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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의 노래 - 잊혀진 여걸 강빈 이야기
김용상 지음 / 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김용상의 <별궁의 노래>는 소현세자의 세자빈인 강빈이라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역사소설이다.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지 못했던 소현세자에 대해서는 최근 김인숙의 소설 <소현>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는 터라, 소현세자빈의 이야기는 소현 세자에 대한 관심의 붐을 타고 얼마든지 흥미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서문에 따르면 이 소설은 <소현>보다 앞서 출간되었다. 작가 서문의 이러한 언급은 분명 <소현>이라는 작품을 염두에 둔 의도로 보이나 두 작품은 시대만 공유하고 있을 뿐 비교선상에 놓기가 힘들어 보인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은 역사소설을 읽는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므로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그간 역사에서 조명하지 않았던 소현세자빈을 현대적 여성상으로 재해석한 시도는 참신하다. 다만 인물의 관계에서도 도식적인 선악의 구조를 답습하여 갈등구조를 단순화시킨 점은 아쉽다. 또한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산만하게 흩어져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역사소설로서 이 소설은 많은 미학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역사소설을 쓸 때는 완전한 허구의 창작물을 생산할 때 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역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역사소설은 자칫하면 역사적 사건의 단순 나열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의 역사와 창조적 허구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역사를 왜곡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역사에 대한 재해석을 내림과 동시에 허구적인 재미까지 보장해줄 수 있어야 훌륭한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역사소설에서는 시대와 언어의 정확한 고증, 인물에 대한 내밀한 탐구, 문체의 전아함, 실제 사건의 보다 극적인 구성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별궁의 노래>는 한 시대상의 정확한 고증이 빈약하다. 인물들의 말투는 현대어에 가깝다. 또 풍속과 세태의 고증보다 참고자료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 사건의 서술이 주를 이룬다. 소현세자빈을 당대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묘사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렇게 창조한 세자빈의 인물형에 큰 설득력을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세자빈의 사회적 위치와 당대 사회 분위기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형성되었을 인물형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은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예컨대, 민생에 대해 고민하는 세자빈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그려진 것이 아닌데, 민생고를 이유로 들어 성리학을 비판하는 세자빈의 모습은 생뚱맞다. 대사를 통해 뜬금없이 성리학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보다 당대 사회와의 역학관계 속에서 부딪히는 어떠한 갈등을 그림으로써 그 입장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설의 서술에는 말하기(telling)와 보여주기(showing)의 방식이 있다. 작가가 친절하게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를 일러주는 '말하기'는 독자를 편하게 하지만 독자의 상상을 차단해 소설 읽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반면 '보여주기'는 인물의 행동을 세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그 성격과 심리를 짐작하게 한다. 이 때 독자는 소설 읽기의 녹록치 않음을 느끼지만 동시에 상상이라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행간을 채워놓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별궁의 노래>는 모든 것을 서술자가 알려주고 있어 독자의 독서활동에 필요한 노력이 그리 필요하지는 않다. 그런만큼 긴장감이 떨어지고 여운이 적다. '말하기'를 과도하게 사용한 문체적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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