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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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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물과 사람들에 이야기가 두서없이 섞여 있다. 그러나 특별한 테마도 없이 떠도는 이 26편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노라면 그것들이 모두 '바깥'이라는 구심점을 향해 모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는,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던 스포트라이트 바깥 세상의 이야기들이다. 이처럼 그간 주목 받지 못한 세상을 주목하는 기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우리가 사는 곳이 생각보다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이 이책 최윤필의 <어느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의 매력이다.

작가가 찾아나간 세상 밖은 다양한 사람과 사물,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이목을 끄는 소식들과 최신 유행, 첨단을 남들보다 빨리 전해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대형 서점 대신 파쇄공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 대신 '찌질한' 괴짜 인디 밴드를 찾아나선다. 그렇다고 해서 사소한 것이 밀려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강한 항변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다양한 존재들에 대해서, 그들이 꿈꾸는 것들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사실들을 전달하려고 애쓸 뿐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관심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수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 개의 상영관을 가진 멀티플렉스 극장이라든가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가수나 올림픽 메달리스트, 불교와 기독교 따위의 메이저 종교들과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시대의 관심사는 그 정보 또한 차고 넘친다. 게다가 잦은 노출과 시선의 집중으로 인해 습관적인 관심이나 맹목적인 추종으로 치달아 존재 자체가 지닌 가치가 희석된 경우도 많다. 동심원의 안쪽, 가장 좁은 면적을 차지하려고 아웅다웅하는 안쪽의 세상은 치열함만이 남은 듯 하다.

그러나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은 사뭇 다르다. 노인들을 위한 2천원 짜리 고전 영화 상영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보다는 묵묵히 훈련하는 2인자 국가대표 선수, 무속과 유교 같은 사라져 가는 전통 사상 등이 그런 것일 진대, 이들에게는 좀 더 넒은 바깥을 꿰차고 앉아 있는 존재로서의 여유마저 느껴진다. 작가가 주목하는 대상은 관심 밖의 존재라기 보다 아예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던 그런 존재들인 경우가 더 많다. 이는 비단 이 책에서 조명되고 있는 것들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이나 사물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발짝 비켜선 채 그만의 가치를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바깥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 대해 감상과 동정을 일체 배제한 채 객관적인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 팩트를 바탕으로 한 기사이므로 일체의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직접 선정한 인터뷰이들의 면면만으로도 그의 포커스가 향하는 방향과 그에 대한 관심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책은 바깥 세상이 결코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채 한 켠으로 밀려난 세상이 아님을 거듭 말하고 있다. 우리 개개인은 안 쪽보다는 대체로 바깥 쪽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는 주목받지 못한 모든 존재들에 대한 가치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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