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 2024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중고생 논·서술형 주제토론 수업 1
태지원 지음 / 글담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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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남한강 유역에 철도가 들어섰다. 이 지역 주민들이 겪은 변화는 무엇일까? (p. 4, 머리말)'

먼저 철도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을 생각하기 쉽다. 이를테면 뗏목꾼, 여각, 객주들인데, 이들은 망했구나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이 논술 문제에 이렇게 대답한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시간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뗏목은 하루에도 여러 번 탈 기회가 있지만 당시 기차는 하루에 2번 운행하였고, 5분만 늦어도 반나절 늦은 것과 동일했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시간은 지금과 달리 자시(밤 11시~오전 1시), 축시(오전 1~3시)처럼 넓은 시간대를 표현했는데, 기차가 들어서면서 정확한 시간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분 단위로 시간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p. 5, 머리말)'


이 책의 저자 태지원은 중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지루해할 수 있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청소년을 위한 여러 권의 책을 이미 펴냈다. 내게 인상 깊었던 책은 신발에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를 다룬 <구두를 신은 세계사>다.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부의 불평등을 주제로 삼았다. 빈부격차, 기본소득, 디지털세, 취약계층의 빚 탕감,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 배경을 설명하고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려준 다음 자유롭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도록 책을 구성했다.

빈부격차에 대한 찬반 의견을 살펴보자.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입장이 있다. 그러므로 이들은 그 현실을 인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과 보상 시스템 아래에서 열심히 일해서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사회를 위협할 것이란 입장이 맞선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고 가난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방법을 정부가 모색하기를 바랍니다. (p. 41)'


'요즘 아이들은 AI나 챗 GPT를 통해서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그 트렌드를 따라가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든다."
한 어머니가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황석영 작가에게 한 질문이다. 황 작가의 대답은 "그럴 필요 없다"였다.

챗 GPT를 쓸 때 가장 필요한 것 질문 능력이다. 질문을 잘못하면 챗 GPT는 거짓말을 한다. 그럴 때 거짓말이란 걸 지적하면 사과하더라. 즉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만 좋은 질문을 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낸다는 게 황 작가가 이유를 설명한 골자다.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사람이건 챗 GPT 건 똑같다. 알고 싶은 지식은 검색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인공지능은 분석과 추론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지식과 관점을 살펴보고 배우기 위해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질문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가져야만 토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챗 GPT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를 원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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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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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일본에서 메모를 가장 많이 하며 책도 많이 읽고 항상 연구하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 못지않게 아는 것이 많다고 자부한다. 어느 날 마을에 펭귄이 떼 지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아오야마 뇌는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뇌의 에너지원인 당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 과자를 많이 먹게 되다 보니 충치가 생겼고 치과에 자주 다닌다. 그래서 친해지기도 했고 좋아해 가슴을 몰래 훔쳐보곤 하는 치과 누나가 우연히 버스터미널에서 펭귄 만드는 것을 목격한다.

'굽질리듯이 일어선 콜라 캔은 이미 콜라 캔이 아니었다. '콜라 캔이었던 그것'은 검은 날개를 어설프게 흔들면서 아장아장 조금 걸어보고 나서는 마치 '여기가 어디지?' 하는 품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멈춰 선 펭귄이었다. '펭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p. 54)'

펭귄뿐만 아니라 이상한 것도 만들어내는 치과 누나도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모른다. 누나는 연구에 진심인 소년, 아오야마에게 수수께끼를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아오야마는 단짝 친구인 우치다, 체스 소녀 하마모토와 함께 마을 탐험에 나선다. 때로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아오야마는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추론으로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아버지는 나에게 문제 푸는 법을 가르쳐 줄 때 세 가지 도움이 되는 생각을 가르쳐 줬다. (...) 그건 수학 같은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된다.
-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갠다.
-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 닮은 문제를 찾는다.
나는 펭귄 하이웨이 연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나'와 '펭귄'이다. 나는 누나를 좋아해서 누나를 연구하는 것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막혀버린 거다. 관점을 바꾸면 이 수수께끼는 펭귄들의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p. 88, 89)'


