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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술사
이원정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9월
평점 :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었다면, 그 집착을 사랑으로 이해했다면 이 소설도 읽어보시길. “감정술사”/도서제공 양양하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판타지 소설입니다. 감정술사의 기준으로는 신의 미움을 받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 소년을 기준으로는 깨달음을 얻고 구원받은 사람에게 버림받는 이야기입니다. 슬픔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인간의 다층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이야기랄까요.
‘사랑하는 것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 신의 심술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사람들. 그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아무렇게나 흙을 쌓아 만든 무덤을 파헤치는 듯한 고통이었다.’
‘나는 슬프다.’
누구보다 슬픔을 온몸으로 느꼈던, 잘못된 사랑밖에 모르는 한 남자가 구원한 한 소년이, 그가 끝까지 부정했던 ‘슬픔’의 감정을 깨우치는 순간 이 소설은 끝납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지만 철학적인 소설입니다. 끓여 없애버릴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부정한 ‘슬픔’이라는 감정은 결국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걸 상징하는 마지막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시들지. 꽃이 시드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나의 슬픔은 아름답지 않아서 시들지도 못한 채 썩어갈 거야.’
슬픔조차 노래하던 아내를 잃은 그의 상실, 비조차 피해가던 그에게만 닥치던 상실이라는 슬픔. 모두가 부러워하는 누군가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과 기쁨, 실망, 즐거움, 두려움이 날아간 플라스크에 가장 무거운 슬픔만 남았다는 표현을 보며 판도라의 상자의 바닥에 남은 희망과의 대비를 의도하셨나 싶기도 했습니다.
슬픈 소설입니다. 구원받은 자는 슬픔을 깨닫고,
구원받아야 하는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구원을 외면하고 떠나 슬픔이 두 배가 되어버립니다. 어쩌면 그가 떠나 아내를 죽음의 순간에라도 만났기를 기원하면서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