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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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란 실종을 통해 가족을 들여다 본 작품 [엄마를 부탁해]. 가족이란 틀 속에 인간내면의 관찰자적 시선이 잘 표현된 이 작품을 읽고 어머니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지금은 이 작품이 스터디셀러가 되고 세계의 독자들에게도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작가가 된 신경숙. 그녀의 중단편소설집인 [종소리]10년 만에 다시 출간되었다.

 

이전 작품을 아직 보지 못했던 내겐 비록 그녀의 10년 전 작품의 재출간이지만 그녀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다. 그녀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문체를 통해 바라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심리적 갈등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종소리]를 비롯 [우물을 들여다보다], [물속의 사원], [달의 물], [혼자 간 사람], [부석사-국도에서]등 여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이에 따른 문학평론가 황종연님의 평론, 그리고 작가의 말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신경숙님의 다섯 번째 소설집이라 한다. 작가의 이전 소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내게는 [엄마를 부탁해], 이후 두 번째 소설이지만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문명의 이기속에 불행해하는 현대인들의 고독, 관계속의 소통 부재가 많이 부각돼 있다.

 

십 칠년 동안 한 회사의 샐러리맨으로 살다 회사를 전직하지만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도 말 못하고 사회적 인간의 도리와 집안의 안정을 위한 자신의 책무의 갈등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는 세면장에 둥지를 튼 새에 대한 동경으로 표현되지만 결국 마음의 병을 얻게 된 남편을 알아가는 아내의 이야기가 그려진 [종소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리고 약국과 병원의 담합 속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약사의 이야기를 담은 [달의 물]. 자연다큐 제작으로 동고동락한 동료가 인위조작 소문의 진원지임을 알게 되어 절망을 느낀 남자, 자기중심적인 P와의 긴 만남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란 수순을 밟지 못하고 떠밀려나게 된 여자와의 여행이야기가 그려진 [부석사]를 통해 사실적이고 섬세한 관찰자적 문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과 좀 다르게 다가왔던 건 [물속의 사원]이나 [달의 물]이다. 이 짧은 단편 속에 그려진 약간의 몽상적 요소인 악어를 키워 자신의 무덤으로 만든 여인의 이야기나 우연히 발견한 우물 속 귀신을 만난 이야기를 새로운 세입자에게 편지로 남긴 여자의 이야기는 신선한 재미와 더불어 인간의 사회적 이질감을 느껴지게 한다.

 

단편 중 [종소리][우물을 들여다보다][물속의 사원][달의 물]에서 만날 수 있는 어머니는 훗날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향수의 결정체로 탄생시킨 [엄마를 부탁해]에 대한 작은 전주가 아니었나 싶다. 현대 사회 속에 인간적 의리, 배려가 점차 드물어지고 있는 요즘 짧은 작품이지만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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