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걸
해리엇 워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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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모두를 의심하게 됩니다. “뉴 걸” 도서제공 마시멜로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나는 직장에서 매기와 내가 불가피하게 비교당하리란 걸 알았고, 그로 인한 불안은 철저히 공적인 일로 남겨두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이제는 내 대타가 사생활까지 침범했다.”

여러분 아는 맛이 무섭죠? 여적여 스릴러 이제 식상하다고요? 그렇다면 이 소설을 보셔야 합니다. 우리가 가장 힘든 건 여자의 포지션과 커리어의 충돌이잖아요.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두렵고 그래서 #커리어그리고가정 이라는 책이 있죠.

각각 다른 입장에 처한 세 명의 여성의 얽히는 관계를 이야기하는 이 소설에서 인정욕구와 질투, 죄책감과 공격성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직장에서, 가정에서 재미있지만 능력있고 날씬하며 아이를 완벽하게 돌보는 사람이기를 강요당합니다. 그건 결국 익명이라는 안전선 안에서 폭발하게 되죠.

저는 주인공이, 느끼지 않아도 되는 감정, 그러니까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불편함을 인격적 결함이라고 표현하는 장면에서 남편의 멱살을 붙들고 흔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너의 아내를 돌보라고 이 자식아!

“우리의 우정 패턴이 그렇게 굳어진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승리보다 공포를 털어놓고 자문해주는 관계가 돼버렸으니까.”

기혼여성은 주인공인 마고에게 몰입하게 되고, 사회생활 중인 어린 분들은 메기의 마음이 닿을 겁니다. 뭘 해도 미움 받는 이유를 모르겠고 그 심리를 이해 못하겠다면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성들의 세상이 얼마나 날카롭고 민감하고 모두가 힘든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적들은 서로 친구를 하는 구나 다시 한 번 깨닫고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하는 짓은 실생활에서 하는 행동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온라인에서 말할 때는 상대의 표정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캐릭터가 짠하고 스릴러지만 드라마같은 엔딩이라 좋았다고 적어둡니다.

“인생은 수없이 많은 지각판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것과 같고, 그러는 과정에서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종종 처참하게, 종종 돌이킬 수 없이 파열돼 각자 더 작아지고 약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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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닿는 거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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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어른일까요? “달빛이 닿는 거리” 도서제공 블루홀6에서 보내주셨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매끄럽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가 토해낸 더러운 오물들이 밤거리의 소년 소녀들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

사회파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제목처럼 서로를 잇는 관계가 중심인 소설입니다. 자라지 못한 상처받은 어른은 또 다음세대의 아이들을 품어주고, 부모가 밀어낸 아이들은 또 다른 관계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합니다. 여기까지는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평범하고 따뜻한 소설로 보이는데 작가는 작품 안에서 그야말로 통속극의 설정까지 가져와 피가 섞인 가족과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일 수밖에 없는 관계를 그려냅니다.

“타인이어도 누군가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게 바로가족이다. 이곳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가족이라는 관계가 싹트고 자라나는 장소였다.”

배경이 되는 ‘그린 게이블스’라는 공간이 어쩌면 어른인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라지 않았던 여자아이, 얌전하지도 않고 말이 많고 사고뭉치인 소녀 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했던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처럼. 가슴으로 낳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가족입니다.

“네, 사람들은 때때로 일부러 뭔가를 잊어버리거든요. 잊고 있어야 다시 찾았을 때 더 기쁘니까요.”

가족에게 배제된 이들이 가꾸는 새로운 가족, 그들을 잊고 있을 혈연의 가족들은 그들의 소중함을 지금은 깨달았을까요?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주인공에게 그 마음을 알면서도 입양을 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면 하얀 꽃이 피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기다리는 진짜 집에서 지금도 또 다른 자라지 못한 아이들이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을 만나고 있길 기도하며 책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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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체사레 파베세 지음, 이열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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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은 제목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많은 이들이 청춘은 그 무엇보다 찬란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시절의 찬란함을 남기는 대신 그 뒤에 숨은 어둠과 상실을 고스란히 보여줄 뿐이다.