시골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운동장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가면 날아가는 상상을 했다. 마을에 유도 도장이 생겼다. 사범은 홍보를 위해 동네 아이들을 모아 며칠 동안 돈 받지 않고 유도를 가르쳤다. 슉슉 소리를 내며 마치 유도 검은 띠인 양 어설프게 배운 것을 흉내 내며 돌아다녔다. 친구들과 공을 찰 때면 내가 찬 공이 마구처럼 날아가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다. <우주소년 아톰>을 보며 하늘을 날아다녔고,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를 볼 때는 바닷속을 돌아다녔다. 어릴 때 나는 또 하나의 세상, 판타지 세상에서 살았다.

<펭귄 하이웨이>를 읽으며 까마득히 먼 옛날의 내가 됐었다. 옆집 딸 부잣집 예쁜 누나도 오랜만에 생각났다. 모습이 흐릿하지만 눈을 감으면 누나의 모습이 조금 선명해졌다. 판타지를 꿈꾸는 것이 어림없는 현실이지만, 눈을 감으면 판타지 세상에 어울리는 어린 나의 모습이 나타났다. 알 수 없는 힘센 적과 싸웠던... 그래서 영웅이 되곤 했던 나의 모습...

그 시절 어린 난, 나만의 판타지 세상에서 어른들 못지않게 뭐든지 잘해냈다. 똑똑했고 모든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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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더글러스 켄릭.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 조성숙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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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가난한 집에서 자라 로큰롤 가수로 성공한 엘비스 프레슬리는 화려하게 치장한 캐딜락을 100대나 샀다. 100대 모두 필요해서 산 것일까? 영국에 사는 싱글맘 작가 J. K 롤링은 시간을 아껴가며 힘들게 쓴 <해리 포터>시리즈가 날개 돋친 듯 팔려 큰돈을 벌였다. 그런데 그렇게 번 돈 가운데 꽤 많은 부분을 기부했다.

인도 파티일라 주의 거부 라진데르 싱은 아내가 364명이다. 그는 365번째 신부를 맞이하고 나서야 결혼을 멈췄다. 뉴욕 맨하튼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레이 오테르는 알뜰하게 모은 돈 전부를 복권 사는데 써버렸다. 지금도 그는 매년 3만 달러를 복권 사는데 쓴다.


인간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할까? 멍청하기 때문일까?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는 우리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를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삶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살아가면서 선택하고 또 선택할 일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 수많은 선택을 할까. 옳고 그름 또는 선과 악이라는 양심을 기준 잣대로 판단할까? 아니면 무엇이 손해고 이익인지가 선택의 중심일까.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한 7개의 부분자아가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들 자아는 인류가 나타나고부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또한 부분자아 가진 진화 욕구는 각각 다르다.

'자기보호 부분자아'는 신체에 해를 끼치는 모든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한다. '질병 회피 부분자아'는 병원균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서 안전하기를 원한다. 호감을 얻고 친구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라는 건 '친애 부분자아'이고, 존경받는 것을 원하는 욕구는 '지위 부분자아'다.

'짝 획득 부분자아'는 주목을 끄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고 훌륭한 짝으로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장기적인 로맨스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건 '짝 유지 부분자아'이고, '친족 보살핌 부분자아'는 자기 아이, 형제들, 친척들뿐만 아니라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은 보살피는 일에 가장 관심이 크다.

