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 알면 알수록 어렵지만 매력적인 일본 사람 이야기
박종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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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특수성에 의한  시선을 배제한다면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경”과 “질시”였다. 미국을 위협할 정도였던 일본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 대해 하염없이 부러움과 질시의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심지어 일본의 내부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면 형편없어 라고 부자인 이웃 미워하는 속 좁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모 국회의원의 “~없다”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읽을 때는 참 통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되집어 보면 일본의 나쁜 모습만 들춰 과장되게 부각시킨, 일종의 자기 만족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 그런데 21세기 들어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이제는 더 이상 존경하거나 폄하할 필요가 없는, 한마디로 “만만”해진 것이다. 90년 대 중반이후 몰아닥친 장기 침체가 지금까지 지속 되면서 우리가 그렇게 배우고자 했던 일본의 경제 시스템은 더 이상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벤치마킹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대상이 되어버렸으며,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은 산업 각 분야에서, 특히 가전, 반도체, IT, 조선,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거나 거의 턱 밑까지 바짝 따라붙었으며, 사실 우리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던 드라마들이 일본에서는 연이어 공전의 히트를 치고 한류열풍이 일본 열도를 거세게 몰아닥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신기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본 문화 수준도 우리와 그다지 다를 것 없네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불과 10여년 만에 동경의 대상에서 그저 우리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 정도로 시각이 확 바뀌어 버린 지금, 어떤 목적을 내포하지 않고 그들의 특성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좋은 현상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여 년간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관한 책을 꾸준히 집필해온 박 종현의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시공사, 2010년 3월)”은 그동안의 주관적이고 배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일본 사람들에 대하여 과장되거나 편협하지 않은 가감없는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해설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하게 속을 풀어버릴 욕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일본 말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한국지인들을 만나면 애정의 표시로 욕이 술술 나온다는 작가는 20년간 일본에서 대학교수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해온 경험을 토대로 우리와 일본인의 차이에 대하여 쉽고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잡동사니라 표현해도 좋을 만한 물건들을 유난히 좁은 집에 가득가득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일컫는 “고미야시키(쓰레기 저택)” 편에서는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와 "버리지 못한다"는 의미로써 역사에 대한 동경과 과거의 집착에서 함께 비롯된 무언가를 소중히 간직하는 일본인의 습성을 이야기하고, 집 밖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집으로 들이지 않고 선 채로 주고 받는 잡담을 뜻하는 이도바타카이기(우물가에서 여인들이 나누는 잡담)에서는 그 상대가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라도 타인에게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일본인들의 대인관계를 설명하는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여행과 철도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인간관계에 있어 한 두 명 정도의 소수와 관계를 맺기보다는 다방면으로 폭 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여 1명당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면서 30명과의 교우관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와는 반대로 우리는 가장 친한 몇몇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명이 같이 만나며 교우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본인들 특유의 인간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친구와의 우정에 대해서도 우리와 일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예를 들어 불륜을 저지르는 친구 남편을 보면 우리는 친구에게 알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본에서는 혼자 고민하거나 당사자를 설득하지 배우자에게도 절대 알리지 않으며, 친구 사이의 비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친한 친구들끼리 비밀을 공유하며 결속력을 다지지만 일본은 비밀 엄수라는 약속과 신뢰를 더 중시하여 절대 비밀을 나누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결혼한 친구의 집에 가서 자고 오는 일이 극히 드물지만, 그럴 경우 친구를 손님방에 재우고 남편과 잠을 자는데 남편을 따로 재우고 친구와 같이 밤을 지새면서 수다 떠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못할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점이 우리와 다른 것으로 그들은 부부는 가족이며 친구는 엄연한 타인이며 결혼한 이가 가족을 두고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밤을 보내는 일이 오히려 이상하며 한국 드라마에서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을 일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한단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뻔뻔함”에 대해서도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넉살이 좋다고 여기지만 일본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부탁하는 행위를 바로 뻔뻔하다고 여기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부탁하는 행위를 한다면 미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축의금을 받는 경우 그 금액의 반 정도를 답례하는 특유의 “오카에시(보답)” 문화, 일종의 수평적인 관계로까지 보여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우리와는 다른 취업 방식인 “슈카츠(취업준비)”와 “리쿠르터” 제도들, 선진국 병이자 우리에게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는 “벤조메시(혼자서 밥 먹는 것이 싫어 화장실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 직장이나 학교에서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 현상으로 ”런치메이트 증후군“이라고 불리운다)” 현상 등 다양한 일본인의 특성들을 자신이 겪은 각종 경험담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우리와는 다른, 때대로 이해하기 힘든 일본인들의 특성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와는 다른 “차이”일 뿐 앞에서 언급한 “~없다”처럼 그것을 비하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차이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와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들을 껴앉을 수 있겠지만, 그 차이만을 강조하여 차별이나 미움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결코 일본 사람들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더 멀어지는 불편한 관계가 계속될 것이다. 예전처럼 존경이나 또는 멸시라는 선입관을 벗어버리고, 서로간의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에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올곧이 바라보게 되며, 마침내 그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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