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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있어 타인의 비극에 관해서는 쉽게 슬퍼하거나 동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되어 비극을 견디는 일에는 누구도 능숙하지 못하다. 그러니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은 이상 책이나 티비로 접하는 누군가의 투병일기를 진심으로 공감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마리우스 세라의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는 저자 자신에게 닥친 고통의 순간을 당사자 스스로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에세이다. (생후 5개월 된 아이가 불치병을 선고받았을 때 그 비극의 파장이 자식보다 부모에게 더 크게 미친다는 일반적인 신념에 따르면  비극의 주체는 아이이기보다 부모임에 틀림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감내해야 할 슬픔이나 절박함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슬픔을 과장하여 떠들어대지 않는다. 평범한한 일상을 이야기하듯 장애를 가진 아들을 보듬는 나날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담담함 속에서 애끓는 부성애가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다.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중 아들을 향해 "(너의 병이 낳는다면) 심지어는 레알마드리드 팬이 될 수도 있어"라고 불쑥 내던진다든가, 멋진 안무의 춤을 추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 아이는 절대로 못할거야'라고 삭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 마이솔린, 데파키네, 사브릴렉스, 토파막스, 노이아프렌, 케프라, 트릴렙탈, 리보트릴. 무엇의 이름인지 짐작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약 이름을 한없이 늘어놓는 것으로 아이가 받고 있는 고통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유이스 세라 파블로, 유유는 평균 수명 7세라는 희귀병으로 생후 7개월부터 성장이 멈추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보다는 그 아이를 지켜보는 가족이 겪어야 할 슬픔의 무게가 더 크다. 그러나 가족들은 현실을 받아들인다. 슬퍼하되 좌절하지 않고 간간히 찾아오는 작은 행복에 감사할 줄 안다. 그들은 유유가 살아있는 한 많은 나라를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유유의 탄생 직후 보인 증상들과 병을 선고받기까지의 과정, 여러 곳을 여행하며 느낀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작가의 서술에서 그가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읽힌다. 그러나 작가는 그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삶의 일부로 수용함으로써 오히려 아픔에 대한 거리두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느 불행한 사건을 그리고 있음에도 비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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