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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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 한국인 승려로 미국 대학 종교학 교수로 생활하는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이란 것이 놀랍다. 요즘 스마트폰의 대세로 페이스북이니 트위터니 많이들 활동한다지만 아직 난 시대에 뒤처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것을 하지 않는 건 팔로우들에게 낱낱이 나를 알린다는 것이 두려워서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일본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저자이며 젊은스님인 코이케 류노스케가 일본, 우리나라 서점을 휩쓸고 간 이후 우리나라 젊은 스님으로 차기 베스트셀러 작가의 등장은 아닌가 싶다. 우리사회 종교, 인종, 가치관을 넘어 삶에 대한 마음 깊은 조언을 통해 위로받고 격려를 받을 수 있는 트위터 글들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짤막한 글속에 함축적인 깊은 의미가 자리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글의 구성은 휴식, 관계, 미래, 인생, 사랑, 수행, 열정, 종교에 관련된 다양한 스님의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바쁜 생활로 자신을 생각하지 못하고 시간의 굴레 속에 갇혀 돌아가는 이들에게 지금 잠깐이라도 멈추어 서서 마음을 돌아보는 위안의 글들을 곱씹어본다면, 한여름의 시원한 청량음료처럼 마음을 씻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좋은 글들이 있지만 작은 일에도 상처받는 소심한 이에게 명심해야 할 한 말씀 옮겨본다.

 

한두 사람의 비평에 상처받아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쉽게 한 말에

너무 무게를 두어 아파하지도 말아요.

안티가 생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용기 내어 지금 가고 있는 길, 묵묵히 계속 가면 돼요. -20p

 

스님의 말씀이 잘 적응되지 않는 1인이다.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거친 독설을 내뱉는 이들이 있다. 그 비수 같은 그 말 한마디에 상처 잘 받는 이들은 그냥 그대로 무너지는데도 말이다.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런 독설이 나를 향해 있다고 생각해 보면 도저히 한 귀로 흘릴 수 없어 마음에 독소로 자리하니, 마음 아파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마음이 굳건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스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독설로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기엔 누구나 소중한 자아를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이지만 위의 글들을 마음에 담는다. 미워하는 이를 내 마음에 장기투숙 시키지 않는다 란 말을 더 깊이 깊이....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병만 얻을 뿐이니까 말이다.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끝이 좋은 인연입니다.

시작은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어도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나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185p

 

우리가 태어나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가족, 친구, 사회에서 만나는 많은 나와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찌보면 처음의 좋은 만남보다 끝이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거니까. 아니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먹는다. 이 모두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니까.

 

성공과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순간순간의 행복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혜민스님의 말씀이 담긴 책. 그가 전해주는 따스한 마음과 삶에 대한 지혜의 말씀들을 곱씹으며 내 마음이 바쁜지 세상이 바쁜지 멈추어 서서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책이다. 매일 아침 이런 좋은 조언의 한마디를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날 하루만큼은 마음의 여유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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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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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의 더글라스 케네디,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주로 영국에 살며, 그가 내놓는 작품마다 유럽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가 이번에 신작 [파리5구의 여인]을 내놓았다. 이 작품 역시 유럽에서 나오자 마자 인기의 날개을 달았다니 그만큼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구성, 탄탄한 문장력 그리고 재미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는 실력을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런 그의 이번 무대는 파리5구와 파리10구의 파라디스가이다. 파리에 있는 동네지만 터키이민자들이 주로 힘겹게 살아가는 파라디스 가와 주로 백인들이 거주하는 파리 5구의 동네는 삶의 질이 엄연히 다른 세계로 대비되는 곳이랄까.

 

제자와의 스캔들로 영화학과 교수에서 쫓겨난 해리 릭스. 그의 고향인 미국에서 도망치듯 파리로 와 소설가의 꿈으로 새롭게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파리에 도착한 그의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호텔에서 머물 돈도 부족한 상황에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바가지를 씌우며 부당한 대우를 하던 호텔직원 브라세에 대한 분노를 뒤로 한 채, 그를 도와주었던 터키불법이민자인 아드낭이 권하는 파라디스가의 저렴한 임시 주거지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아드낭이 경찰에 체포되어 본국으로 후송되면서 그는 다시 의지 할 곳 없이 홀로 남게 된다. 누군가 불행은 겹겹으로 찾아온다고 했던가. 그가 그런 상황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영화관을 찾지만 사실은 영화관에서도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영화 속에도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탈출하고자 하는 세계를 영화에서 다시 보게 되는 셈이죠” -9p

 

그의 말처럼 현실도피를 위한 파리의 생활은 다시 현실과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새 거주지의 집은 옹색한 아드낭의 방이 그의 방이 되었고, 그 방은 호텔 주방장 오마르란 거친 사람의 옆방에 위치하면서 다툼이 일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야간경비의 일거리가 생겨 돈도 벌고 글도 쓰며 좋아하는 영화도 실컷 보고 딸과 메일로 연락을 하며 지낸다는 점이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사랑하는 딸과의 연락이 끊기게 되면서 그는 외롭고 괴로운 생활이 이어지게 된다. 그런 어려움 속에 만난 파리5구의 여인인 마지트. 그녀를 만나는 일주일 두 번의 시간으로 그는 다시 활력을 찾게 된다.

