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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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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의 이념과 개인의 자유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꾸준히 증명해 왔다. 오랜세월 동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완전한 가치를 찾지 못한 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거대한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현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완전한 가치를 찾기 위한 인류의 모색은 끊기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다. 개인의 자유가 국가의 이념에 상충되지 않는 완전한 삶의 모습에 대한 탐색은 오늘날 문학이 당면한 크나 큰 과제 중 하나다. 영어로 글을 쓰는 중국계 미국작가 하진은 그의 소설 <자유로운 삶>에서 이러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색한다. 작가 자신의 체험이 강하게 반영된 듯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중국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항하여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개인의 갈등을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나라를 배경으로 풀어낸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 난 우를 통해 조국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내보이는 것에 전념한다. 미국 사회에서 중국 본토 출신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걸림돌로 생각하는 난은 조국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타국 생활을 꾸려나간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이라는 사회에 완전하게 안착하지도 못한다. 이는 한 개인의 뿌리가 훗날 개인의 의지를 무력화 시킬 수 있을만큼 한 사람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난과 핑핑의 미국 생활을 추보적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다른 수많은 중국 이민자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영주권을 위해 늙은 미국인 여자에게 빌붙어 살아가며 영어를 배울 생각이 없는 잡지 편집장, 신사적인 흑인 손님에게 반해 남편을 버리는 여자, 국가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동료들을 배신하는 유학생 등 수많은 이유로 미국 사회에 정착하게 된 많은 중국인들이 등장한다. 이 중에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고, 다른 문화에서는 아무 것도 얻기를 원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소설은 이러한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그려내면서 당대 중국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난과 그의 아내 핑핑은 자유를 억압하는 조국의 품을 떠나 미국으로 오는데, 그들이 그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유로운 삶'이다. 작가가 풀어내는 자유의 문제는 때로는 정치적이고 때로는 경제적이다.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고 개인의 모든 행위가 조국과 국가에 통제 받는 억압적인 중국 사회를 떠나 모든 것이 개인의 자유 의지로 가능한 자유주의 국가 미국에서 그들은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적인 궁핍과 인종 차별에 시달리며 자유로운 삶을 반납해야하는 힘겨운 삶을 여기에서도 이어간다. 누구도 그들을 외적으로 압박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유전자에 새겨진 사고는 보이지 않는 억압 기제가 되어 난의 미국에서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든다.  이 젊은 부부의 미국 생활을 소설은 단조로운 플롯으로 쫓아가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정치적, 경제적 자유가 한 개인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일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꽤나 정치적이지만 동시에 문학적이다. 국가와 개인의 문제를 당대 중국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모색하려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가령 국가가 개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난의 견해와, 국가를 위해 개인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논조를 발표하는 만핑 류선생의 갈등 같은 것은 이 소설의 정치색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이 소설은 비록 서정성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정신적 자유로서의 문학의 역할을 거듭 언급함으로써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 반영이라는 소설의 참여적 측면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순수 문학으로서의 문학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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