고 난 후에도 뒤에 두고 올 파리와 그들을 다시금 뒤돌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파리는 나에게 그런 곳이 될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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