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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작년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 1968~ )의 책을 나도 읽었다. 원제는 <Foster>로 1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지만 읽고 난 뒤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힘은 그 어떤 긴 소설보다도 강한 작품이다.
<맡겨진 소녀>는 1980년대 초 아일랜드의 시골, 아이가 많은 집에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못한 한 소녀가 어머니의 출산을 앞두고 여름 동안 먼 친척 집에 맡겨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어른들의 따뜻한 말과 손길에 소녀는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작가가 몇 번이고 다듬고 다듬은 듯한 정교하면서도 절제된 문장이 밫나는, 짧지만 천천히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30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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