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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의 대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인기 있는 작가로 그의 인지도만으로도 그의 작품을 믿고 구입하게 하는 작가 중 하나다. 집필기간이 10년이라나 얼마나 공을 들인 작품인지 기대하게 한다.
사건의 열쇠가 되는 사건의 단편들. 1962년 늦여름 발생한 살인사건. 짝사랑의 소타의 이별, 이후 난데없는 편의점 도난사건에 연루된 형사의 아들. 그리고 이어진 단순 강도사건으로 넘어갈만한 은퇴한 노인의 죽음. 이 모든 사실들이 손녀 리노와 소타의 추적으로 하나씩 퍼즐 맞추듯 풀어가는 이야기다.
전직 국가태표 수영선수 리노가 수영을 접고 방황하고 있던 때, 음악적 천재성을 발휘하던 사촌 나오토의 갑작스런 자살로 장례식장에서 재회하게 된 할아버지 슈지는 그녀의 든든한 마음의 조력자다. 그래서 종종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러면서 슈지가 키우는 꽃들을 블로그에 올려드리는 일을 했다. 그런데 예쁘게 핀 ‘노란 나팔꽃’은 블로그에 싣지 말 것을 당부 받는다. 그리고 얼마 후 슈지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원자력 공학과 학생인 소타는 쇠퇴기로 접어든 원자력 발전의 밝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방황하게 된다. 꿈을 잃어버린 리노와 소타. 사건을 맡은 형사 `하야세'는 아내와 이혼하고 떨어져 지내는 아들에게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가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되어주길 소망하는 내용이다. 편의점에서 도둑으로 몰릴 뻔한 하야세의 아들 유타가 슈지의 증언으로 누명을 벗었던 빚을 갚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 셋이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미스터리 소설로 단편적인 사건들이 어떻게 이렇게 엮일 수 있는 거였지 하면서 그의 논리적이고 서사적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작품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다.
"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 군.' 다카미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모른 체해서 없어지는 거라면 그대로 두면 되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잖아? 노란 나팔꽃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누군가 감시를 계속해야 해. 그것이 마성의 식물을 확산시켜버린 사람의 피를 물려받은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해. 도망칠 수 없지.'" 40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