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 -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들
패트릭 헌트 지음, 김형근 옮김 / 오늘의책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인원에서 인류로의 진화 과정을 결정적으로 증명해낼 미싱링크(missing link) 화석(化石)- 생물 진화과정에서 멸실되어 있는 생물종으로 잃어버린 고리 또는 멸실환이라고도 하는데 진화계열의 중간에 해당하는 종류가 존재했다고 추정되는 데도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은 것(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 이 아프리카 오지 동굴에서 발견된다면? 전설로만 존재해온 아틀란티스 대륙이 전지구적(全地球的)인 지각 변동으로 어느날 갑자기 대서양 수면 위로 솟아오른다면?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탐험대가 그토록 찾아 헤맸지만 헛수고였던, 아마존 밀림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진 황금향(黃金鄕) 엘도라도(El Dorado)가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로 인한 아마존 밀림 황폐화로 결국 그 모습을 드러낸다면? SF소설에서나 볼 법한 “외계인 고대 문명 기원설”의 결정적인 유물이 중동 사막 선사 유적지에서 발굴된다면? 만일 이런 유적과 유물들이 발견된다면 인류의 역사는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허무맹랑하기만 발견들이 아니라 실제로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 정도로 놀랍고 위대한 고고학(考古學)적 발굴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고고학 교수이자 미국 지리학협회의 한니발 유적 조사단을 이끌고 있다는 패트릭 헌트(Patrick Hunt)의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원제 Ten Discoveries That Reworte History/오늘의책/2011년 3월)>은 이처럼 역사를 새로 쓰게 할 정도로 위대한 고고학적 발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고고학자들에게 역사를 ‘다시 쓰게 한’ 고고학적 발견이나 사건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투탕카멘의 묘, 마추픽추 등 여러 발굴들을 꼽을 텐데 모두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 사이에 이루어진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도 훌륭한 고고학적 발견들이며 이 책은 이와 같이 18세기 이후 서서히 발전해온 고고학에서 의도적이거나 우연히 발견한 것 가운데 10가지를 살펴볼 것이며 각각의 발견들이 이루어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정치 및 철학적 경향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현재와의 연관성을 살펴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작가는 책이 우리 역사에서 아는 것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는 말에 대해 제대로 된 고고학자들은 반대하는 데 이는 땅에서 발굴되는 인공적인 유물들이 문서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며 고고학적 문헌들이 불충분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이라고 단언한다.  

본문에 들어서면 앞서 언급한 역사를 바꿔 쓰게한 10가지 고고학적인 발견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먼저 작가는 1799년 영국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나일강 하구에 있는 오래된 항구 서쪽 기슭에 위치한 생줄리엥 요새를 방어할 진지를 구축하던 프랑스 공병장교 피에르 부샤르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이집트를 통치하던 기원전 196년 경 만들어진 걸로 추측되는 이 로제타 스톤은 14행만 남아있는 상형문자와 전체 32행의 민중문자, 54행의 그리스어 세가지 문자로 기록되어 있어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유물이 된다. 책에서는 로제타 스톤의 재질과 기록 언어, 고고학적 가치 등 일반적인 내용 외에도 그당시 로제타 스톤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졌던 주도권 쟁탈전, 그리고 로제타 스톤 문자 해독을 둘러싸고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토마스 영과 프랑스의 젊은 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의 흥미진진한 경쟁을 소개하고 있다. 결국 로제타 스톤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로 남았을 고대 이집트 역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낸 일대 쾌거였던 셈이다. 이외에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대서사시에 등장하는 신화로만 알려져 있던 트로이가 실재하였다는 것을 밝혀낸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유적 발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열쇠가 되었던 오스텐 헨리 레이어드의 “아시리아 도서관” 과 “바빌론의 공중 정원”, 파라오의 저주로 더 유명해진 하워드 카터의 “투탕가멘의 무덤”, 발견될 때까지 수풀에 갇힌 채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고 공중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여 우주적 차원의 문명 작품으로까지 불리는 곳이라는, 하이럼 빙엄-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이라고도 한다 - 이 발견한 잉카 최후의 유적 “마추픽추”, 우리에게는 소설과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로 잘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유적, 베두인 두 양치기 소년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 수 도 있는 위험한 발견이자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도 등장했던 “사해문서”, 기원전 1500년경 크레타섬의 모든 도시들을 동시에 파괴했던 대규모 화산 폭발을 일으켰던 티라섬의 유물을 발굴했던 고고학자 스피리돈 마리나토스, 인류의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어준 올두바이 협곡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발굴, 그리고 극심한 가뭄으로 우물을 파던 중국 농부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진시황릉 발굴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준다.  

내용만 보면 역사 에세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들 - “제3장 아시리아 도서관 -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열쇠”만큼은 생소한 이야기였다 - 인데 기존 책들이 흥미 위주의 가벼운 읽을 거리였다면 이 책은 발굴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발굴을 이뤄낸 고고학자들의 에피소드, 고고학 교수로서의 작가 본인의 전문적인 견해를 곁들여 설명해 지적 흥미로움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페이지 곳곳에 삽입된 발굴 유적지와 유물들 삽화들은 시각적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이 책을 먼저 읽은 많은 독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오탈자들과 매끄럽지 못한 번역들은 책에 몰입하다가도 흐름을 툭툭 끊어버려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디 재판이 된다면 이 부분만큼은 바로 잡아주길 바래본다.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특히 고고학자를 영화 <인디애나 존스>나 <툼레이더>에 나오는 보물 사냥꾼 - 물론 로제타스톤을 둘러싼 암투나 트로이 발굴,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 등은 그 저의가 순수하지만은 않다고 하니 괜한 오해는 아니겠지만 - 정도로만 알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그러한 오해를 해소하고 고고학 특유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역사 교양서로 꽤나 유익한 책이라 평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역사적 비밀을 간직한 채 아직도 깊은 땅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많은 유적과 유물들에게 관심을 가져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