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ㅣ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평점 :
사춘기인 아이들을 보면서 교과 관련 문학책들도 관심 있게 보지만 무엇보다 성장소설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있다. 요즘은 가까운 한국은 물론 외국작가들의 성장소설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펼쳐 본다. 아이들이 아파하는 문제를 진단하고 아이들과 소통의 열쇳말 노릇을 하는 것이 이런 책이라 생각해서 같이 읽고 그 느낌을 공유해 보고 있다.
그 속에 만난 한국의 성장소설 [똥깅이]가 눈에 띈다. 똥깅이가 뭘까?
처음 들어보는 재미있고 토속적인 이름과 돌담 옆으로 부끄러워 땅을 보고 달려가는 한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웬지 끌린다.
똥깅이는 제주도에서 냇가에 기어다니는 민물 게를 일컫는데 작가는 유년기 사고로 인해 생긴 머리의 상처로 ‘땜통’ ‘똥깅이’ 란 두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작가 현기영님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해 다듬어 작가 똥깅이의 성장을 그려낸 자전적 소설이다. 제주도는 신혼여행과 추억여행 두 번의 여행을 다녀온 곳이지만 유명 관광지 빼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제주도의 토속적인 사투리와 그 혼란했던 시대적 배경, 가슴 아팠던 가정사, 죽음을 넘나들었던 똥깅이의 어린 시절, 자연을 놀이터 삼아 지냈던 개구쟁이 소년의 성장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자세히 잘 모르는 현대사 중에 하나인 4.3사건은 제주도민의 10분의 1이 연관돼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일부 생략했다지만 그 당시 음울했던 상황이 똥깅이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그 심각성을 느껴 볼 수 있었다.
사춘기에 들어서 고민했던 성문제, 신석이 형과 영대를 보면서 꿈을 키운 이야기, 아버지의 일탈로 7년여 편지를 쓰면서 길러진 글쓰기 능력, 학창시절 연극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소심했던 똥깅이의 에피소드 등 약간 생소한 자연의 이름, 제주도의 문화와 어우러진 깊이 있는 문체들이 결코 가볍지 않고 전체적으로 중후한 느낌이 든 성장소설이다.
작가의 글 중 공감이 가는 글귀를 적어본다.
삶이란 두려움의 대상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는 것을 아이들은 은연중에 깨닫고 있었다.- 127p (물가 자연놀이터에서 성장에 따른 높이에서 다이빙을 해야 하는 경험을 통해 터득한 이야기)
소음이 오히려 침묵을 강조할 경우가 있다. -178p (우울했던 병상에서 문학을 접하면서 느꼈던 이야기 중에)
나는 한시적이고, 저 바다는 영원한 것이므로, 그리하여 나는 그 영원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모태로 돌아가는 순환의 도정에 있는 것이다. -267p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자연으로의 귀향연습을 하는 작가의 회고의 글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