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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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아서 읽고 나도 바로 사서 선물했다. 전작도 좋았지만
​이번 소설도 정말 좋았다. 두고두고 읽고 내 이야기를 떠올리고 울고 아프고 그랬다.

오늘 본 라방에서 '이번엔 서사보다 문장이나 감정에 중점을 두었다'고 했지만 나는 서사부터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와 재혼한 새어머니, 그리고 갑자기 생긴 동생. 동생은 아팠고 형은 아버지를 위해서 동생이 병원갈 때 동행했고, 그런 형이 따뜻했을리 없는데도 그래도 좋았던 동생의 이야기. 아버지는 새로 생긴 어린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친아들이 상처받고 있는 걸 몰랐고 새어머니는 잘못도 없는데 아무리 부어도 새어나가는 물바가지처럼 줄줄 새는 마음을 퍼넣느라 자주 울었다. 그리고 포커스가 흔들린 사진처럼 선명하게 확인해 보지도 못한 채 헤어져야만 했던 그 여름의 이야기. 이런 탄탄한 서사에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 균열을 더하고 마지못해 떼워나가는 게 아니라 그저 벌어지게 두어 버린 비감에 대해서 누가 이렇게 잘 그려낼 수 있을까. 닮고 싶은 부분이다.



감정은 또 어떻고. 작가님이 노력했다면 대성공이다. 나는 인물들의 복잡하지만 기어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심리(혹은 작가가 그려낸 행동)에 녹다운 된 기분이었다. 세상 일이라는 게 내 마음 먹은대로 잘 안된다지만 재하와 기하네 집은 어찌 이리도 어긋나는지. 이제야 조금 그 다정했던 여름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온전한 마음을 주고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사람은 죽고 없단다. 에휴, 그렇게 자꾸 어긋나는 게 현실인데도 맞아 맞아 주억거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그들이 어디선가 만나서 해묵은 마음도 터놓고 그동안의 단절도 극복하고 화해도 하고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 일이 더 드물다는 걸 마흔이나 먹고서도 모르는가.



기하가 능을 떠나면서 두고 온 게 없는데 자꾸만 두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는 말을 두 번 하는데 반복되는 그 문장에 줄곧 멈춰서서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지, 왜 이렇게 나도 두고 온 게 있는 모양으로 애가 타는지 몰라서 고심하였다. 재하가 수취인 불명의 편지를 보낼 때 내 마음 어딘가도 그렇게 떠나보내야 할 것 같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이 소설이 너무 좋아서 제정신 찾는 데 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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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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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문체 너무 사랑해요! 아직 못 받았는데 기대 만땅입니다!! 안 읽어도 좋은 느낌 뭐지 이거!!(선물 받고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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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나와 일 - 돈과 일, 그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
이원지 외 지음 / 얼론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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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적당양 이상의 돈이 없으면 상당히 괴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나야말로 또 인생의 새로운 포인트에 서 있다보니 여러가지로 이 책이 와닿았다.

이 책은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있는 열세명의 직업인이 말하는 ‘돈’과 ‘일’에 관한 에세이다. 사람과 직업은 달랐지만 기본 정서는 비슷했다.

우선, 돈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돈을 버는 것은 신성하고, 예술을 하든 소비를 하든 돈은 반드시 필요하니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벌라고도.

그리고 돈을 쓰라고 말한다. 모아서 부자가 되는 데 목표를 두지 말고 나를 위해 투자하라고 말한다. 돈이 적다고 안 쓰면 모이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 꿈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쓰라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서라도 쓰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는 배우 김의성 씨였는데, 문장이랑 생각이 좋았다. 실력을 키우라는 말, 나중에 잘해준다는 사람 말은 믿지 말라는 말, 진짜 잘해주는 사람은 지금 잘해준다고, 페이는 대우라고. 아는 말인데 읽는 이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말들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 내가 좋아하는 김중혁 작가의 꼭지를 읽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분! 바로 위로 받은 문장 하나, 또 작가님 내 상황 어떻게 아시고 또 이런 격려의 문장을 남기셨는고.

