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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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읽은 책이다.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작품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독특한 제목과 감성을 자극하는 연한 하늘빛의 표지가 매력적이었다.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하다. 현재의 '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10개의 이야기. 잊히지 않는 사건과 시절, 그로 인한 상처와 죄책감, 외로움, 상실 등을 책 뒷 면의 메릴린 로빈슨의 평처럼 '한결같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물리학 교수 로버트가 시험으로 낸 단 한 명도 풀지 못한 방정식 문제처럼 이해할 수도 풀 수도 없는 삶이라는 방정식 앞에서 그래도 끊임없이 스스로 물어보고 반추하며 결국엔 차분한 어조로 말해나가는 10명의 화자들이 무척 인상이었다.

 

"헤더는 풀이를 제출한 유일한 학생이었어요."(p.93)

 

삶의 아프고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방정식의 답은 구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깨달음은 얻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런 인간에게서 배어 나오는 품위가 이 작품 속엔 가득하다.

10개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그 어떤 정서가 이 소설집을 완벽하게 받쳐주는 힘이라 생각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아술>, <강가의 개>. <외출> 이었다. 특히 선의로 무심코 한 행동이, 잘해보려고 한 행동이 끔찍한 결말로 이어지는 <아술>은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강도는 훨씬 약하지만 말이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섬세한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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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1-02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21세기북스 버전으로 소장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예전 표지가 더 마음에 들더라
구요.

어쨌든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오니 반갑더
군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었답니다.

coolcat329 2020-01-02 19:42   좋아요 0 | URL
네~~레삭님 리뷰 읽어서 알고 있네요. 저는 이번 표지가 더 좋은데, 아쉬운 점은 예전 책에는 옮긴이인지 작품해설이 있는거 같던데 요 책에는 없더라구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