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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 난장쇼 - 마쓰모토 하지메의 활개치기 대작전!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 이순(웅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2010년 지난해 ‘대졸 실업자’수가 통계청에 따르면 34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한다. 2000년 당시 대졸 이상 실업자는 23 만명으로 10년 만에 11만6000명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경향신문, 2011.2.1.기사 인용).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이 결코 허언(虛言)이나 농담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가장 패기 넘치고 왕성하게 일할 나이인 20대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갈수록 위축되고 쳐지는 그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삼팔선(38세까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을 넘어 “사오정(45세가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인지라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다가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가슴이 막막하기까지 한 내 처지에 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암울하기까지 한 현실을 일대 축제와 난동으로 승화시킨 별난 젊은이가 있다. 이미 <가난뱅이의 역습>- 책은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 이란 책으로 자신의 괴짜행동을 만천하에 알린 “마쓰모도 하지메”가 바로 그이다. 올해 나이 38세로 중년에 접어든지 한참 되어 청년 또는 젊은이란 말이 무색해진 이 남자가 지난 2년간 자신이 벌여온 황당무계스러운 “기행(奇行)”을 다시 책으로 묶어냈다. “가난뱅이 시리즈”라 할 수 있는 <가난뱅이 난장쇼;마쓰모토 하지메의 활개치기 대작전(이순/2010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 사실상 이 책으로 처음 만나본 이 남자의 이력을 출판사 작가 소개로 먼저 살펴보니 참 대단한(?) 인물이다. 대학 입학 하자마자 노숙(露宿)의 길로 접어들더니 각종 공공장소에서 기발하다 못해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엉뚱한 데모를 결행하고,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한 터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재활용 가게를 개점하는가 싶더니, 2007년에는 구의회 선거에까지 출마한,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남자다 - 전작인 <가난뱅이의 역습>에 이러한 삶의 역정이 잘 나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국내 TV 프로그램에서 작가를 소개한 방송을 본 기억이 난다. 물론 거기서도 그저 “괴짜” 정도로 다루고 있었다 -. 이번 책은 전작 이후인 2009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일본 웹진 「매거진 9」(マガジン9)에 〈のびのび大作戰)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그가 벌인 축제와 소동의 기록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책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참 별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만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온갖 소동을 일으키는 이 남자의 활약상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저 별난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미 장기 불황을 겪은 이웃 일본도 우리보다 더 심각한 청년 실업을 겪고 있는 터라 그러한 암울한 시대 상황을 너무 진지하게 성찰(省察)한다면 그것 또한 과장스럽겠지만 “축제”라고 미화하기에는 제목 그대로 “난장쇼”에 가까운 그의 행동들에 요새 자주 언급하게 되는 “진정성(眞正性)”을 찾아보기가 솔직히 어려웠다. 그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야 시대에 굴복하여 의기소침하지 말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였겠지만 이 책의 각종 소동들은 그저 유쾌하고 코믹스러운 일종의 “개그”로만 느껴지는 탓인지 책의 내용들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건 넘어 읽게 되고, 결국은 서둘러 책 읽기를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가 벌이고 있는 사업인 중고 물품 가게인 “아마추어의 반란”이 가난한 청년들의 자립 근거지가 되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으로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 - ‘작전’이라 부르는 확대 전략은 사실 이게 실현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허술한 점도 있지만 -, 우리나라에서도 “전국백수연대” 회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주덕한”씨와의 만남, 그리고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네 컷 만화 - 솔직히 잘 그린 건 아니다 - 등은 그래도 한번쯤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저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것 외에는 작가의 별난 행동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이제는 저런 행동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획일화되어 상식선의 비슷비슷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더 무미건조하고 발전이 없듯이 어디선가는 작가처럼 별나게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짜” 행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