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기욤뮈소를 게걸스럽게 읽은 적이 있다. 우연히 발견한 [내일] 이후에 도서관에 있는 기욤의 책을 몽땅 읽고 그 후에 나올 때마다 읽었다. 가장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책은 [센트럴 파크]와 [종이여자]! 오해와 갈등으로 서롤 알아보지 못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와 판타지가 가미된 미국식 사랑이야기가 특히 강렬했는데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적 요소도 기욤의 빼놓을 수 없는 장기였다. (소설에서 걸어나오는 종이여자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ㅋㅋㅋ 말할 수는 없지만 뉴욕 경찰의 마지막은 또 어떻고 ㄷ ㄷ)순차로 리커버 특별판이 나오고 있어서 훑어보다가 응? 이 책은 처음인데?? 오래된 거라 헷갈릴 수 있어서 확인했더니 역시 안 읽은 책이었다. 엇 이건 운명이여. 이걸로 하자! [사랑하기 때문에]예상대로 술술 잘 읽혔다. 기욤뮈소는 페이지터너의 명성에 걸맞게 역시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다른 소설에 비해 등장인물이 많았는데 딸을 잃고 일상을 놓아버린 남자 마크와 그의 오랜 친구 터너,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 구설수 부자 앨리슨, 거리의 부랑아 에비까지!! 게다가 5년 전에 잃어버린 어린 딸 라일라까지!! 이 많은 인물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종종 과거에 얽매이느라 현재를 낭비하고 주저없이 미래를 포기한다. 물론 딸을 잃은 아버지에게 이제 그만 잊어라 함부로 말할 수 없고, 억울하게 엄마를 잃은 소녀에게 복수를 멈추라고 말할 권리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다. 과거에 있었던 좌절을 붙잡고 미움과 원망으로 현재를 낭비하느라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소설 속 과거는 너무 극단적이긴 하다. ㅎㅎㅎ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굿윌헌팅>이 생각았다🤭 마음이 제일 갔던 사람은 터너였다. 얼굴은 누구보다 멀끔하지만 몸은 화상으로 성한 곳이 없는 사람. 누구도 그의 아픔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책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있었다. 극복이 어려운 일을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견디는 것도 괜찮다. 과거를 모두 잊으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과거의 아픔도 나니까. 기욤뮈소의 소설에는 챕터별로 명문장이 하나씩 수록돼 있는데 그것만 읽어도 정말 좋다. 초여름 선선한 밤에 따끈항 치유의 강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쉽게 읽지만 긴 여운이 남는 영화같은 소설을 원하는 분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