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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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 유럽 작가에 그렇게 밝지 못한 내게 베스트셀러를 낸 이 작가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다. 대체 어떤 책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을까? 그리고 유럽 전역에서도 인기 있다고 하니 더욱 더 호기심으로 손이 간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바로 그 책인데 2013년에 나온 책이고, 지금은 다음 작품인 [셈을 할 줄 아는 문맹 여인]이 출판되고 있다.

 

 

먼저, 작가에 대해 알아본다. 요나스 요나손, 그는 15년간 기자생활을 접고, 미디어 기업 설립과 성장으로 20여년을 일에 매진하다 일신의 이유로 일을 떠나 오랫동안 구상한 이 작품을 첫 소설로 작가에 도전한다. 그는 직업조차 삼모작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잘 살아오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500여 쪽의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중에 책을 덮을 수 없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백 살된 노인 알란 칼손, 그가 양로원에서 열리는 생일 파티를 뒤로한 채 창문을 넘어 도망친다. 그가 왜 도망쳤는지에 대해 조금 이해부족이지만 그가 도착한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엮어지는 관계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된다.

 

 

알란은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젊은 갱단이 트렁크를 잠시 봐달라고 했지만 자신이 탈 버스가 오자 트렁크를 가지고 버스를 타게 된다. 버스에서 내려 식사초대로 따라간 율리우스는 평생 사기꾼으로 살아온 노인이었으나 알란과 친구가 되고, 트렁크에 든 5천 크로나를 나누기로 한다.

 

 

둘이 같이 있는 곳에 찾아온 젊은 갱단은 율리우스를 위협하다 알란이 휘둘린 도구에 맥없이 쓰러져 냉동고에 갇히게 되고 실수로 죽게 된다. 그건 율리우스가 냉동버튼을 끈다는 것을 잊어서 말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이... 수출컨테이너에 시체를 처리하고 만나게 된 베니는 배움에 열등감을 가진 외삼촌이 제안한 유산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십 개의 학위를 거의 딸 뻔 하길 전전하다 핫도그 장사로 고전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운전기사로 제의받자 이들 일행에 합류하게 되고, 결국 돈 가방의 얽힌 이야기를 공유하며 돈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한편, 백 세 노인의 실종으로 마을은 충격에 휩싸여 형사반장이 급파되고, 그들을 쫓는 갱단, 그리고 경찰의 추격전에 느긋하기만 한 노인 일행의 행적은 재미를 더한다. 도난, 살해조차 우연치 않게 이루어지고 그 처리조차 희화화했다고 해야 하나? 이쯤 되면 좌불안석이어야 하는 것이 보통사람인데 알란 주위에 모인 사람들 조차도 하나같이 낙천적이고 유유자적하는 분위기다.

 

 

어설프게 이루어지는 사건의 연속, 어떤 역경이 와도 알란에겐 좌절이란 것이 없다. 도망치는 매일 매일의 삶이 그에겐 마치 모험의 연속이고 전 세계를 무대로 그의 인생도 좋은 운, 좋은 인연을 만들어간다.

 

 

현재와 교차되며 이어지는 알란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는 이렇다. 알란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폭약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고향을 떠나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프랑코 장군 목숨을 구하고, 마오쩌둥의 아내의 목숨도 구해주고, 미국의 핵제조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으나, 러시아 과학자와의 친분을 만들어 가며 만난 스탈린에게 미움을 사 블라디보스톡의 노역으로 가게 된다. 여길 탈출해 북한의 김일성과 어린 김정일을 만나는 등... 세계 여러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을 역사적 인물, 사건과 얽히는 등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알란의 철학이라면 술과 음식이 최고이며 정치와 종교에 대해선 신경조차 쓰기 싫어한다. 단지 인간적으로 마음에 끌리는 데로 행동하며 살아온 그의 삶은 9살까지 다닌 학교가 그의 학력 전부다. 하지만 스웨덴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를 생존을 위해 배우게 됐고, 폭약전문가가 되기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실습한 것이 평생 그를 세계적 격변의 현장에서 살아남게 한 원동력이 된다.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알란의 모험적 삶과 현재에도 연장된 즐기는 삶을 보면서 독자로 하여금 인생, 행복, 의지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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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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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다. 새로운 날이 있다. 눈앞에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깨달음을 줄 심오한 무엇을 바라는 희망. 다시는 못 느낄 생각. 인생의 제2장으로 들어설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를 필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충동. 인간 실존의 중심에 있는 고독.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 타인과 연결될 때 피할 수 없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 본문 중에서)

