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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개좋음
서민 지음 / 골든타임 / 2019년 8월
평점 :
사실 이번 추석 연휴 때 4일 동안 다른 사람의 강아지를 맡아줬다. 이 강아지는 교육을 잘 받았는지 산책할 때만 배변을 보기에 우리 가족은 아침 6시 반이면 일어나 산책을 나가야 했다. 크림색의 탐스러운 털은 비에 젖은 잔디밭을 걸어다니며 시커멓게 변하고 가끔 자기 몸에 냄새를 묻히면서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산책 한 번에 변을 4번이나 보고 중성화를 했는데도 수시로 마킹을 하며 더럽고 냄새나는 곳은 어김없이 가는 그 이쁜 강아지를 30~40분 데리고 다니다 집에 오니 하루 일을 다 한 것처럼 피로했다. 더러워진 발과 털을 닦아 주는 것도 일이었고 젖은 털 말리는 것과 눈 앞에 흘러내린 머리털 묶어 주는 것도 꽤나 인내심을 요구했다.
이런 산책을 하루에 2번은 꼭 해줘야 했고 어떤 날은 3번도 했다. 낯선 곳에 와서 스트레스 받을까봐 해줬지만 배변을 산책할 때만 보기 때문에 안 나갈 수가 없었다.
깔끔했던 거실은 어수선해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화초를 물어 뜯기에 모두 방으로 치우고 슬리퍼만 보면 물어서 신고 다닐 수가 없었다. 내가 부엌에만 들어가면 간절한 눈빛으로 내 뒤에 앉아 기다리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집안이 강아지 위주로 서서히 바뀌면서 스멀스멀 내부에서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개를 키워 본 적도 없거니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편이 너무나 키우고 싶어하지만 나는 강력히 반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몰래 사왔다가 한 번 난리가 나서 보낸 강아지가 바로 이 강아지라는 사실!
그래서 이번에 왔을 때 4일만 참으면 된다고 내가 못 키워 보낸 강아지이니 잘 대해 주자고 마음 먹었지만, 내가 이번에 느낀 것은 '아, 정말이지 이건 사랑으로 해야하는 일이구나.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하는 일이 아니구나' 였다.
외식을 하러 가는 것도 힘들고 무엇을 하든 강아지를 생각안 할 수가 없는 상황과 부딪히자 남편도 뭔가를 느낀 것 같았다. (꼭 이렇게 경험해야만 아는지...)
'앞으로 강아지 키우자는 말은 안 하겠지...'싶어 내심 잘됐다 싶었다.
저자는 말한다. 개는 함께 할 충분한 시간이 있고 언제 어떻게 아플지 모를 개 치료 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며 모든 자질구레한 수발(!)을 들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들만 키우라고.
'개의 삶을 감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신이 기르는 6마리 개 소개와 더불어 여러가지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개와 관련된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설득력있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반려견 입양을 고민하는 분들이나 또 이미 키우고 있는 분들, 또한 나같이 전혀 키울 의사가 없는데 그 마음을 더 굳히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사실은 강아지를 너무나 원하는 남편이 읽었으면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건데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4일 간 강아지와의 동거로 충분히 느꼈음을 확인했고 결국엔 하루 일찍 주인에게 데려다 줬다. 자기 동네로 차가 들어서자 강아지가 미친 듯이 흥분했다는 말을 듣고 이유도 모른 채 주인과 떨어져있던 강아지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매년 8만 마리의 개들이 버려진다고 하는데, 짧은 4일 간의 시간이었지만 남편과 아이가 잠깐 밖에 나갈 때마다 현관 문 앞에 엎드려 기다리던 강아지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내가 나갈 때는 전혀 기다리지 않았다 한다.)
이런 개를 버린다는 건 한 생명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개를 키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귀찮은 일이며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사실.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