 

그런 그녀와의 만남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게 되고 삶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대화 속의 그를 괴롭혔던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죽게 된다. 브라세도, 오마르도. 그런 사람은 죽어 마땅하지 않나하는 조금은 시원하면서도 그런 마음을 먹은 자신에게 가책을 느끼게 되는 해리. 과연 그 사고가 우연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마음으로 죽인 것과 실제 그 일을 행하는 것의 차이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차이이겠지만 이미 우린 자신이 내린 마음속의 처벌로 자책감이란 형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마지트는 그런 자책감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그렇게 복수해준 상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의 상처나 가책이 없어져라 해서 없어질 수 있을까?

도덕적으로 우린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되어졌기에 버릴 수 없는 마음 속 형벌인지도 모른다. 왜 이때 하버드대 교수의 도덕에 대한 정의가 생각나는지 모른다.

 

하여튼, 누구나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른 곳을 향한 비난을 퍼붓게 된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 향한 것이지만 말이다. 상처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건 역시 사랑. 그것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듯하다. 사랑하면 무엇이든지 이해하게 되고 어려운 상황도 이겨나갈 수 있으며 잘못도 덮어주게 되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말이다.

 

마지트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 위험한 거래가 시작되는 해리의 행보에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 프랑스에서 영화화한 화제작,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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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심리학 - 표정 속에 감춰진 관계의 비밀
마리안 라프랑스 지음, 윤영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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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내면의 조깅이다. 세계적 웃음전도사의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웃음으로써 인체 근육의 약 3분의 1이 움직이고, 뇌세포를 자극하여 많은 엔도르핀 생성을 돕는다고 말이다.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웃으면 복이 온다”, “웃음이 명약이다” 처럼 웃음이야말로 제대로 된 마음과 몸의 운동법으로 현대에 들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 웃음 속에 감추어진 우리 인간의 심리를 발달, 행동 심리학, 의학, 인류학, 생물학, 뇌과학을 총망라한 다각적인 방법으로 증명된 웃음의 실체를 파헤친 책을 한 권 소개하고 싶다. 예일대 마리안 라프랑스 교수의 책인 [웃음의 심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아기 때부터 어른들까지의 웃음 뒤에 감춰진 감정, 그 속에 감춰진 관계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웃는 사람은 모두 진심일까?, 전략적 웃음에 속지마라, 상대의 조작된 웃음을 읽어라, 등 크게 세 가지의 테마로 웃음의 실체에 다가가고 있다.

 

사교적으로 의지에 따라 웃는 웃음은 입꼬리만 단순히 올가가게 되고 영혼의 달콤한 감정에 의해서 웃는 웃음은 입꼬리와 볼이 함께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밝혀낸 ‘뒤센’에 의해 입과 눈 주위근육이 복합적으로 반응하면 '뒤센웃음'이라고 부르는데, 그 ‘뒤센웃음’이 일상에서 많이 나타날수록 부정적 감정을 없애고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많이 웃자, 웃음은 전등과 같아 주위도 밝혀주고 자신도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니까 말이다.

 

그 진정성 있는 웃음과 삶의 상관관계가 이 책에서는 가장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자녀를 기르는 엄마의 입장에 서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아기와 엄마가 나누는 웃음 교환이 아기의 삶을 구축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한다. 양육자가 우울증이 있거나 무관심하거나 안정적이지 못하면 아기도 감정중추가 얼어붙어 웃음이 줄고 우울한 사람으로 자라나거나 여러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웃음은 다른 이들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체적 건강, 정신적 안녕, 사회적응력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웃음은 첫인상을 넘어, 황금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교적인 자석과 같으며, 신뢰의 바로미터이고, 화를 흩뜨리는 장치이며, 인간관계에 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반창고이자, 사회적 유대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윤활유다. -85p

 

라고 저자는 인간의 웃음이 다기능적 도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웃음이 주는 명확한 의미와 웃음이 주는 큰 힘인 권력, 직업, 문학, 문화와의 상관관계도 탐색하고, 웃음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인식차이 웃음의 해독력에도 혜안이 될 것이다. 웃음을 과학적 근거 하에 다각적으로 풀어놓은 인간심리의 총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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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권력의 역사 - 인간 문명 그리고 시간의 문화사
외르크 뤼프케 지음, 김용현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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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은 바로 돈과 연결된다. 그러니 시테크란 말도 나온 거겠지. 아침시간 출근할 때, 시험 보는 시간 때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1분.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듯하다. 이달의 지출내역, 진행업무, 약속, 행사 등을 빼곡히 적고 스케줄관리를 하는 시간이 담긴 탁상달력, 그건 우리의 일과이며 길게는 삶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이젠 그 탁상달력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와 자리하고 있지만 말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시간의 궁금증을 잊을 때가 있지만 때론, “일주일은 언제부터 7일이었을까?”, “요일의 이름과 행성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신화나 종교의 의미에서 왔다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지만 말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의문의 답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고 있다. [시간과 권력의 역사], 달력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책이다.

