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 - 나는 이런 생각으로 이 회사 주식을 샀다! 일본 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
닛케이 머니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레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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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80년대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웠고 저성장이 이어졌다. 우리는 2011년부터 3% 내외의 저성장에 들어섰고, 최근 금리는 미국은 물론 유럽보다도 낮아졌다.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더 이상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

<일본주식시장의 승부사들 1>은 일본경제신문의 자회사 닛케이PB사의 매거진, 닛케이 머니가 일본의 주식 고수인 개인 투자자 서른 명을 인터뷰한 후 그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경저성장을 겪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주식투자의 반면교사로 삼기에 적절한 책이다.


투자법도 다양하다. 성장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성장주 투자,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가치주 투자, 급락장에서 오히려 매수에 나서는 역발상 투자, 이벤트를 이용하는 이벤트 투자, 초단타 데이 트레이더, 해외 주식투자까지 케이스별 실전 비법을 소개한다.

60대 투자자 이마카메안은 중소형 성장주 위주의 투자로 퇴직금 2,000만 엔을 7년여 만에 약 26억 엔으로 불렸다. 모두가 호기심을 보일 초단타 사례로 닉네임 메가빈은 10년 동안의 데이 트레이딩으로 4억 엔의 자산을 만들었다. 그는 몇 달 뒤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기세 좋은 종목 위주로 하루를 넘기지 않는 매매를 했다.


며칠 전 버크셔 주주총회가 있었다. 화제는 단연 주총에 여섯 번째 참석한 열세 살 소녀였다. 소녀는 워런 버핏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열세 살짜리 질문치곤 웬만한 어른들도 하기 쉽지 않은 맹랑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다.

FRD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면서 달러를 계속 찍어낸다. 세계 여러 나라가 달러 기조에서 벗어나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 직면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2000년대 초 베스트셀러였던 보도 섀퍼의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기억할 것이다.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유용한 경제 상식을 다룬 경제동화라 할 수 있는데, 미국은 어릴 때부터 경제와 친숙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도 재테크, 주식투자와 같은 경제를 가르치는데 너무 등한시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저금리, 부동산 침체, 이제 남은 투자 대상은 주식 시장뿐인데 지금부터라도 주식 공부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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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으면 거북이를 볼 수 있어 연시리즈 에세이 17
물결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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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떠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니 혼자였기에 만나는 이마다 친구가 될 수 있었다. (p. 13, 아침놀, 그해, 나의 계절은 늘 여름이었다)'

여행 에세이 <운이 좋으면 거북이를 볼 수 있어>의 저자 물결은 '감사'로 에세이를 시작한다. 버스를 놓친 것도 감사할 일이란다. 왜? 그 버스에 난동 부리는 사람이 있었을지 모르니까. 누군가 나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감사. 왜?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 걸 알았으니까. 두 발이 지구에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다는 것까지 감사...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또 감사한 것은 이 책이 출간되면 저는 이제 출국할 때 직업란에 '작가(writer)'라고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당신의 극본대로 살 수 있어 영광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인생을 완전히 똑같이 살겠습니다. (p. 290, 감사의 말)'

책 끄트머리 '맺음말'을 먼저 읽은 후 책 본문을 읽곤 한다. 이 책 역시 끝부분 '저녁놀'과 '감사의 말'을 먼저 읽었다. 물결 작가를 조금 알게됐다.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에세이를 끝맺는 게 절대 과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여행 내내 운이 좋았다. 감사하는 마음을 지녔으니 당연한건지도.

'하늘색과 짙은 코발트색으로 층층이 쌓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모래사장을 소년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가격도 깎아주겠다니 나는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으면 거북이를 볼 수 있어." "거북이를?" (p. 52, 53)' 운이 겹쳐서 찾아와 세 번째 거북이까지 나타났다.

방 구하기 어렵다는 쿠바 아바나에서는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저자를 위해 침대 하나를 남겨놓은 호아끼나 할머니와 인연을 맺었다. 소매치기당해 씩씩대며 쫄쫄 굶은 저자 앞에 생면부지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밥도 사주며 위로한다. 아프리카 사막 로드트립에서는 차가 뒤집혔는데도 살았다. 그리고 또...

운이 너무 좋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세계 일주 여행, 여행 뒤에 저자에게 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희귀난치병인 모야모야로 두 번에 걸쳐 수술을 받는다. 이마저 사유의 기회가 생겼고 책을 만들게 됐으니 감사하다고 고백한다.

