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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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가 감수했다고 하면 일단은 믿고보는 경향이 있는 나에게 이 책은 행운과도 같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사람이라면 일단 이 책 제목이 주는 궁금함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기적 유전자에 이어 이기적 감정이라니! 감정이 이기적일 수도 있나? 감정도 진화를 목적으로 일부러 발현된다는 걸까? 궁금함을 한가득 안고 책을 펴 들었다.




작가는 정신과의사다. 진화생물학으로 정신장애를 설명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고자 했다. 저자는 인간이 왜 병에 걸리는지 진화심리학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감정이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서 알맞게 인간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딱다구리가 벌레를 먹기위해 나무를 잘 쪼도록 진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인간은 몸과 마음이 병에 걸리기 쉽게 진화해버렸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인간에게 감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은 상당히 약하다. 저자는 감정은 우리의 행복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나쁜 감정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


고통과 통증은 나쁜 감정과 같이 오기마련이다. 그것은 인간이 질병이나 사고로부터 공격받기 이전에 자기 방어가 되기도 한다. 폐렴환자가 너무 기침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죽는다고 한다. 얼마전부터 있어온 심장의 답답함이 협심증을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환자가 갑자기 짜증이 많이 나고 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든다면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마냥 좋은 감정이 아니라 외려 나쁜 감정인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일반적 상황으로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성격 같은 내적문제에서 찾으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기본적인 귀인 오류' 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들어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은 그 높이만으로도 위험성을 장착한다. 나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이 그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높은 건물이지만 내적 문제는 공포증이다. 하지만 때론 공포증이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도 한다. (물론 과도한 것은 차치한다)


질투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질투가 없으면 결혼이란 제도도 없을 것이다. 인간을 제도안에 묶고 질서 속에 살게 하는 것은 '감정' 의 산물이다. (제도가 파괴됐을 때 여자와 아이들이 얼마나 위험할지는 적으나 마나)


이 책은 수 많은 비유적 예시와 관련 서적과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서 독자에게 저자의 핵심을 이해시키고 있다. 다소 어려운 단어를 제외하고는 읽기에는 무리가 없는 책이다. 다만 상당히 방대한 양을 다루고 있고, 진화심리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지고 있으면 상당히 도움되는 책인 것 같다.


인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을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슬픔에 관한 부분이다.


어린이 영화였지만 나는 보면서 울고말았다. 우리가 늘 재수없다고 무시했던 '슬픔' 이라는 감정을 직시할 때가 왔다. 왜냐하면 그 슬픔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서 사별을 예로 들며, 슬픔을 지연하는 것이 훨씬 위험한 상황이며, 슬플만큼 슬퍼해야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100% 동의한다. 사람에게는 문제 상황에 나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찾아 감정을 같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슬픔의 힘이고 , 전문용어로는 '수색이미지' 라고 한단다.


희노애락애오욕은 양날의 검을 가졌다. 없어서도 안되고 지나쳐서도 안되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라면 이 것을 제대로 활용하여 발전의 도구로 삼을 정도의 분별은 지니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사회는 저 일곱가지 감정이외에도 공포라는 감정이 심각할 정도로 퍼져있다. 그래서 혐오가 양산되고 정신병이 만연한 사회가 돼가고 있다. 그것은 저자의 말대로 미디어 때문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말처럼 육식 때문일 수도 있고, 도시로 몰려들어 자연대신 공업이나 산업과 친해지면서 빚어진 부작용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우리는 타인과 나의 감정을 위한 연구와 배려를 잊어서는 안되겠다.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 [이기적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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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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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가 종전의 히트를 쳤는데 저는 아직 못 읽었어요. 이 작품 너무 기대되네요!! 책 오는대로 열심히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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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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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기호 작가의 추천사를 보고 무척이나 궁금했던 책이다. 또, 자음과 모음의 새소설 시리즈를 알기에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사건은 의문의 메일로부터 시작됐다. 전자상가의 사람들에게 전달된 총 설계도. 만든사람은 12. 반대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제작에 성공하고 쏘면 비트코인 시세 80억을 준단다. 안만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그 총은 터지고 난사된다. 서울 시내가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인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빠르게 읽어나갔다. 엄청 가독력이 좋다고 생각은 안했다. 짧은 챕터로 달라지는 서술자들은 적응하자마자 낯설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나는 빨려들어가듯이 결말로 향하고 있었다. 범인이라고 일컬을만한 사람은 누구인지 이 모든 사건들이 상징하는 바가 뭔지.