 

[빅 픽처]의 더글라스 케네디를 알게 된 후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을 깊숙이 파고 들기 시작했다. 일전에 [리빙 더 월드]를 읽고 다시 잡은 그의 작품 [모멘트]. 주인공들을 통해 이야기하는 인생이란 건 내가 선택한 순간의 연속임을 말하는 이야기다.

 

태어나는 건 내 뜻이 아니지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불행을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며 나에게 찾아오는 희망과 행복을 보지 못하고 내보낸다면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 아닐까? 여기 사랑과 행복의 순간을 놓쳐버린 토마스의 삶의 이야기를 만났다.

 

미국 여행작가 토마스, 딸 켄디스와 아내 잔과의 결혼생활을 겉돌다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당한다. 20년의 결혼을 정리한 토마스는 자신만의 별장에서 가슴속 아픈 추억을 되살리는 우편물을 받게 된다. 인생의 짧지만 하나뿐인 사랑이었던 페트라의 사망소식과 함께 그녀의 일기장이 배달된 것이다. 일기장에는 동독비밀경찰이 아들 요한을 볼모로 한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협조해야만 했던 페트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가 작가로 입지를 굳히고자했던 젊은 시절, 여행에세이를 계획하고 분단시대의 독일 베를린에 거처를 마련한다. 그리고 거주하는 동안 라디오리버티라는 회사에서 방송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그 때 동독출신으로 서독에 넘어와 번역 일을 하고 있는 페트라와 첫눈에 서로 반하고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토마스는 페트라가 동독비밀경찰의 끄나풀이며 정보를 빼내기 위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하며 변명도 듣지 못한 채 사랑의 파국을 맞는다. 그때 조금 더 이성적으로 사랑을 믿고 배려했다면 어떠했을까? 자신의 분노로 망쳐버린 사랑의 파국은 그 후 자존심 때문에 그녀의 변명도 듣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려야 했다.

 

거듭되는 반전의 반전, 빠른 속도감, 책을 펼치면 도저히 덮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꽤 두꺼운 장편인데도 금방 읽어낼 수 있었다.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는 기대만큼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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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여인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시앙쓰 지음,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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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조선왕조의 여인들이야기는 이를 다룬 드라마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구중궁궐에 왕의 여자로 살면서 왕의 사랑을 받기 위해 또, 자신의 자식을 왕세자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암투에 시달렸던 이야기. 대국이 아닌 우리나라도 궁궐 여인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십여억 인구의 많은 백성을 통제해야 하는 중국역사 속 궁궐 여인들은 더 치열하지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관심을 간 책 바로 [구중궁궐 여인들]이다.

 

중국 최고의 역사 전문가이고 중국 고궁박물관에서 연구자이자 부관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다른 역사관련 저서를 내고 있는 시앙쓰가 집필한 책이다.

 

우리나라 조선이 유교사상을 통치 이념으로 삼았듯 중국의 왕조들도 유가 사상을 통치 이념으로 삼았기에 황제가문의 대를 잇고 자손의 번성이 중요했다. 그래서 어린 황제들부터 일찌감치 성교육을 통해 많은 여인들을 탐하게 했고, 그것이 기존의 생각했던 것보다 도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교육이 상상을 초월했다.