 

7일 주기 리듬의 탄생, 달력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 그것에 얽힌 종교, 문화, 정치, 사회면에서 다양한 알 거리를 연결해 주고 있다. 오래전부터 통치자들의 권력의 도구로 이용된 달력, 다시 말해 달력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의식에 대한 지배를 의미한다고 한다. 기원전 45년 원로원이 카이사르의 중요한 승전 일을 페리아이(축제일)로 높인 것이나 카이사르의 생일이 국가적으로 기념 되듯이 기존의 축제일에 국가행사를 동일시하며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바뀌면 이러한 축제일은 축소되거나 사라지곤 했다. 그것이 고대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근대에도 같은 맥락을 보였고, 여전히 지금도 권력과 달력의 상관관계는 존재하고 있다.

 

일주일이 헬레니즘에 생기고, 일곱행성의 신들과 유대교 안식일이 결합해 7일이 만들어졌고,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 법정 공휴일로 쉬는 데는 콘스탄티누스가 일요일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착되었다는 역사의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가 얕은 지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해준다.

 

이책은 크게 달력과 문화와 역사의 상관관계, 로마의 달력, 태음력에서 태양력으로 달력이 문자화 되는 이야기, 시간 전문가들인 농부, 선원 그리고 수도사에 얽힌 에피소드, 시간을 법으로 규정한 법과 시간 경제, 그런 변화속 축제, 달력의 역사, 그 속에 숨은 정치등 달력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러나 이 책이 좀 학문적인 스타일이라서 가독성은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평소 시간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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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유쾌 발랄 활력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민숙 옮김, 에리히 라우쉔바흐 그림 / 은행나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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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의 괴짜 의사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그가 의학과 건강이란 테마로 한 에세이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란 신간을 내놓았다. 의사라는 의학적 지식위에 일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이를 놓치지 않는 지적인 블랙유머가 숨 쉬는 그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가 머금어지고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효자손처럼 시원하기까지 하다.

 

크게 남자와 여자, 인간과 동물, 건강, 질병, 음식, 의사, 대체의학, 정신과 영혼, 섹스와 그 후유증, 밤이면 밤마다, 스포츠, 첨단기술, 일상의 미친 짓, 그리고 와인이란 주제로 엮어져 있다. 와인은 보너스로 쓰인 마지막 에세이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와인에 대한 당부의 글이 담겨 있다. 와인이 심근경색을 예방하며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되듯이 정도껏 마실 것을 권유하며 남긴 말이다.

 

“당신이 무엇이든 마실 때마다 항상 생각하라. 간은 할 일이 많아질수록 커진다.” -310p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에 시도된 기술혁명의 센서, 그것이 직무유기였던 세면대에서의 굴욕적 경험과 이로 인한 물 절약을 위한 소변기 센서에 대한 유치한 반항심은 그로 하여금 아무도 없을 때 사용하지 않는 센서를 오작동하게 하고 지나가는 소심한 복수를 펼치게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한번쯤 해봄직한 장난으로 물 절약 센서에게 또, 이를 설치한 그 누구에게 날리는 비웃음과 조그만 복수극 한판이다. 지금은 이것보다 더한 CCTV란 기기로 범죄예방이냐, 사생활침해냐의 논란이 일듯, 일상 속 파고든 기술혁명 속에 숨기고픈 개인의 어떠한 공간도 허락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꼬집는다.

 

요즘 불고 있는 안티에이징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세포의 노화에 작용되는 라디칼의 생성을 막기 위한 각종 안티에이징의 건강식품과 건강요법. 이러한 세포경찰 투입이 생체시계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어, 최악의 사태엔 몸은 사춘기인데 정신은 늙게 되어 알츠하이머에 걸릴 수 있음을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어가는 것도 멋진 일이고 태어나면서부터 모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몸부림이란 거다. 그러니 늙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받아들이고, 완전한 덧없음의 오직 끝없는 순간만을 의식적으로 즐기는 우리가 되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 곱씹어볼 일이다.

 

또 인상적이었던 건 백해무익한 담배에 대한 에세이다. 담배로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금연을 권장하는 당위성이 흔히 알려진 그런 이유와 다른 색다른 이견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의료보험 시스템으로 본다면 흡연자가 꼬박꼬박 내는 돈은 많은데 그로 인한 보험의 수혜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는 주장이다. 정작 흡연으로 인한 수많은 사망사례를 보았을 때 발병하면 얼마 안 있어 곧 사망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건강에 안 좋다는 그런 이유보다는 이런 말이 더 실질적이란 이야기다.

 

‘흡연자는 보험료를 거저 기부한다.’ 또는 ‘비흡연자는 의료보험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린다.’ 아니면 ‘당신이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한 국민연금은 안전하다.’라고 적어 놓으면 확실히 좀 더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141p

 

주변의 흡연자에게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색다른 시각의 이야기들과 웃음을 주는 일상 속 위트가 살아있는 그의 유쾌한 활력처방전.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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