처음 챕터는 총에 맞은 오수안의 서술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후에 윤정아, 임다인, 박창식을 거쳐 오수안으로 돌아오는데 그 후에는 다른 인물들도 끼어있다. 독자는 이 많은 인물들의 눈을 거치며 사건의 핵심에 다가간다.


그런데 중간에 좀 이상한 부분도 있었다. 아마도 작가가 추구한 상징의 세계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거겠지만 오수안이 처음부터 오레오를 가지고 심상치않은 일을 벌이는데 고게 좀 의문이었다. 첫파트에서 병원에 입원한 오수안이 오레오를 먹는데 -먹는게 한가지 종류뿐이다- 뭔가 그 바삭하지만 부드러운 질감, 입안에 넣었을 때의 나름의 황홀경 같은 거는 조금 억지스러웠지만 이해는 갔다. 하지만 오수안이 뒤에가면 오레오를 얼굴에 바르고, 끓여먹고, 심지어 담배처럼 태운다. 곱게 빻아서 필터에 크림까지 묻히는 장면은 상당히 컬트적이었다. 이유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제목이 그래서 스모킹오레오 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오수안이 총에 맞아서 저런 일을 하나? 싶으면서도 내 정서로 완벽히 이해되진 않았다. 뭐 워낙 소설 속 인물은 문제적 인물이니까!


아무튼 대한민국은 총기소지는 불법으로 지정된만큼 상당히 안전한 나라라고 자부했지만 소설일지언정 자꾸만 시내복판에서 총이 쏴지니 무섭긴 했다. 세상에는 돈 많은 또라이가 참 많구나 싶기도 했다. 돈으로 남을 좌지우지 하려고 하고 불법을 합리화시켜 사회를 테러하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악의 무리가 비단 소설만의 일이겠냐 싶기도 했다.


근데 나중에 귀신도 나오고 총이 빙의되기도 하고 해서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음 범죄느와르물이 애니메이션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융합은 불가역적이에요.

오수안은 이제 없습니다.

분리가 된다고 해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하고요.

저한테 중요한 건

멍청한 게임이 끝나서 더 이상

아무도 죽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오레오가 죽여준다는 것뿐이죠.

p.225


작가 김홍에겐 이 책이 첫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독특한 상상력과 실과 허상을 넘나드는 장면의 묘사가 이 작가의 색채인지 궁금하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읽고 두 작품을 비교해보고 싶다. 얼마 전에 읽었던 [무차별 살인법]이 생각났는데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자기를 신격화 해 물질을 가지고 인종을 청소하려고 드는 현대판 히틀러들이 존재해 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서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최무진의 [인더백] 같은 느낌도 살짝 보이고, 김동식의 수많은 장편(掌片)소설들도 생각이 났지만 결국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나의 감성에는 어렵고 불편한 그런 작품 세계였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이 젊은 작가를 알게 돼서 반가웠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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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 우리 안에 스며든 혐오 바이러스
박민영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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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스며든 혐오 바이러스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박민영

북트리거



눈먼 돈, 장님 코끼리 만지기, 병맛,

벙어리장갑, 귀머거리 3년



평범하게 썼던 관용어이자 속담 가운데 엄청나게 많은 혐오 표현이 있었다는 걸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나름 넓은 사고와 이타심을 정말 나름대로 지녔다고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 굉장히 오만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말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혐오 발언이 있었는지 체크해보니 부끄럽기가 이를 데 없었다.


