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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티에리 코엔 지음, 박명숙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티에리 코엔. [살았더라면]으로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그가 운명적 사랑을 그린 작품 [나는 오랫동안 사랑을 꿈꾸었다]를 내 놓았다. 아직 그에 대한 어떠한 책도 읽어보지 않은 내게는 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완성을 이루기까지 갈등과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누군가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인연의 귀중함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이는 동양적인 가치관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남녀주인공의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필체로 잘 녹여낸 사랑의 번민은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플라토닉적 사랑의 설레임과 미숙한 불안감을 공감하며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읽으면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로맨스 소설이지만, 여성들에게는 운명적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보게 하는 책이다.
부모를 잃고 삶이 외롭다고 느끼던 주인공 요나, 그의 꿈속에 찾아온 이상형의 여인을 반복적으로 만나면서 그녀를 실제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된다. 어느 날 그 여인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휩싸여 자신의 모든 것을 쏱아 부은 소설이 출판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된다. 이런 유명세에 출판사로부터 두 번째 소설을 종용받아 집필한 소설이 비평가들의 혹독한 비평으로 남게 되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 문학계에 등단한다는 것은 한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쓰고 싶어 쓰는 글과 직업적으로 써야 하는 글은 그래서 다른지 모르겠다. 이렇게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기는 것도 쓰고 싶어 쓰지. 억지로 써야하는 거라면 성의 없는 글로 남게 될 것이다. 역시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것은 차이를 갖게 하는 가 보다.
글을 쓰지도 않게 되면서 생활고를 겪게 되는 요나는 우연히 알게 된 신비스런 느낌의 서점에 취직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곳에서 우연히 꿈속의 여인 리오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곳이 운명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곳이랄까. 독특한 이 서점주인 아저씨와의 인연, 꿈속의 여인을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이 상황이 모두 운명이 필연 같은 분위다.
여주인공 리오르, 그녀는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또래의 환자 세레나의 개인 간호사로 일하게 되면서 책을 읽어주게 되는데, 그녀들이 달콤한 로맨스 소설 읽기에 심취하게 된다. 같은 감성을 가진 그녀들이 읽을 다음 책을 찾아 요나가 있는 서점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지난날 사랑의 상처를 통해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리오르, 그녀는 운명적 끌림에 두려움이 앞서고, 꿈속에서 환생한 듯한 여인을 본 요나는 첫눈에 반한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에 미숙함으로 자신의 반쪽을 놓칠 것 같은 안타까움에 휩싸이며 둘 사이는 자꾸 삐그덕 거리게 된다.
사랑은 내면에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과정이야. 사랑하는 존재로 인해 그걸 발견하게 되는 거지. 사랑에 빠지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게. 무한한 행복과 충만함이 느껴지지 않나? 그건 바로 쌍둥이 영혼가 하나가 되기 때문이라네. 자신의 반쪽을 만나는 건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과 같은 거야. -137p
사랑이란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기 위한 말이라 믿어왔습니다. 태어나는 순간 한 존재를 짝지어 주는 운명 같은 것 말이죠. 함께 성장하면서 덜 이기적이고 현명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존재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 유일한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면 그 사람을 영영 만날 수 없겠지요. - 310p
두 영혼이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는 행운이 바로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란 서점주인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서 지금 남편과의 만남도 그런 것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생각한다.
순수한 사랑을 꿈꾸며 사랑의 반쪽을 찾아 항해하는 이들, 특히 여성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책이다. 현실적으로 이 책의 주인공 요나 같은 남성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정말 그런 사랑이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꿈을 자꾸 그리다보면 실현된다 하지 않던가. 어디에선가 있을 이상형의 반쪽을 생각하며 그 사랑이 나타났을 때 느낌을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가지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수많은 의문과 갈등을 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를 사랑에 대해 고민해 보는 책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