현재의 나를 믿는다. 지금 무언가 하기로 선택했다면 잘한 일이다.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면 잘한 일이다.

p.168

이 책은 금방 읽는다. 13인의 글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런 에세이를 어떻게 쓸까 생각한다. 김광혁 작가는 일이 돈을 담는 항아리라는데 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민한다. 나는 ‘직업’을 작금의 상황과 여건에서 스스로 내 시간에 대가를 매기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직업에 다시 뛰어들고 있는 만큼 그 수단을 굴려서 따뜻하고 성실하게 항아리를 찰랑찰랑 채우고 싶다. 그러나 꽉 안 찰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도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할 시간도 사고, 좋아하는 것들도 사들이고, 온기를 나눠야 하는 곳에 힘을 보태야 할테니까. 갑자기 떨리고 울린다. 가자, 돈 벌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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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 4인4색 산문집
열일쓰 지음 / 부크크(book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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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은 다 자랐지만 지금도 자라고 있는 어린 아이들은소풍을 경험할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건물 안에서 닫힌 교육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나가서 뛰어 놀며 손에 잡히는 모든것을 체험하는 그런 경험이 많았으면 좋겠다. 좋은 기억은 오래도록 힘이 되니까. 하늘 아래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이 좋아하는 김밥 재료처럼 맛있는 에너지가 될테니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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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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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다 컸다고 버럭버럭 대어 들 때 하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한번씩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말했다. 어떻게 키웠는가 하니 스물 넷 어린 나이에 낳아서 길렀다. 나 중심의 삶에서 애 중심의 삶으로 바뀌었고 내 커리어 보다 누구 엄마 경력 쌓고 살아 온 시간이 더 깊고 짙었다. 그런 삶은 17년동안 지속 됐다. 그것이 생명을 가진 후에 나의 선택이었다.

"그러니까, 실수로 낳았다는 말이잖아."

사춘기 온 탑 찍는 아들을 보며 여느 때와 같이 던진 말- 그러니까 내가 널 어떻게 낳...- 에 그날따라 돌아온 칼날 같은 대답에 갑자기 멍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지. 실수로 낳은 건 아니지 이누무 자식이. (대답도 안 듣고 휙 가버렸다)

청소년 소설 [얼음이 빛나는 순간]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시절을 보내며 선택의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인생의 새로운 장면은 펼쳐지고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의 장면은 사라지고 만다. 애초에 없었던 장면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한 면을 선택했을 뿐이다. 선택은 사람을 나아가게 한다. 바로 후회하고 머뭇거리는 선택일지라도 결국엔 어디론가 나아간다. 돌이키는 건 대체로 어려우며 결국에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혹 누군가 내 버튼을 마음대로 누르려고 한다면 짙은 열패감에 휩싸여 원망하게 될 것. 결국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하고 싶어한다. 마치 가능할 것처럼 도망칠 때도 있지만 결국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소설은 스스로 한 선택에 기꺼이 절망하지 않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기숙 고등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때로는 아버지의 간섭을 피해서 멀리 떨어진 시골의 기숙학교에 온 동창생의 이야긴가 보다 하고 읽으며 방심했다. 그러다 충격적인 반전에 놀랐다. 내 이야기이기도 해서 더 놀랐다. (아니 작가님 이렇게 저를 후려치시깁니까...ㅋㅋㅋ)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누군가 내게 인생에 대해 깨달은 단 한줄을 말하라고 한다면 '부딪치고 깨지지 않으면 절대로 어른이 될 수 없다'라고 말하겠다. 이제 겨우 마흔일 뿐이지만 팔십이 돼서도 여전히 같은 대답일 것 같다. 성숙의 순간은 반드시 파쇄의 과정을 거친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은 녹을 때다. 얼음장은 깨지며 빛을 발한다. 마지막 장면들을 위해서 소설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 장면은 독자를 톡톡히 위로 하기도 한다. 비틀린 순간들을 겪어내고 빛나는 한 때를 맞이하는 것은 비단 어린 학생들만이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을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인생 소설로 읽었다.

물가에 있어 보면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서 얼음장이 곧추설 때 그래. 그때 햇빛이 반사돼서 빛나는 건데 그 빛이 얼마나 이쁜지 몰라.

얼음장이 그런 빛을 내려고 하면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하는 거야.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야.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거야.

p.241

원문의 사투리를 표준어로 고쳐서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ㅈㅎㄹ 잘 들어. 나는 실수로 너를 가진 게 아니라 우연히 - 뭐 물론 우연이 너무 급하긴 했어- 너를 만나게 됐어.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 사랑하면서 살자. (내가 대답하기 전에 어디 좀 가지마) ^_^씨익

오늘 좋은 소설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차례가 안 돌아와서 말은 못했지만) 독자를 움직이게 하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말이 바뀌면 좋은 소설이라고. 질문자는 좋은 소설은 '질문을 많이 한 소설' 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왜'와 '어떻게'를 던지면서 쓴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이금이 작가님의 소설은 '왜'가 잘 돼 있었다. '어떻게'의 부분은 살짝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주인공의 선택이 나의 선택과 비슷해서만은 아니다. 알차게 여물어 갈, 감히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이후의 시간이 기대돼서 좋았다. 행복했다.

소설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 또 한 번 힘을 얻는다.


인생은 우연에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기라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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