어제도 아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우리 집에 게임충이 두 마리 있어요, 정말 극혐이에요.' 라고 말했다. 엄마야 늘 재밌게 말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말해도 본인은 게임을 끌 생각이 없으므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아들이다.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저 말들 가운데 -농담일지라도- 써서는 안되는 단어들이 있다. 솔직히 벌레라는 표현을 붙여서 '-충'이라고 말하는 것이 혐오 발언이라는 걸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진지충, 급식충, 맘충, 틀딱충 등등 붙이기만 하면 말이 돼 버리고 그 어감에 따라 의미를 이해해 버리는 세상이 왔다. 공통된 하나의 습성을 싸잡아 한 번에 비난하는 잘못된 일반화에서부터 근거 없는 혐오 사상까지 너무나 많다. 말로 인한 상처가 실제 물리적 폭행을 휘두르는 트리거가 될 때까지도 혐오의 말들이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쉽게 쓰이고, 널리 쓰인다.


아직도 심각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혹은 문화로 받아들여 버리는 그 그릇된 혐오의 버릇들을 고치기 위해서 이 책은 꼭 널리 읽혀야 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왜 혐오 발언을 쓸까. 그리고 어쩌다가 혐오를 하게 되었을까. 누구나 개인의 생각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모두 같을 리 없다. 반대도 가능하고, 비판도 가능한 세상이다. 그렇지만 혐오는 미워하는 것을 넘어서는 극단적인 생각의 발로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집단을 싸잡아 욕하는가.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위만으로는 부족하다.

혐오에 대한 메타지성이 필요하다.

혐오가 정치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던 논리적 맥락 속에 있으며,

그 역사적 연원은 무엇인지, 그 발생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고,

인식이 바뀐다.

p.15



저자 박민영은 혐오를 4개로 나누었다. 세대 혐오, 이웃 혐오, 타자 혐오, 이념 혐오.


세대 혐오 중 가장 처음이 '청소년 혐오'였는데 청소년을 기르는 엄마로서 나도 모르게 내 아들을 '중2병'이라는 거에 가두고 그 시기는 저렇게 미쳐날뛰는 시기니 김정은이 대한민국 중2들 때매 못 쳐들온다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던 엄마였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작가의 글에 반성과 성찰과 더불어 내가 왜 그렇게 가감 없이 혐오적인 생각과 발언을 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좋았다. 작가는 혐오가 어디서 기인했는 줄 알면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안다고 생각한듯하다. 그래서 어쩌다가 사람이 세대별로 나와 다른 세대를 혐오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청소년이 급식을 무상으로 지원받는 것은 그 애들이 쓸모없는 아이들이 아니며, 그 부모가 세금으로 그것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므로 '급식충'이라는 말은 전혀 이유 없는 혐오이다. 또, 사회가 부조리해서 생기는 온갖 문제들을 청소년이 질풍노도의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오히려 어떤 세력이 이익을 목적으로 그런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치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여성청소년에 대해 이중으로 혐오해 그것이 자연적으로 여성 혐오로 이어지게 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혐오의 뿌리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서 읽으면서 여러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살면서 가장 화가 나는 혐오 발언 중에 하나는 '맘충'이라는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거의 가장 먼저 나온 혐오 발언이 아닌가 싶다. 내가 엄마여서 아마 더 와닿는 발언이겠지만 나는 그것이 그저 일부 몰지각한 엄마들 때문에 빚어진 말인 줄만 알았다. 물론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청소년의 반대자로서, 소비주의의 포로로서, 기업에 착취당하고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존재로서 발현된 혐오가 기혼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모든 문제 상황이 단 하나의 원인으로만 비롯되지는 않는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깨달은 바가 크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노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왜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폐지를 주울까. 왜 노인은 역정을 잘 내고 늘 굶주리고, 빈한할까. 왜 노인은 기피 대상이 되었는지 그 뿌리가 어딘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노인 혐오' 파트도 읽어볼만했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늙는다.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아무리 다짐해도 사회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도 여전히 소리만 지르는 노인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 노인들에게 갖는 엄청난 부담과 피해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조목조목 따져주는 작가에게 고맙기까지 했다.


