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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안도현 아포리즘
안도현 지음 / 도어즈 / 2012년 11월
평점 :
‘안도현’하면 ‘연어’가 생각날 만큼 우리에게 인상적으로 각인된 시인이다. 그외 다른 에세이, 시, 동화도 만날 수 있어 비교적 폭넓은 층의 독자가 사랑하는 시인 중 한사람이 된 건 역시 [연어]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삼십 여년 간 문학에서 마음에 새겨 읽어볼 만한 동화나 산문집의 문장을 새롭게 엮은 바로 책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가 새롭게 출간됐다. 그런데 이 책은 안도현 아포리즘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아포리즘’이란 단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나만 모르는 건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포리즘이란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기록한 명상물로써,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긴 문장의 설교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시의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닌지. 시에 담긴 함축적 의미인 시인의 행간을 읽어내며 독자와의 삶과 함께 공감해가는 흔들림이 가슴에 사무치는 문학. 그래서 내가 시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깊은 끌림을 갖게 하는 문학 말이다.
이 책은 크게 삶은 너무 가볍다/ 그때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내마음의 느낌표/ 고래는 왜 육지를 떠났을까/ 그의 이름을 불러주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연어]에 대한 뒷이야기도 담고 있다.
처음부터 독자와 마주한 삶의 이야기,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그래도 견뎌야 하는 것이 삶이다.’ 란 묵직한 주제를 시작으로 이 책을 만난다.
물어도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이 삶이다. 삶, 답이 없다.- 8p'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중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교과서에도 없고 영화에도 없는 내 영화의 주인공인 자신만의 삶만 존재할 뿐이다. 그 삶이 견디기 힘든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해도 헤쳐나올 수 있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도 자신뿐. 꿈을 꾸는 것도 희망을 갖는 것도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나만의 인생, 나만의 선택.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어떻게든 살아지고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인생이 아닐지.
태어나 사랑이란 걸 알게 되는 그 감정, 애절한 사랑의 표현이 담긴 문장들이 가슴을 달군다. 이 책의 제목인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중에서...
네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속의 햇살은 차랑차랑하였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가고 있었고,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었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 아파본 적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보고 싶은 대상이 옆에 없을 때에 비로소 낯선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싶은 호기심과 의지가 생긴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네게 가고 싶었다. - 54p
이렇듯 짧은 시간, 짧막한 에세이, 시에서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하는 알찬 산문집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