 

어린 황족은 사춘기가 들기 전 성교육을 받는데 보통은 환관들이 담당했으며 교육은 춘궁도와 환희불 등 요즘 말하는 19세 이상 성인물들로 교육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황제나 태자들은 사춘기에 성에 대해 잘 아는 궁녀들을 선정해 실습까지 했다니 상상 초월이다. 하긴 그때 요즘처럼 성인비디오도 없었으니 그럴만하지만 그러다 임신까지 하는 궁녀가 있었다니 궁녀로서 그것도 영광인 건가?

 

여튼, 그래서 그런지 여색을 심하게 밝힌 황제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궁궐여인들이 황제의 눈길 한번 받으려면 많은 궁녀들 속에서 소히 말하면 튀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당연 미인들도 많았고 말이다.

 

궁궐여인들이 관능으로 무장해야만 황제의 손길을 더 잡을 수 있고 그런 속에서 한 남자를 위한 암투가 무성할 수밖에 없는 궁궐. 그중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경국지색의 양귀비, 천하를 손에 쥐었던 무측천,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치 않았던 황후들의 이야기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곳이 궁궐이고 권력이 아닌지 새삼 깨닫게 된다.

 

유교사상이 지배했다고 하지만 성애에 빠졌던 왕조. 춘궁화, 밀교의식이 유행했던 송, 원나라 때의 이야기. 방중술과 춘약에 빠져 명을 단축할 수밖에 없었던 황제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술술 익히는 비사다.

 

그 중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무측천이 귀상을 가지고 태어나 궁에 들어오고 태종의 손길을 받았지만 밀려나 있다 아들인 고종에 의해 다시 고종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유교사상과 맞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고 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유교사상과는 별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나라 무측천은 남성같은 기개가 있는 인물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뜻을 거스르는 자식도 과감히 처치하는 비정함을 보였다. 엄마라는 생각이 앞섰다면 아무리 권력욕이 강해도 그렇지 어찌 자식을 없앨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녀의 아들 이홍과 이현은 모두 조정내의 인망도 두터웠고 예의도 밝았던 태자였지만 폐위된 뒤 죽음을 맞았고, 공포정치로 정권을 손에 쥐면서 황실 사람 수백을 죽였고, 사방의 첩자를 풀어 신하들의 배신도 용납지 않았다니 어디 그 시대 숨조차 제대로 쉬고 살았을 이가 얼마나 되었을지.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을는지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사대 미녀라면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꼽는다. 그 중 현종이 양옥환에 반해 귀비가 되고 정치는 뒷전이고 양귀비와 향락에 세월가는 줄 몰랐던 이야기. 그녀가 질투가 심했다고 하니 그저 반듯하고 이쁜 여인으로만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다른 궁녀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했던 조씨자매이야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황태후, 진시황의 출생의 비밀과 아들을 배신한 조태후. 짤막하면서도 재미있는 궁중 여인들의 암투 속에 생존과 권력의 흥망성쇠에 일조했던 왕실가의 이야기와 관련 당시 관련 회화들, 그리고 시조, 관련 비사의 또 다른 이야기 470여 쪽이지만 읽는 속도감이 좋아 금방 읽어낼 수 있는 중국 궁궐 여인들 이야기에 흠뻑 빠져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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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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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란 작품으로 알게 된 더글라스 케네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던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데 선택이란 걸 하게 된다. 그 결과가 지금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내가 만약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나 동경을 지니게 되는 게 사람의 속성이다. 그는 그런 공감은 물론이거니와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 매력적인 인물들, 스피디한 전개 또한 일품이기에 그의 작품은 읽는 도중에 손을 떼기가 쉽지 않다. 또 한 가지 더한다면 다방면에 박식함이 읽는 이에게 흥미를 더해준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빅 픽처], [위험한 관계], [파리5구의 여인], [더 잡]을 읽었고 이제 이 책을 마주했다. 책 두께의 압박이 오면 좀처럼 손이 안 가는데, 천재적인 이야기꾼의 책은 두께의 부담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기대만으로 책장을 펼쳤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며 자란 제인. 그녀가 미숙하고 어린 나이에 내뱉은 결혼도 않고 자녀도 낳지 않겠다.’는 말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어 아버지는 떠나고 그 책임을 제인에게 전가하는 엄마와 살게 된다. 그녀는 그 불행을 피해 하버드로 달려온다. 그런 그녀에게 위안이 되고 사랑이 되었던 지도교수 데이비드와의 밀회는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찾아온 그의 사고소식은 그를 깊은 상실에 빠지게 했다. 좋게 말하자면 사랑이지만 유부남인 만큼 불륜이다. 본인들만 아는 비밀이라 생각하지만 그들 외에 다수가 알게 되는 그들의 관계는 이후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일에 매번 낭패를 만들게 된다.

