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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국제 사회의 거대한 흐름에서 한발짝 비껴 서 있는 제3세계 국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신문 국제면에서 전쟁이나 불안한 사회정세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되곤 하지만 신문에서 알려주는 한 나라의 사회적 정세는 우리와 무관한 다른 세상의 일처럼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학 속에 묘사된 제 3세계의 모습은 다르다. 특수한 사회 문화적 환경을 생생하게 그리며 인류 보편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한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할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과 공통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어 좀 더 우리의 삶에 닿아있는 느낌이다. 실용주의자들이 넌픽션을 아무리 강조해도 인지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을 모두 자극하는 이러한 문학의 효용에 비할 게 못 된다.

할레드 호세이니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에 대한 얼마간의 지식과 정서적 교감을 체험했던 독자라면 또 다른 이슬람 국가인 이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테헤란의 지붕>은 이란 출생의 미국 이민자인 작가 마보드 세라지가 쓴 소설이다. 국제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 외에도 이란에서 보낸 작가 자신의 유년기 체험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들과 상당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테헤란의 지붕>은 독재와 억압으로 얼룩진 이란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성년기의 문턱에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투쟁을 그린 소설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소년 파샤는 그의 친구 아메드와 사랑하는 여인 자리, 아메드의 연인 하피메와 함께 꿈같은 여름을 보낸다. 그러나 친미 왕조의 독재로 인해 어두운 사회 분위기는 파샤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닥터'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여름은 끝난다. 소설은 암흑과도 같은 시대에 순수한 낭만을 꿈꾸었던 주인공이 비극에 맞딱뜨리며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소설에는 친미독재왕조의 억압으로 수많은 금기 속에 살아야 했던 젊은이들의 고뇌 속에서 사랑과 자유에 대한 눈부신 갈망이 대조적으로 드러난다. 외세의 간섭이나 독재, 이에 대항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권력자와 피권력자가 빚어내는 갈등이라는 것이 시공을 초월하여 인류 보편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 페르시아의 이국의 모습이 더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리 높여 항거하는 이들에게는 보복이 행해지고, 숨 죽여 숨어 지내는 이들에게는 굴종이 강요되던 시대. 그러나 이 소설은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도 비관과 좌절의 정서에 머물지 않고 시종 휴머니즘의 시선을 드러낸다.

<테헤란의 지붕>은 담고자 하는 이야기나 전달하려는 메시지 자체는 훌륭하지만, 작가의 처녀작인만큼 소설의 구성과 상징의 활용에 있어 약간의 미숙함이 느껴지기는 한다. 우선 긴장감이 떨어지는 미스테리 형식의 전개, 문학적 상징의 의미를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점이 아쉽다. 또 소설의 클라이맥스인 분신 장면의 서술에서도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고, 너무 일찍 찾아온 클라이맥스 때문에 이후의 이야기는 많이 느슨해진 느낌이다. 클라이맥스 이후 마련해 놓은 최후의 반전도 너무 많은 실마리를 던져 놓는 바람에 의외성을 전혀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이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테헤란의 지붕>가 거둔 큰 성과가 있다면 뭐니해도 이란의 현대사에 대한 이해와 이란 문화와 풍물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일 것이다. 테헤란의 풍경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고, 이란에 관한 여행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이란이 타이슬람 국가에 비해 여러 면에서 개방적인 나라임을 알게 되었으니소설의 영향력 치고는 대단하지 않은가? 오래 전 이미륵의 <압록강이 흐른다>가 독일에 번역되어 소개되면서 타국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으리라. 이는 신문의 국제면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오로지 문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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