'이웃' 혐오 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혐오의 시선을 담았다. 가장 어려운 파트는 장애인 혐오였다. 동성애 혐오와 세월호 혐오는 안하면 그만인데 장애인 혐오는 아주 뿌리박힌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장애인 시설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시설을 만드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걱정한다. 장애인 시설을 만드는데 비용이 드는 이유는 새로 만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비장애인이 기준이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편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다. 살다가 리모델링을 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드는 법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만들고 시작했더라면 따로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 아닌가. 생각이 전환 이자 그것이 사실이다. 무조건 더 많은 사람을 기준으로 삼는 것 때문에 부차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장애인 혐오의 발판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반대로, 장애를 이유로 삼아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요즘 살인사건이나 아동학대 사건이 나오면 무조건 조현병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진짜 조현병을 앓는 사람은 무조건 혐오하고 본다. 완벽한 차별을 양산하는 잘못된 언론 플레이도 멈춰야 한다.


알지 못하고 지은 죄는 엄청나다. 세월호 혐오 파트를 보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원한 적도 없는데 정치와 결탁한 언론이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 역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이웃'을 혐오하다 장(場)에 '피해자' 혐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성폭행 피해자 혐오는 말도 못 할 지경이다.


내가 이 책을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모두가 읽어야 하는 좋은 책이란 점이다. 이 책을 반 정도 읽었을 때 정치색이 너무 강하지 않나 생각했다. 어느 날 모임에서 내가 이 책을 이야기했을 때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술에 술 탄 듯 알 수 없는 정치색을 지닌 사람보다는 한 가지 소신을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훨씬 낫다고. 듣고 보니 그렇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을 수용하고 말고는 독자의 판단이다. 다만, 이 저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연구한 모든 것이 이 사회의 지독한 혐오 사상을 조금은 느슨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았던 챕터는 '정치혐오'였다. 솔직히 말하면 정치 얘기 안 좋아한다. 투표할 때 찍는 '당' 은 있지만 돌아가는 현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데 저 파트를 읽고 왜 정치를 혐오하게 됐는지, 왜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많이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나의 이 깨달음이 혐오로 젖어가는 이 사회에도 스며들어서 이제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데올로기 생산에 있어서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사람은

아무래도 지식인 계층일 것이다.

뜻있는 지식인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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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 건축을 시로 만든 예술가 클래식 클라우드 23
신승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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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발자취를 신승철 교수의 필담으로 만난다! 발간이 거듭되며 탐서가들 사이에서 단연 으뜸으로 자리잡고 있는 클래식클라우드의 스물 세번째 페이지, [르코르뷔지에] 편을 읽었다.

내가 필로티 건축물을 처음 본 게 언제였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일기라도 써놓는 건데! 지금은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건물 형태고 특히 주차대란에 시달리는 빌라들을 볼 때면 필로티가 아닌 것에 괜히 분개할 정도로 익숙한데 아마도 처음 봤을 때는 무척이나 신기했을 것이다. 건물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무수히 보고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필로티를 설계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모르고 살아왔던 지난날이었는데 어느날 초등학생 딸이 보는 위인전집에서 르코르뷔지에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다. 몇 년전에 읽은 거지만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필로티는 물론이고, 인간의 크기에 맞게 가구를 배치하고 싱크대 같은 주방가구를 조절해서 설계한다는 모듈러 방식이 기억에 남았다. 또, 일반적인 성당과 다르게 지어진 롱샹성당과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친구의 집을 갤러리 형태로 만들기위해 계단이 아닌 오르막길의 형태로 복층을 설계한 것을 보고 우아, 우아를 연발했던 기억이 났다. 마지막으로 인도의 도시 찬디가르를 설계한 사람이라는 말에 으잉? 했었다. 어린이 책이므로 업적만 시간의 순서대로 도열돼 있을 뿐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그 책에 상당히 매료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만날 운명이었던 걸까.

르코르뷔지에는 스위스 라쇼드퐁에서 시계 장식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스위스는 워낙 시계가 유명하니까 한 나라의 장인정도 될 것 같다. 르코르뷔지에의 본명은 에두아르인데 이 책에서도 거의 본명을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알아두는 게 좋겠다. 에두아르도 아버지를 따라 시계 장식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스승 샤를 레플라트니에를 만나면서 건축가가 된다. 역시 인생에 있어서 좋은 스승은 길이되고 진리가 된다.