 

그래도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그녀에게 나타난 영화계에서 일하는 테오는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였고 사랑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다른 그들의 만남은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에밀리를 출산하면서 그 위기는 더욱 극대화되었다. 거액의 빚을 제인에게 안기고 떠나버린 그에 대한 배신은 그를 좌절에 늪으로 몰았고, 생의 끝을 의지했던 딸 에밀리마저 사고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녀는 더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녀의 생은 불행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희망도 보이지 않게 되면 생각하게 되는 세상과의 이별. 그런 위기 속에서 그녀는 어떻게 헤쳐 나올 것인가.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떠했을까? 묵묵히 눈도 떼지 못하고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과연 그녀가 다시 일어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물리학에서는 움직이는 입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 입자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죠.’ (중략)

바로 그게 인간의 운명이야. 임의대로 떨어져 나온 입자들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듯이 인생도 우리를 상상하지 못한 세계로 데려가는 거야. 결국 불확정성 원리가 인간 존재의 매순간을 지배하는 것이지.’ -5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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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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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대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인기 있는 작가로 그의 인지도만으로도 그의 작품을 믿고 구입하게 하는 작가 중 하나다. 집필기간이 10년이라나 얼마나 공을 들인 작품인지 기대하게 한다.

 

사건의 열쇠가 되는 사건의 단편들. 1962년 늦여름 발생한 살인사건. 짝사랑의 소타의 이별, 이후 난데없는 편의점 도난사건에 연루된 형사의 아들. 그리고 이어진 단순 강도사건으로 넘어갈만한 은퇴한 노인의 죽음. 이 모든 사실들이 손녀 리노와 소타의 추적으로 하나씩 퍼즐 맞추듯 풀어가는 이야기다.

 

전직 국가태표 수영선수 리노가 수영을 접고 방황하고 있던 때, 음악적 천재성을 발휘하던 사촌 나오토의 갑작스런 자살로 장례식장에서 재회하게 된 할아버지 슈지는 그녀의 든든한 마음의 조력자다. 그래서 종종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러면서 슈지가 키우는 꽃들을 블로그에 올려드리는 일을 했다. 그런데 예쁘게 핀 노란 나팔꽃은 블로그에 싣지 말 것을 당부 받는다. 그리고 얼마 후 슈지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원자력 공학과 학생인 소타는 쇠퇴기로 접어든 원자력 발전의 밝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방황하게 된다. 꿈을 잃어버린 리노와 소타. 사건을 맡은 형사 `하야세'는 아내와 이혼하고 떨어져 지내는 아들에게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되어주길 소망하는 내용이다. 편의점에서 도둑으로 몰릴 뻔한 하야세의 아들 유타가 슈지의 증언으로 누명을 벗었던 빚을 갚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 셋이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미스터리 소설로 단편적인 사건들이 어떻게 이렇게 엮일 수 있는 거였지 하면서 그의 논리적이고 서사적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작품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다.

 

"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 군.' 다카미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모른 체해서 없어지는 거라면 그대로 두면 되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잖아? 노란 나팔꽃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누군가 감시를 계속해야 해. 그것이 마성의 식물을 확산시켜버린 사람의 피를 물려받은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해. 도망칠 수 없지.'" 4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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