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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미국의 하버드대학하면 한국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세계적 일류대학으로 손꼽는 선망의 대학이다. 그래서 누가 하버드 갔다더라 하면 모두가 부러워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으로 아니 아시아 여성으로 최초 하버드법대 그것도 종신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국계여성이 있다는 것이 대단히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여겨진다.
아메리칸발레학교, 줄리아드 예비학교, 예일대 학부, 옥스퍼드대 대학원, 하버드법대 대학원 학력. 모두가 한 사람의 이력이란 것이 믿기지 않는 만큼 수재인 그녀. 석지영 교수. 40세 미만의 여성, 그리고 소수민족이란 틀을 깨고 입성한 하버드교수로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에세이[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여섯 살에 미국으로 이민한 가족사와 더불어 자신의 삶의 영향을 끼친 이들을 포함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은 그녀 나름의 원칙이 있음을 프롤로그에서 말하고 있다.
즉,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 일을 놀이처럼 즐길 것,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위험을 감수할 것, 적절한 시점에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에게 상을 줄 것, 깊은 우정을 맺고 그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쓸 것, 크건 작건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하는데 온 힘을 다할 것. 젊은이에게 조언자가 되어주고 스스로의 조언자도 구할 것, 다른 사람들을 가르침으로써 배울 것, 즐길 것. - 9p
자식의 교육을 위해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부모들의 노력으로 지금도 조기유학의 붐은 꺼질 줄 모르지만 여기 저자의 여섯 살 아픈 기억을 듣는다면 한번 쯤 다시 고려해보지 않을까도 싶다.
단 한 마디의 말도 이해할 수 없는 낯선 환경에 갑자기 떠밀려 들어갔을 때 느낀 극한의 공포를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언어는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이제 그 끈이 끊어지자 나는 혼란에 빠졌다. 공통의 언어라는 울타리에서 떨려났다는 외로움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점점 깊어지는 고립 속에서 나의 존재는 점점 작아져 갔고, 내 자리를 취하지 못한 채 말 못하는 관찰자로 1학년을 보냈다. -35p
주입식 공부가 아닌 어머니의 도서관 나들이는 그녀에게 책과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이내 책과 함께하는 즐거움,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이치를 책에서 배우듯 그녀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보았다. 궁금한 것은 책으로 예습을 했으며 그래서 관심 있는 분야에 빠져들 수 있었다. 발레의 시작도 그랬다.
그녀가 좋아하는 발레를 그만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방황하다 다시 좋아하는 프랑스 문학을 쫓게 되고 자신이 어려워하던 글 쓰는 것에 대한 것도 극복하게 되고 다시 이모든 것이 지금 법공부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꼭 하나로 성공과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다른 길에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너의 꿈이 무엇이냐고 자꾸 질문하고 빨리 무언가 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사고와 책을 평상시 즐김으로써 에둘러 가더라도 좋아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내가 한국인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조언은, 무엇이든지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건, 글쓰기건, 힘들더라도 노력해서 그런 것을 익힐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쉬워질 때까지, 아니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여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2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