'부분자아의 개념은 진짜 당신은 하나가 아닌 여럿임을 의미한다. 친구와 있을 때의 당신, 데이트할 때의 당신, 가족과 있을 때의 당신, 승진을 갈망할 때의 당신 말이다. 이 모두가 다 똑같이 진짜 당신이다. (p. 62)'

엘비스 프레슬리와 레이 오테르의 삶을 통틀어 '지위 부분자아'가 주도권을 쥔듯하다. J. K 롤링은 '친족 보살핌 부분자아', 라진데르 싱은 '짝 획득 부분자아'가 주도권을 가진듯하다.

이들 모두 선택하기 전에 또 다른 욕구를 가진 부분자아가 나타나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레이 오테르에게는 '자기보호 부분자아'가, J. K 롤링에게는 어쩌면 '지위 부분자아'가 그리고 라진데르 싱에게는 '짝 유지 부분자아'가 제동을 걸었을 것이다. 각자 어떤 욕구에 더 힘을 실어주었는지에 따라 이들 인생이 결정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해온 나의 선택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후회가 더 많은 삶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왜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리석을 결정을 계속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 결정은 '더 깊숙한 곳에서 진화적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잠재의식적 프로그램에 의해 이끌린 (p. 352)' 것이다.

다만 어떤 행동을 선택하기 전에 내 의지로 내가 의도하는 부분자아를 깨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주도권 쥐어야 할, 지금 잠자고 있는 자아를 깨워 자문을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살 여력이 없는데도 어떤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면 자신의 심층에 질문 하나를 던져라. 이것을 구입해서 내가 충족하려는 진화적 욕구는 무엇인가? (p.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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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집 2024.8
행복이가득한집 편집부 지음 / 디자인하우스(잡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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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집> 8월 호 스페셜 이슈는 '사는 듯 머무는 여행, 휴家'이다.

이제까지 여행은 잔뜩 짐을 싸 짊어지고 떠나는 것이었다. 여행지에서 새벽 일찍 일어나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만 잠잘 때 뿌듯한 '많은 양의 경험'이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제 바뀌었다. 아내가 말할 정도로 '질 높은 쉼' 더하기 '여유'를 경험하는 여행이 여행의 트렌드가 됐다.

'그래서 국내 여행지 중 제주 스테이를 집중 조명하면서 강원의 특색 있는 스테이 정보까지 모았다. (p. 75)' 설문조사 결과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제주 또는 강원을 뽑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고 한다.

오름과 삼나무가 둘러싼 10만 평 땅에 메밀을 비롯해 여러 작물과 꽃이 자라는 '바람이 부는 밭'이라는 뜻의 '보름왓'. 이곳에 머물다 보면 시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예쁜 정원이 있는 곳에서 스테이하고 싶다면 '편안함이 머무르는 집, 소우주'가 제격이다. 다음 항해를 위해 배를 정박하고 보수하듯, 나를 정비하며 쉴 베이스캠프 같은 곳을 원한다면 '스테이를 품은 돌집, 신창 유유희'를 추천한다.

'몸을 씻는 일은 누구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행하는 일상적 행위다. 그러나 모두에게 매일 한 시간 남짓 주어지는 그 시간은 때로는 그저 멍하게 물을 맞기도 하고, 지나간 하루를 되새기거나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환기하는 낯선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p. 105)' 이곳은 '물의 감각, 조천 욕장'이다.

호텔 여덟 곳의 특색 있는 써머 패키지 그리고 각자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펜션보다 감성 있고 호텔보다는 프라이빗 한 강원의 테마별 스테이 여덟 곳도 소개한다. 모두 욕심을 부려 머물고 싶은 곳이다.


이번 호에서 집 구경할 곳은 먼저 죽마고우 건축가 둘이 나란히 지어 사는 집 양평 집 두 채다. 도시 아파트에 살 때 사계절의 삶이 똑같았다면 이곳의 사계절은 다 다르고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한옥 호텔 브랜드 노스텔지어가 네 번째 공간으로 오픈한 슬로재는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도심 속 휴식의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이명자 씨 부부의 군포 주택은 고택 뷰, 산 뷰, 정원 뷰를 품은 집이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떠나 머문 곳에서도 "행복하다. 나 진짜 행복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다면?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이 머문 치앙마이의 밤이 그랬다.