'세계를 돌고 수술받으며 경험은 쌓을 대로 쌓아봤으니 이제는 곰곰이 곱씹어 볼 차례다. 하고 신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만약 내게 두 번째 수술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저 여행과 수술에서 겪은 경험을 한두 번 씹고 뱉은 거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깊이 사유하고 통찰을 얻는 과정을 통해 나는 내 여행이 내 인생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믿는다. (p. 285, 286)'

저자는 (내 입장에서 보면) 젊은 나이임에도 참 할 말이 많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세계여행, 그것도 홀로 하는 여행. 생사를 넘나든 수술, 그것도 두 번. 나 같으면 울화가 치밀었을 법한 인생인데,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마무리한다. 게다가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인생을 되풀이하고 싶다니...


이제 직업란에 '작가(writer)'라고 쓰고 출국하겠지? 이번 여행에서도 운이 좋아 거북이를 또 볼 수 있기를... 물결 작가 삶의 한 부분이 또 감사로 시작해서 감사로 채워지길... 그리고 그런 여행 에세이를 다시 읽게 되는 기회가 내게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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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땅이여 1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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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학교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프로그래머, 지금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기미히토가 3년 만에 모교에 나타났다. 모교의 동양문화연구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스템 장애가 일어났고, 전문가들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자 기미히토 교수를 불러들인 것이다.

'컴퓨터에 관한한 판단은 분명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 작동이 되거나 안 되거나의 둘 중 하나다. 모든 것은 기계적이고, 기계적인 결론은 언제나 명백하다. 뭔가가 안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누구에게나 납득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 아닌가. (p. 20)'

모든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진 기미히토, 시스템 장애의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찾지 못한다. 어이없게도 연구소 앞에 있던 토우 한 쌍을 치웠더니 시스템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기미히토는 혼란에 빠지고 그 비밀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기미히토는 조사 끝에 하나의 추리를 이끌어낸다. 조선총독부의 부탁으로 조선의 풍수를 집대성한 무라야마는 조선의 기를 꺾는 작업에 앞장섰다.

'그러다가 조선의 큰 힘의 뿌리를 건드렸다. 그 힘은 조선에서 스스로를 지켜낸 유일한 힘이다. 토우는 그 작업에 참가한 사람들에 대한 그 큰 힘의 저주를 실행하는 수단이었다. (p. 189)'

한국을 찾은 기미히토는 사도광탄이라는 신비에 싸인 인물을 만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한민국의 근본을 끊기 위해 주술사들을 동원해 저주를 일삼았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연구소 앞에 놓였던 한 쌍의 토우가 팔만대장경과 관련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한편 김정완은 대학생 천재 해커 수아의 도움으로 자신이 인수한 파이낸스사가 처한 곤경, 해커의 협박으로부터 벗어난다.


'언젠가 정재정 교수로부터 신비한 토우(土偶) 얘기를 들었다. 도쿄대학교의 한 교수가 컴퓨터 장애를 일으키는 토우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적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것이 이 소설을 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p. 11, 작가의 말)'

작가 김진명은 소설 <하늘이여 땅이여>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을까? '작가의 말'을 통해 몇 가지 짐작할 수 있다. 과학을 지나치게 맹신한 나머지 전통문화를 외면하고 엄연히 존재하는 정신세계를 잊어버리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세계로 진출해가는 우리의 젊은 세대와 전통적 세대와의 화해와 조화를 주제로 삼았다. 그러기 위해 고유한 민족정신을 순수하게 대변할 수 있는 신비로운 상징적 존재와 민족 고유의 혼과 정체성을 담아낼 우리의 젊은이 또한 만들어냈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 정신문화와 과학을 대변하는 이 두 인물의 조화가 우리 민족의 역동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리라는 바람에서였다. (p. 11, 12 작가의 말)'

