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1919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태어난 프리모 레비는 제2차 세계대전 말, 1943년 12월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강제 이송된다.
저자는 처음에 목적지를 알고 안도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이 세상 어느 곳엔가 존재할 어떤 지역을 지칭'하는 그 이름에 마음이 놓였고, 언젠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거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당시 같이 이송된 인원은 650명, 레비와 같은 객차에 탔던 사람은 45명이었는데 나중에 살아서 집에 돌아간 사람은 4명에 불과, 그런데 '이 객차가 가장 운이 좋은 경우'였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결론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저자 프리모 레비는 운 좋게도 1945년 극적으로 살아남아 다시 토리노로 돌아오긴 했지만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10개월간의 체험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매주 일요일 저녁 수용소 한쪽 귀퉁이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곧 그만두어야 했다. 숫자를 세는 게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는 매번 줄어들었고 매번 몰골이 더 사납고 더 비참해졌다. 모임에 나가려고 몇 발짝 떼어놓는 것도 힘이 들었다. 게다가 다시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억을 떠올리고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p.51)
읽가다 눈물이 나올 뻔한 대목이다. 내가 어딘가로 끌려가 강제 수용되었는데, 여러 인종이 섞여있는 그 낯선 곳에서 한국인들을 만나 의지하는 가운데 그 수가 매 주 줄어든다고 생각해보니 너무나 끔찍하고 가슴이 아팠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체험기이면서도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수용소는 사고가 아니었다고, '유럽에서 파시즘이 강세를 떨치고 가장 기괴한 모습을 보일 때 가장 번성'했다고 말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을 부정하는 것을 용납하기 시작하면, 결국은 수용소 체제를 향해 가게 된다'는 것. 프리모 레비는 이 무서운 진실을 우리에게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