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름>은 제목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많은 이들이 청춘은 그 무엇보다 찬란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시절의 찬란함을 남기는 대신 그 뒤에 숨은 어둠과 상실을 고스란히 보여줄 뿐이다.지니아가 소녀와 성인의 경계에서 경험하는 첫 여름은 가히 눈부시게 빛나지만, 그 빛은 곧 허무와 고독 속으로 스며든다. 사랑과 동경과 좌절이 뒤엉킨 여름이라는 계절. 청춘의 빛은 자주 덧없고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하다.작가인 파베세는 큰 상을 받은 직후 자살했다고 한다. 스스로가 선택한 고독한 죽음이다. 그래서 이 소설속에서 드러나는 젊음의 불안과 욕망, 그리고 미묘한 인간관계의 긴장은 단지 문학적 장치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평생 느꼈던 고립과 허무를 반영하는 거울처럼 읽힌다. 청춘의 그림자를 관찰하다가 그 시선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향한 것일까? 독자는 지니아의 불완전함과 혼란을 보면서, 동시에 파베세가 끝내 세상과 거리를 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이 소설은 첫사랑의 기록이 아니다. 어찌보면 청춘 시대에 존재하는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커다란 절망을 기록한 것에 소설이며 파베세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자서전적 풍경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지니아가 겪은 한여름의 뜨거움과 쓸쓸함,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깊은 허무가 오래도록 맴도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