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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마녀재판 혹은 마녀사냥은 집단 군중심리로 인해 무고한 자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몰아가는 행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현대에도 줄곧 쓰인다. 구국 영웅 잔다르크가 화형되는 역사의 한 장면이 보여주듯이 계몽 시대 이전 비합리적이고 무지몽매한 사고의 결과로 나타난 비극이기도 하다. 17세기 미국의 식민지 시대 세일럼이라는 한 마을에도 힘 없는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교수형을 받게 된 마녀재판이 있었다. 마녀재판의 희생자는 말그대로 무고한 '희생자'라는 것이 오늘날 역사를 바라보는 자들의 일반적인 시선이지만, 그들이 정말 마녀였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 소설이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원제:The Physick Book of Deliverance Dane)>이다. 실제 역사 학자이자 마녀사냥의 희생자였던 엘리자베스 호우의 후손인 작가 캐서린 호우는 세일럼의 마녀사냥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을 썼다. 역사적 사실을 비틀고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판타지와 미스테리를 넘나드는 다양한 재미를 한 권의 소설에 담아 내고 있다.
소설의 프롤로그에서 17세기 메사추세츠 주 마블헤드에서 죽어가는 딸을 지켜보는 피터 펫포드의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바로 300여년의 시대를 뛰어 넘어 하버드에서 박사과정 자격 시험을 치르는 주인공 코니의 모습으로 장면이 옮겨진다. 마치 영화의 서막처럼 역동적인 시작을 알리고, 이야기는 숨가쁘게 전개된다. 엄마의 부탁으로 학교 근처 마블헤드의 할머니 집을 정리하게 된 코니는 그 곳에서 딜리버런스 데인이라는 글이 쓰여진 양피지가 들어 있는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코니가 딜리버런스 데인에 대해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소설은 두 시대를 넘나들며 마녀재판의 진실에 접근해 가기 시작한다.
마녀재판을 받아 처형된 이가 실제로 마녀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뒤엎는 소설적 상상력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그 역사적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역사를 각색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현상들에 대해 인간이 부여한 의미들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또 다른 진실에 닿게 된다. 역사학자인 작가가 마녀사냥에 대해 역사학적 시선이 아닌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써내려간 이 작품은 사실과 허구를 모두 비껴난 채 새로운 진실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마녀 재판이 열린 17세기 당대 뿐 아니라 합리적인 이성으로 사고하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진실, 즉 마녀라는 존재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같은 것에 대해서.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은 장르 문학다운 숨가쁘게 전개되는 스토리텔링과 긴장감은 물론이고, 뛰어난 글솜씨로 활자 읽는 맛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아우르고, 재미와 지적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팩션이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면 이 소설은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식민지 시대의 미국 역사 일면을 공부할 수 있음은 물론, 연금술이나 주술 등 서구 사회에서 미결로 남아 있는 여러 미신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작가는 딜리버런스 데일이 살았던 17세기의 풍속들을 마치 그 곳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능숙하게 묘사하여 한층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