에두아르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유명 건축물을 돌아본다. 그런데 그는 건축양식만 보는 것이아니라 장식가의 면모를 드러내며 색채, 프레스코, 조각 등 장식디자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뭐 여기까지만 보면 유럽의 여타 예술가들과 다를바가 없지만 내가 르코르뷔지에를 위대한 예술가라고 여기는 것은 그가 다른 시각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애를 가지고 있던 르코르뷔지에는 편안한 건축가의 삶이 아니라 다소 어려운 길을 택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설계하고자 마음먹기도 했다.

에두아르는 친구랑 동방여행을 계획한다. 독일, 체코 등 동유럽을 지나 이스탄불, 그리스 등을 돌며 건축에 대한 본인의 시각을 넓히고 공법화한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여러가지 건축적 업적을 남기는데 이미 유명해졌지만 안주하지 않고 비종교인이면서도 종교적 건축물인 성당과 수도원을 건축하기에 이른다. 돈 벌기 위해 그냥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자세를 겸허히 하며 그가 받은 감동을 재현하는 건축양식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대단히 천재적이고 비범한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도 있었다. 사보아 건축물은 물이 새서 입주민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유럽 백인 남성답게 이상주의자이기도 해서 기하학 형태와 정돈된 비례를 선호했다고 한다. 자연도 기하학이어야 했다. 그런 시각은 좀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건축이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르코르뷔지에는 정말 예술가였다. 늘 실용이나 기하학에만 집착했던 그의 단호한 모습이 깨어진 부분이 있었는데 그리스 아토스산에서 드높은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청춘의 희열과 고독을 동시에 경험했다고 한다. 그가 흘린 뜨거운 눈물이 종교적 성찰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위대하고 장엄한 것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그의 건축은 예술임과 동시에 시(詩)가 되어가고 있었다.

에두아르는 현대 건축의 시초인 돔이노 건축을 하고,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 리우데자네이루, 알제 등에서 현대도시들을 건설하기도 했다. 레지스탕스에 가담하기도 했다. 피카소와 예술적 교류를 나누기도 했는데 갑자기 아는 사람이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 책은 워낙 방대한 것을 다루는만큼 리뷰에 다 적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이렇게 생각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문장력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르코르뷔지에라는 사람을 제대로 소개받은 기분이랄까.

삶 자체가 특별했던 사람 르코르뷔지에. 죽는 것도 평범 할 수가 없다. 태양으로 헤엄쳐 가는 것을 동경했던 에두아르 할아버지는 73세의 나이로 바다에서 익사로 생을 마감한다. 가장 빛나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헤엄치면서 장엄하게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다. 진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르코르뷔지에는 지중해에서 예술적 영감으로 다시 태어나고, 지중해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원래의 것으로 회귀라고 일컫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게 예술이라면 건축이야말로 생활에 밀접한 가장 친근한 예술이다. 미술이나 조각, 음악과 문학은 인간의 정신을 이롭게 하지만 공간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건축은 인간이 생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 중의 하나인 '주'를 담당하면서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면서 '주(住)' 에게 인간 본연의 감정을 중시 여기는 공간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단 '남의 눈', '평수' , '물질적 가치' 로만 가치를 두고 있지는 않나 싶어 반성하게 됐다.

때론 인류애적인 감성으로, 때로는 미(美)에 대한 경외와 찬양으로, 때론 거부할 수 없는 거룩함과 신성으로 현대건축의 미래를 선도했던 르코르뷔지에를 만나게 돼서 정말 정말 좋았다.

특히 아름다운 사진들과 르코르뷔지에의 말과 사상들을 꼼꼼하게 만날 수 있어서 넘 근사한 경험이었다. 비대면 언택트 사회에 이 책으로 돌아가신 천재 건축가 양반과 제대로 조우할 수 있게 돼서 클래식클라우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참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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