1편에 등장하는 사도광탄이 토속신앙과 전통적 세대를, 수아가 과학과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듯하다. 2편에서는 대한민국을 향해 일본이 벌이는 악의적인 음모의 전체 모습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고, 사도광탄과 수아가 세대 간 조화를 이뤄 음모를 막아내는 활약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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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팔리는 브랜드 경험의 법칙 - 기억이 머무는 브랜드의 비밀
호소야 마사토 지음, 김소영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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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하면 떠오르는 넘버는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달빛 속에서 부르는 'Memory'다. 다른 고양이들의 외면으로 외로웠던 그리자벨라는 아름다웠던 시절을 기억해 낸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나는 무의식중에 홍차에 적셔 부드러워진 마들렌 한 조각을 티 한 스푼에 떠서 통째로 입에 가져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을 맡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마들렌 한 조각처럼 특정한 향기 또는 냄새에 자극받아 과거의 기억이 선명히 되살아나는 심리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 Proust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p. 54)'

1989년 7월 롯데월드가 개장하면서 오픈 멤버로서 들었던 생각은 메인 캐릭터인 로티&로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였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했을 때였다. 3대가 디즈니 캐릭터 옷을 입고, 웃고 즐기며 음식을 먹는 모습이 가장 부러웠고, 똑같은 모습이 롯데월드에서도 연출되기를 상상을 했다.


기업에게 장기적인 브랜드 에쿼티 brand equity는 매우 중요하고 기업은 이를 구축하려고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다. 브랜드 전략 전문가 호소야 마사토의 <계속 팔리는 브랜드 경험의 법칙>는 브랜드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즉 기억이 브랜드에 어떻게 축적되는지, 브랜드를 기억에 오래 머물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담았다.

먼저 브랜드 에쿼티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와 브랜드 스토리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그다음 뇌과학과 문화인류학까지 범위를 넓혀 기억에 관한 연구를 이야기하고, 기억에 관한 독자 인터뷰와 9개의 구체적인 브랜딩 사례를 3가지 기억 개념 모델별로 나눠 제시한다. 마지막에는 '기억에서 미래를 만들다'라는 주제로 브랜드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다네 쓰요시와 영국 크리에이티브 팀 TOMATO의 하세가와 도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즉, 자전적 기억이란 '자신의 인생에 있었던 사건에 관한 기억의 총집합이며, 사실과 주관적인 진리성을 포함한 정서적·공간적으로 특정 가능한 기억'이다. (p. 60)'

기업이 의도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우리가 기억하는 이미지는 다르다. 그 브랜드를 어디서 누구와 얼마나 경험했는지에 따른 공간적 기억, 오감이나 정서에 따른 정서적 기억, 여러 번 반복되는 개괄적 기억에 따라 자전적 기억이 형성된다. 자전적 기억을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는 오래 남기도 하고 어느새 잊혀 사라진다. 기억은 브랜드 선택에 깊숙이 관여한다.

오류 때문에 기억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뇌는 더하고 빼는 등 왜곡해서 추억을 쌓아놓는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상품이라면 품질보다는 브랜드의 매력이 우선한다.


롯데월드에서 로티&로리는 연인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고, 가족, 친구 사이에 참견하기도 한다. 외로워 보이면 위로해 주고 기쁠 때는 그 즐거움을 두 배가 되도록 한다. 간직할 추억에 오래 기억할 만한 이벤트 한 스푼을 더해주는 격이다. 로티&로리의 브랜드 전략이다. 왜? 롯데월드는 경험을... 추억이란 상품을 파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리자벨라가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듯이 로티&로리와 함께했던 스토리를 추억해야만 완성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35년 전 내가 바랬던 그리고 30대 중반에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부러웠고 했던 그 장면, 3대가 로티&로리 캐릭터 옷을 입고 웃고 즐기며 음식을 먹는 모습이 롯데월드 곳곳에서 눈에 띈다면 롯데월드는 기억이 오래 머무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내가 한때 몸담고 꿈꿨던 롯데월드라는 브랜드...

'반면 기억은 사람에 따라 점점 달라져요. 뇌란 꽤 자유롭다고 할까, 마음대로 기억을 바꿀 때가 있잖아요. 기억이 조금씩 왜곡된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 했던 이야기가 점점 달라지잖아요. 물론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튼 기억은 그 사람의 근원이 되고 원동력이 되어 그 사람의 미래를 만들어 가요. 기억이란 역시 재미있어요. (p.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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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플롯 - 문학에서 발견하는 무한한 좌표들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6
황모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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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에서 돌아온 뒤 주변이 이전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느낀 건 조카 시환 때문이었다. (p. 9, 첫 문장)'

여행에서 돌아온 주인공 나현은 뭔가 낯선 느낌을 갖는다. 여섯 살 조카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평소라면 잔소리를 늘어놓았을 나현의 언니도 말수가 적다. 웃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고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며 무감각하다. 심지어 감각은 불필요하며 생존에 지장이 있다고 여긴다. 웃음을 터트리는 나현에게 의사는 '감각 과잉 감정 과발산증'이란 진단을 한다.

