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조적 예술이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먼저 마음 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협력해야 합니다."

 

여성을 옹호하는 단순한 페미니즘이 아닌 여성과 남성, 즉 '양성적 마음'을 가지는 것이 글쓰는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그녀만의 문학론이 가장 인상깊었다.

자신의 성을 염두에 둔 글쓰기는 작품에 치명적이며 작가의 뜻을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마음 전체가 활짝 열려'있고 자유와 평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예로 든 작가가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이다.

차별받는 여성을 대변하듯이 책 속에서 제인 에어는 자신의 분노를 여성주의자가 연설하듯이 쏟아낸다. 이를 가리켜 울프는 '등장 인물에 대하여 써야 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쓴 글이라 하며, 제인 오스틴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진 그녀가 이런 식으로 자의식을 감추지 못하고 글을 쓴 것을 지적한다. 제인 에어의 독백은 작가인 샬럿 브론테의 세상을 향한 억울함을 토로한 것에 불과, 어느 순간 제인 에어가 자신이 되어 소설 속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그리지 못하게 되고 이는 문학적으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페미니스트라면 이런 제인 에어의 여성의 불평등에 관한 독백에 박수를 칠 수도 있을텐데, 울프는 작가의 분노와  비탄이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자연스럽지 못하게 드러나 마땅히 써야 할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작가의 상상력은 분노로 인해 빗나갔다고 말한다.

울프는 "만약 샬럿 브론테가 일 년에 300파운드를 소유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녀 부류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다양한 인간들과 교제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묻는다.

 

울프는 자유로운 글쓰기, 창조적인 글쓰기를 위해서 물질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책의 도입부분에서 울프는 여성이 글을 위해서는 매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함을 논제로 제시한다. 그 돈이 자기가 번 돈이든 유산이든 상관 없다. 창조적인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돈과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자신의 재산을 소유할,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달려 있지요. 그리고 여성은 그저 이백 년 동안이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언제나 가난했습니다. 여성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성에게는 시를 쓸 수 있는 일말의 기회도 없었던 거지요.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p.157)

 

울프는 마지막 장에서 작가의 의무란 '리얼리티를 찾아내어 수집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 남성과 동료가 되거나 대등해지겠다는 생각을 떠나 그저 자기 자신이 되라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가 공동의 거실에서 조금 탈출하여 인간을 서로에 대한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와 관련하여 본다면, 그리고 하늘이건 나무이건 그 밖의 무엇이건 간에 사물을 그 자체로 보게 된다면,(...)매달릴 팔이 없으므로 홀로 나아가야 하고 남자와 여자의 세계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세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p.165)

 

여성성에 고립되지 않고 여성이라는 성을 극복하기를 버지니아 울프는 말하는 듯 싶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남성성과 여성성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양성적인 마음이 창조적 예술로 이어짐을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은 처음 읽었다.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에서시작하여 시대별로 정리된 자신의 책장을 하나씩 살펴가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뻗어나가는 작가의 생각, 그런 여러 생각들이 책의 도입부분에서 말한 주제로 마지막에 가서 귀결되는 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울프의 여성문학에 대한 생각과 그녀의 문학론을 알게 된 점이 가장 좋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0-08-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현재 이 팬데믹으로 모두 집안에 있으니 자기만의 공간을 너무 가지고 싶어요 ㅜㅜ
모두 소리를 치고 있어요
현재 저희 집 상황 ㅜㅜ
(주제에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했습니다 ㅜㅜ)

coolcat329 2020-08-23 18:21   좋아요 1 | URL
아 ㅜㅠ 정말 100% 동감입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 이런 소통이 힘이 됩니다. 초딩님 건강 조심하시고 화이팅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