지니아가 소녀와 성인의 경계에서 경험하는 첫 여름은 가히 눈부시게 빛나지만, 그 빛은 곧 허무와 고독 속으로 스며든다. 사랑과 동경과 좌절이 뒤엉킨 여름이라는 계절. 청춘의 빛은 자주 덧없고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하다.

작가인 파베세는 큰 상을 받은 직후 자살했다고 한다. 스스로가 선택한 고독한 죽음이다. 그래서 이 소설속에서 드러나는 젊음의 불안과 욕망, 그리고 미묘한 인간관계의 긴장은 단지 문학적 장치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평생 느꼈던 고립과 허무를 반영하는 거울처럼 읽힌다. 청춘의 그림자를 관찰하다가 그 시선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향한 것일까? 독자는 지니아의 불완전함과 혼란을 보면서, 동시에 파베세가 끝내 세상과 거리를 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첫사랑의 기록이 아니다. 어찌보면 청춘 시대에 존재하는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커다란 절망을 기록한 것에 소설이며 파베세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자서전적 풍경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지니아가 겪은 한여름의 뜨거움과 쓸쓸함,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깊은 허무가 오래도록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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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체사레 파베세 지음, 이열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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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빛나는 순간은 덧없고, 그 덧없음은 우리를 영원히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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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기담
남유하 지음 / 소중한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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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 원천IP 찾으시는 감독님들? 여깁니다. “양재천 괴담”/소중한 책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이 책을 보고서야 깨달았죠. 제가 호러를 참 좋아하는데 여름이 다 지나도록 한 권도 못 읽었더라고요. 덕분에 즐겁게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중 에는 제가 좀 사랑했던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의 수록작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호러 판타지들을 수록하고 있고 제목에 양재천이 있는 만큼 배경은 현실입니다.

살과 품은 만두는 한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해 파국으로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입니다.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중간중간 합리화하는 부분들을 보면서 당장 그만해! 도망쳐! 라고 소리 지르고 싶어지는 재미가 있죠.

고강선사유적박물관은 세뇌에 가까운 감염이나 기생형입니다. 우연히 들었던 한 문장이 한 여자의 인생을 끝으로 끌고 갑니다. 박물관의 인형들을 보면서 가끔 하던 상상 있으시죠? 그 상상을 4D로 재현하면 이 소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음식을 씹을 때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데 유독 그 사람이 내는 소리만 듣기 싫다면 그 사람이 죽기를 바라고 있다는, 그런 얘기였어요.”

시어머니와의 티타임은 전세 역전이 일어나는 엔딩이라 다른 작품들과는 결을 달리합니다.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호러는 좀 특별하죠?

기억의 커피까지 도달하면 작가님이 표현하는 입으로 삼켜지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평소에 마시던 물을 삼킬 수 없고 결국 뒷일을 알면서도 삼키게 되는 그 무엇으로 표현된 갈급한 중독상태의 인간은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죠.

자판기와 철용씨는 무생물호러입니다. 물건에 정성을 담으면 영혼이 깃든다는 설정에 가깝죠. 그런데 그 주인을 건드렸다면?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짧아서 아쉬웠던 작품이라고 적어둡니다. 나머지 놈들은요!

내가 죽기 전날의 설정이 가장 충격적입니다. 느릿하게 #모른척살자 를 태그해둔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남성의 정체는 금기 그 자체죠.

사유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존재와 부존재, 가상의 공간과 현실사이를 부유하죠.

가독성이 좋고 분량을 맞추려고 늘린 흔적이 없어 모두가 엔딩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진행되는 수작입니다. 호러 좋아하는 저는 초콜릿 상자를 열어 무슨 맛일까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읽었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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