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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땅이여 1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4월
평점 :
도쿄대학교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프로그래머, 지금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기미히토가 3년 만에 모교에 나타났다. 모교의 동양문화연구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스템 장애가 일어났고, 전문가들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자 기미히토 교수를 불러들인 것이다.
'컴퓨터에 관한한 판단은 분명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 작동이 되거나 안 되거나의 둘 중 하나다. 모든 것은 기계적이고, 기계적인 결론은 언제나 명백하다. 뭔가가 안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누구에게나 납득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 아닌가. (p. 20)'
모든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진 기미히토, 시스템 장애의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찾지 못한다. 어이없게도 연구소 앞에 있던 토우 한 쌍을 치웠더니 시스템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기미히토는 혼란에 빠지고 그 비밀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기미히토는 조사 끝에 하나의 추리를 이끌어낸다. 조선총독부의 부탁으로 조선의 풍수를 집대성한 무라야마는 조선의 기를 꺾는 작업에 앞장섰다.
'그러다가 조선의 큰 힘의 뿌리를 건드렸다. 그 힘은 조선에서 스스로를 지켜낸 유일한 힘이다. 토우는 그 작업에 참가한 사람들에 대한 그 큰 힘의 저주를 실행하는 수단이었다. (p. 189)'
한국을 찾은 기미히토는 사도광탄이라는 신비에 싸인 인물을 만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한민국의 근본을 끊기 위해 주술사들을 동원해 저주를 일삼았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연구소 앞에 놓였던 한 쌍의 토우가 팔만대장경과 관련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한편 김정완은 대학생 천재 해커 수아의 도움으로 자신이 인수한 파이낸스사가 처한 곤경, 해커의 협박으로부터 벗어난다.
'언젠가 정재정 교수로부터 신비한 토우(土偶) 얘기를 들었다. 도쿄대학교의 한 교수가 컴퓨터 장애를 일으키는 토우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적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것이 이 소설을 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p. 11, 작가의 말)'
작가 김진명은 소설 <하늘이여 땅이여>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을까? '작가의 말'을 통해 몇 가지 짐작할 수 있다. 과학을 지나치게 맹신한 나머지 전통문화를 외면하고 엄연히 존재하는 정신세계를 잊어버리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세계로 진출해가는 우리의 젊은 세대와 전통적 세대와의 화해와 조화를 주제로 삼았다. 그러기 위해 고유한 민족정신을 순수하게 대변할 수 있는 신비로운 상징적 존재와 민족 고유의 혼과 정체성을 담아낼 우리의 젊은이 또한 만들어냈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 정신문화와 과학을 대변하는 이 두 인물의 조화가 우리 민족의 역동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리라는 바람에서였다. (p. 11, 12 작가의 말)'
1편에 등장하는 사도광탄이 토속신앙과 전통적 세대를, 수아가 과학과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듯하다. 2편에서는 대한민국을 향해 일본이 벌이는 악의적인 음모의 전체 모습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고, 사도광탄과 수아가 세대 간 조화를 이뤄 음모를 막아내는 활약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