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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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일본에서 메모를 가장 많이 하며 책도 많이 읽고 항상 연구하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 못지않게 아는 것이 많다고 자부한다. 어느 날 마을에 펭귄이 떼 지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아오야마 뇌는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뇌의 에너지원인 당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 과자를 많이 먹게 되다 보니 충치가 생겼고 치과에 자주 다닌다. 그래서 친해지기도 했고 좋아해 가슴을 몰래 훔쳐보곤 하는 치과 누나가 우연히 버스터미널에서 펭귄 만드는 것을 목격한다.

'굽질리듯이 일어선 콜라 캔은 이미 콜라 캔이 아니었다. '콜라 캔이었던 그것'은 검은 날개를 어설프게 흔들면서 아장아장 조금 걸어보고 나서는 마치 '여기가 어디지?' 하는 품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멈춰 선 펭귄이었다. '펭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p. 54)'

펭귄뿐만 아니라 이상한 것도 만들어내는 치과 누나도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모른다. 누나는 연구에 진심인 소년, 아오야마에게 수수께끼를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아오야마는 단짝 친구인 우치다, 체스 소녀 하마모토와 함께 마을 탐험에 나선다. 때로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아오야마는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추론으로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아버지는 나에게 문제 푸는 법을 가르쳐 줄 때 세 가지 도움이 되는 생각을 가르쳐 줬다. (...) 그건 수학 같은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된다.
-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갠다.
-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 닮은 문제를 찾는다.
나는 펭귄 하이웨이 연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나'와 '펭귄'이다. 나는 누나를 좋아해서 누나를 연구하는 것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막혀버린 거다. 관점을 바꾸면 이 수수께끼는 펭귄들의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p. 88, 89)'


시골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운동장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가면 날아가는 상상을 했다. 마을에 유도 도장이 생겼다. 사범은 홍보를 위해 동네 아이들을 모아 며칠 동안 돈 받지 않고 유도를 가르쳤다. 슉슉 소리를 내며 마치 유도 검은 띠인 양 어설프게 배운 것을 흉내 내며 돌아다녔다. 친구들과 공을 찰 때면 내가 찬 공이 마구처럼 날아가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다. <우주소년 아톰>을 보며 하늘을 날아다녔고,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를 볼 때는 바닷속을 돌아다녔다. 어릴 때 나는 또 하나의 세상, 판타지 세상에서 살았다.

<펭귄 하이웨이>를 읽으며 까마득히 먼 옛날의 내가 됐었다. 옆집 딸 부잣집 예쁜 누나도 오랜만에 생각났다. 모습이 흐릿하지만 눈을 감으면 누나의 모습이 조금 선명해졌다. 판타지를 꿈꾸는 것이 어림없는 현실이지만, 눈을 감으면 판타지 세상에 어울리는 어린 나의 모습이 나타났다. 알 수 없는 힘센 적과 싸웠던... 그래서 영웅이 되곤 했던 나의 모습...

그 시절 어린 난, 나만의 판타지 세상에서 어른들 못지않게 뭐든지 잘해냈다. 똑똑했고 모든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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