'제87차 서브플롯 실패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라!'
퀘스트 클리어에 실패했습니다.
메인플롯으로 돌아갑니다. (p. 53)'

기이한 분위기임에도 나현은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이런 낯선 상황은 반복된다.


나현이 기획한 스토리는 헤딩 엔딩이었다. 하지만 나현이 살아가는 실제 삶의 메인플롯은 나현이 계획했던 스토리와 달랐다. 엄마도 언니 미현도 죽었고,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둘만의 세계를 만들곤 했던 친구 송인도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죽었다.

지옥 밑 지옥을 헤매는 앙상한 몰골의 나현, 생의 기운을 다 토해버린 상태로 그가 도착한 곳은 여성 홈리스 마약 중독자 지원센터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데도 잃을 것이 계속 생긴다. 진저리 치는 나현에게 지원센터 담당자가 제안한다. 서브플롯을 개작해 메인플롯을 바꿔보자고. 이제까지 나현에게 허락되지 않은 삶으로 메인플롯을 각색해 보자고.

'"서브플롯이 뭔가요?"
"당신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지만 당신이 직접 경험한 메인플롯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이 만나고 싶었던 두 번째 이야기예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 쓰는 겁니다." (...)
"서브플롯은 당신이 구상한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 (...)
그래, 한 번 해보자. 내 이야기니까. 이번엔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볼래. 내가 주인공이야. 내게도 평범한 삶이 허락된다면, 정말로 가능하다면, 꼭 보고 싶었던 장면을 만들어볼래. (p. 136, 137)'

내 이야기가 없는 세상 이야기에, 그것도 주변에 나현은 머물러 왔다. 나현의 삶에서 정작 나현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심장만은 가지고 살고자 했었다. 서브플롯으로 나현은 무엇을 구상했을까? 그래서 메인플롯은 바뀌었을까?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후회가 가득하다. 앞을 쳐다봐야 하는데 쌓인 후회에 미련이 남아 뒤로 돌아다본다. 어떤 땐 아예 뒤로 돌아 걸어온 길을 한참 쳐다본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모든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자신이라는 가장 유니크한 이야기의 작가요. 이 생은 온전히 당신만의 이야기니까요."
나만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만든 이야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구했다는 결론은 더욱 마음에 들었다. (p. 218, 219)'

작가 황모과는 소설을 통해 제안한다.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유니크한 존재 '자기 자신'이라는 작품의 저자 (p. 5)'이니 뒤돌아서서 '이랬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로 서브플롯을 만들어보라고. 그래서 진저리 치는 곳에 머물고 있는 자신을 구원하는 메인플롯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이왕이면 해피엔딩으로 스토리 끝을 맺으라고.

누군가 나타난 허황된 스토리라고 거짓말이라고 훼방을 놓아 혼자 힘이 부친다면, 가족, 친구, 이웃 모두를 엑스트라 또는 조연으로 등장시켜 그들을 자신의 메인플롯 이야기의 증인으로 만들어버리라고 한다. 남이 내 인생을 멋대로 탕진하지 못하게 하라고 말이다.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어야 한다고. 그 힘을 믿기에 황모과 자신도 작가 되었다고...

'남의 이야기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모양이었다. (p. 214)'

그리고 작가 황모과는 자신이 사는 이 세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서브플롯으로 이 소설을 썼노라고...

'자기 죗값을 피하려는 자가 제왕적 권력을 획득한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보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 그때 예감했던 일들이 다분히 나이브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범한 삶을 완전히 파탄 내는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 자기 보전과 바꿔 나라의 주권을 넘겨버리곤 사람들과 일상을 과로와 생활고로 밀어 넣은 자들이 이래도 버틸 거냐고 협박이라도 하는 것 같다. 진실이 승리한다는 믿음이. 그래도 살아보자는 각오가 다 헛되게만 느껴진다. 열패감이 찾아온다. 사실 이겨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사실까지 쓰라리다. 이 세상도, 그리고 나 자신도... (p. 236, 작가의 말)'

그래서 작가 황모과의 메인플롯도 자신이 주인공이 이야기로 바꾸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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