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아서 읽고 나도 바로 사서 선물했다. 전작도 좋았지만이번 소설도 정말 좋았다. 두고두고 읽고 내 이야기를 떠올리고 울고 아프고 그랬다. 오늘 본 라방에서 '이번엔 서사보다 문장이나 감정에 중점을 두었다'고 했지만 나는 서사부터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와 재혼한 새어머니, 그리고 갑자기 생긴 동생. 동생은 아팠고 형은 아버지를 위해서 동생이 병원갈 때 동행했고, 그런 형이 따뜻했을리 없는데도 그래도 좋았던 동생의 이야기. 아버지는 새로 생긴 어린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친아들이 상처받고 있는 걸 몰랐고 새어머니는 잘못도 없는데 아무리 부어도 새어나가는 물바가지처럼 줄줄 새는 마음을 퍼넣느라 자주 울었다. 그리고 포커스가 흔들린 사진처럼 선명하게 확인해 보지도 못한 채 헤어져야만 했던 그 여름의 이야기. 이런 탄탄한 서사에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 균열을 더하고 마지못해 떼워나가는 게 아니라 그저 벌어지게 두어 버린 비감에 대해서 누가 이렇게 잘 그려낼 수 있을까. 닮고 싶은 부분이다. 감정은 또 어떻고. 작가님이 노력했다면 대성공이다. 나는 인물들의 복잡하지만 기어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심리(혹은 작가가 그려낸 행동)에 녹다운 된 기분이었다. 세상 일이라는 게 내 마음 먹은대로 잘 안된다지만 재하와 기하네 집은 어찌 이리도 어긋나는지. 이제야 조금 그 다정했던 여름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온전한 마음을 주고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사람은 죽고 없단다. 에휴, 그렇게 자꾸 어긋나는 게 현실인데도 맞아 맞아 주억거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그들이 어디선가 만나서 해묵은 마음도 터놓고 그동안의 단절도 극복하고 화해도 하고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 일이 더 드물다는 걸 마흔이나 먹고서도 모르는가. 기하가 능을 떠나면서 두고 온 게 없는데 자꾸만 두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는 말을 두 번 하는데 반복되는 그 문장에 줄곧 멈춰서서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지, 왜 이렇게 나도 두고 온 게 있는 모양으로 애가 타는지 몰라서 고심하였다. 재하가 수취인 불명의 편지를 보낼 때 내 마음 어딘가도 그렇게 떠나보내야 할 것 같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이 소설이 너무 좋아서 제정신 찾는 데 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