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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여행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정희.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츠바이크의 책으로 현재 절판 상태.
<이별여행>, <당연한 의심>두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별여행>은 사랑과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시간은 사라져버지리 않았어요. 시간은 우리 마음 속에, 우리 의지 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저는 이를 악물고 9년을 기다렸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어요. 그러니 당신에게 묻겠어요, 그 맹세를 기억하고 있어요?" (p.64)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온 사랑...그 사랑은 과연 그대로 일까?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의 그 미묘한 감정부터 그것이 '열정적 사랑'임을 깨달으며 받아들이는 황홀의 순간, 그리고 오랜 시간 가슴 속에서 간직해 온 사랑이라는 감정이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지, 츠바이크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과 속성을 섬세하면서도 예리하게 보여준다.
못 이룬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떠난 이별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과거를 찾아 헤매는 두 사람의 그림자...쓸쓸한 연민을 자아내는 이야기.
<당연한 의심>은 '나는 그가 살인범이라고 확신한다' 라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작가가 츠바이크인줄 모르고 읽었다면 그의 작품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그의 소설과는 좀 색다른, '코지 미스터리'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대상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넘치는 애정을 쏟아붓는 '지나치게 왕성한 혈기'를 가진 남자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주변의 변화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츠바이크가 '심리 스릴러를 썼어도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릴있고, 무엇보다 이 이야기에서는 사람의 심리 뿐 아니라 개의 심리까지 묘사,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 두 작품 외에도 이 책은 뒤에 이사벨 오쎄(Isabelle Hausser)라는 이탈리아의 번역가 겸 비평가가 쓴 <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와 작품>이라는 글을 담고 있는데, 그의 유년부터 브라질에서의 마지막 삶까지 간략하지만 소상하게 담고 있어 그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