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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 - 삶을 건축하며 나는 성장한다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건축수업하면 영화 [건축학개론]이 생각이 난다. 그런 수업에 대한 관심조차 없을 때 한 편의 영화 속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과 사람 냄새나는 따스함이 녹아든 집을 보면서 건축이란 그 속에 사람의 삶이 녹아들었을 때 가장 안락함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봤다.
그런 인생을 이야기한 한 건축인의 책을 마주하면서 ‘건축은 사람이다.’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진애는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 홍일점으로 졸업해 MIT대학원 건축,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건축도시 실무는 물론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있는 분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인생과 건축, 사회와 건축의 닮은 점은 그림그리기(청사진), 미래에 대한 긍정, 창조의 추구, 구성의 달인, 오케스트라작업, 소통, 관계, 시대정신, 행복추구, 사람 등 이렇게 열 가지가 인생과 닮아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건축을 이렇게 정의한다고.
"건축 작업은 사람이 중심이고 논리적인 한편 감성적이고, 큰 그림과 함께 정교한 디테일이 필요하고, 미래를 만들지만 동시에 역사가 담겨있고, 예술이자 또한 실용이고, 건설 속에 문화가 스며들어 있으며, 지역성과 함께 세계성을 포괄하고, 하드웨어 속에 소프트웨어를 녹이고, 전문적이면서도 여러 분야를 넘나들어야 하고, 아는 것 이상으로 만들어 내야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인간의 깊은 심성과 닮아 있으며, 제약 속에서 행복을 만드는 작업이다. 건축은 복합적이고 흥미로운 작업이다" -11p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이러한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상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건축가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 알콩달콜 편리한 동선을 고려한 이상적 건축물인 집, 그것을 실현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건축이란 것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일부이며 사람과 같음을 깨닫게 해준다.
주말되면 편안히 뒹굴 수 있는 집,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집, 어르신과 함께 할 집, 요리에 공을 들이는 주부를 위한 집 등 다양한 생활패턴을 경험해봐야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건축 재료는 무엇을 써야 좋을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책은 탐험하는 건축/ 통하는 건축/ 짓는 건축/ 느끼는 건축 등 이렇게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건축수업이 그리 딱딱한 느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의미 있는 유명 건축물은 물론 전통적인 건축물 속에 담긴 행간을 읽고, 마을, 도시마다 특색 있는 생활양식을 담은 건축물을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저 의미 없이 역사문화와 시대적 숨결이 느껴지는 유적물 앞에 왔다갔다는 인증샷을 날리는 것 외에
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건축이 나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소통과 무관하지 않음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소통의 필요성은 바로 사람들의 삶의 공간이 건축이니까. 즉, 건축은 사람이기에 말이다. 350여쪽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편안히 읽을 수 있고 순서대로 보지 않고 선택적으로 봐도 문제없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소통을 통한 말하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이 꼭 건축인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건축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건축과 인생이야기를 한 에세이인 만큼 편안히 다가올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