'우기의 밤하늘은 오히려 맑다. 한바탕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낮에 배운 대로 몸을 슬쩍 눕혀보았다. 선생님 없이도 될까? 오늘의 레슨을 떠올렸다. "침대에 눕는다고 생각해. 물은 너를 도와줄 거야." 떴다! 이거 내 소원이었는데. 물에 둥둥 떠서 밤하늘을 보는 것. 회색 구름, 남색 하늘, 노란 달,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
나는 물 밖으로 겨우 나와 있는 입으로 혼잣말을 했다. "행복하다. 나 진짜 행복하다." (p. 12)'

오지은 작가의 치앙마이 같은 곳을 찾아 머물며 우리도 흥얼거리며 되뇌어보자.
"행복하다. 나 진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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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김희우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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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살 김희우는 청년 사업가였다. 믿었던 동료의 배신으로 사기를 당했고 1년 6개월 넘게 방에 틀어박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통장의 돈은 2,000만 원에서 20만 원이 됐다. 그 순간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땀 흘린 만큼 돈을 버는 택배 일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노동으로 그간 입었던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일을 하며 공부도 하고 소중한 꿈을 간직하게 됐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축소판인 택배 산업 현장에서 일한 육체노동자의 이야기이자, 막다른 상황에 처한 20대 청년의 생존기이다. (p. 8)'


지금 열심히 일하며 스물여덟 살 청년 시절을 살아내고 있는 큰 아이가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른 나이에 좌절을 맛봤지만, 스스로 일어나 자본주의 시스템을 땀으로 견뎌내는 청년 김희우에게 더더욱 애정이 생겼다. 큰 아이, 김희우 작가 그리고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청년들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나는 왜 청년들이 측은해 보일까. 지난 나의 청년 시절을 돌아봐도 그렇다. 큰 아이 그리고 청년 택배기사 김희우를 비롯한 모든 청년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땀을 많이 흘리면 흘릴수록 더 가엾게 여겨진다.

청년 시절 나는 앞만 보고 달렸다. 성공을 향해 달렸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하는 것이 그 시절 나의 성공이었다. 몸이 잘 받지 않았지만 술을 먹었고, 밤늦게까지 일했고 새벽에 출근했다.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눈치 보며 행동했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 다른 곳에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시절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도 했다. 딱 그만큼 절망이 유예됐다.

지금 청년들이 안쓰러운 건 청년인 내가 가졌던 성공마저 희미해졌다는 거다. 점점 치밀하게 시스템을 갖춘 자본주의는 아이들의 기회마저 빼앗았다. 거기에 더해 차별까지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고선이라는 자본주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착취까지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난 왜 이리 게으를까.' '내 잘못이지.' '내 노력이 부족한 거야.' 끊임없이 스스로 비난하며 착취한다. 더 열심히 일하고 땀을 흘리려고 한다.


'택배는 절박함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택배 기사는 하루에도 수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는 것은 사치다.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고생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필요한 기초 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매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그만두기에 나는 너무 절박했다. (p. 255)'

지금도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큰 아이와 청년 김희우, 그리고 모든 청년들을 응원한다. 하지만 절박함이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하늘도 좀 쳐다보고 계절이 바뀜에 따라 주변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걸 눈치챘으면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살지만 그 시스템 너머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청년 시절과 다른 청년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어도 이겨낸 사람이 많구나. 좌절을 딛고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같이 절망했던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도 있구나. 그렇게 나의 뇌는 조금씩 변했던 것 같다. (p. 257)'

땀 흘리는 맛도 있지만 땀이 바람에 식을 때 그 맛도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고 자기 짐도 무거운데 남의 짐까지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 치는 것 같지만 혼자 짐을 너무 많이 걸머지고 가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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