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더글러스 켄릭.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 조성숙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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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가난한 집에서 자라 로큰롤 가수로 성공한 엘비스 프레슬리는 화려하게 치장한 캐딜락을 100대나 샀다. 100대 모두 필요해서 산 것일까? 영국에 사는 싱글맘 작가 J. K 롤링은 시간을 아껴가며 힘들게 쓴 <해리 포터>시리즈가 날개 돋친 듯 팔려 큰돈을 벌였다. 그런데 그렇게 번 돈 가운데 꽤 많은 부분을 기부했다.

인도 파티일라 주의 거부 라진데르 싱은 아내가 364명이다. 그는 365번째 신부를 맞이하고 나서야 결혼을 멈췄다. 뉴욕 맨하튼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레이 오테르는 알뜰하게 모은 돈 전부를 복권 사는데 써버렸다. 지금도 그는 매년 3만 달러를 복권 사는데 쓴다.


인간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할까? 멍청하기 때문일까? <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는 우리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를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삶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살아가면서 선택하고 또 선택할 일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 수많은 선택을 할까. 옳고 그름 또는 선과 악이라는 양심을 기준 잣대로 판단할까? 아니면 무엇이 손해고 이익인지가 선택의 중심일까.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한 7개의 부분자아가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들 자아는 인류가 나타나고부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또한 부분자아 가진 진화 욕구는 각각 다르다.

'자기보호 부분자아'는 신체에 해를 끼치는 모든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한다. '질병 회피 부분자아'는 병원균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서 안전하기를 원한다. 호감을 얻고 친구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라는 건 '친애 부분자아'이고, 존경받는 것을 원하는 욕구는 '지위 부분자아'다.

'짝 획득 부분자아'는 주목을 끄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고 훌륭한 짝으로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장기적인 로맨스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건 '짝 유지 부분자아'이고, '친족 보살핌 부분자아'는 자기 아이, 형제들, 친척들뿐만 아니라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은 보살피는 일에 가장 관심이 크다.

'부분자아의 개념은 진짜 당신은 하나가 아닌 여럿임을 의미한다. 친구와 있을 때의 당신, 데이트할 때의 당신, 가족과 있을 때의 당신, 승진을 갈망할 때의 당신 말이다. 이 모두가 다 똑같이 진짜 당신이다. (p. 62)'

엘비스 프레슬리와 레이 오테르의 삶을 통틀어 '지위 부분자아'가 주도권을 쥔듯하다. J. K 롤링은 '친족 보살핌 부분자아', 라진데르 싱은 '짝 획득 부분자아'가 주도권을 가진듯하다.

이들 모두 선택하기 전에 또 다른 욕구를 가진 부분자아가 나타나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레이 오테르에게는 '자기보호 부분자아'가, J. K 롤링에게는 어쩌면 '지위 부분자아'가 그리고 라진데르 싱에게는 '짝 유지 부분자아'가 제동을 걸었을 것이다. 각자 어떤 욕구에 더 힘을 실어주었는지에 따라 이들 인생이 결정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해온 나의 선택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후회가 더 많은 삶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왜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리석을 결정을 계속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 결정은 '더 깊숙한 곳에서 진화적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잠재의식적 프로그램에 의해 이끌린 (p. 352)' 것이다.

다만 어떤 행동을 선택하기 전에 내 의지로 내가 의도하는 부분자아를 깨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 주도권 쥐어야 할, 지금 잠자고 있는 자아를 깨워 자문을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살 여력이 없는데도 어떤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면 자신의 심층에 질문 하나를 던져라. 이것을 구입해서 내가 충족하려는 진화적 욕구는 무엇인가? (p.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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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집 2024.8
행복이가득한집 편집부 지음 / 디자인하우스(잡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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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집> 8월 호 스페셜 이슈는 '사는 듯 머무는 여행, 휴家'이다.

이제까지 여행은 잔뜩 짐을 싸 짊어지고 떠나는 것이었다. 여행지에서 새벽 일찍 일어나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만 잠잘 때 뿌듯한 '많은 양의 경험'이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제 바뀌었다. 아내가 말할 정도로 '질 높은 쉼' 더하기 '여유'를 경험하는 여행이 여행의 트렌드가 됐다.

'그래서 국내 여행지 중 제주 스테이를 집중 조명하면서 강원의 특색 있는 스테이 정보까지 모았다. (p. 75)' 설문조사 결과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제주 또는 강원을 뽑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고 한다.

오름과 삼나무가 둘러싼 10만 평 땅에 메밀을 비롯해 여러 작물과 꽃이 자라는 '바람이 부는 밭'이라는 뜻의 '보름왓'. 이곳에 머물다 보면 시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예쁜 정원이 있는 곳에서 스테이하고 싶다면 '편안함이 머무르는 집, 소우주'가 제격이다. 다음 항해를 위해 배를 정박하고 보수하듯, 나를 정비하며 쉴 베이스캠프 같은 곳을 원한다면 '스테이를 품은 돌집, 신창 유유희'를 추천한다.

'몸을 씻는 일은 누구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행하는 일상적 행위다. 그러나 모두에게 매일 한 시간 남짓 주어지는 그 시간은 때로는 그저 멍하게 물을 맞기도 하고, 지나간 하루를 되새기거나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환기하는 낯선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p. 105)' 이곳은 '물의 감각, 조천 욕장'이다.

호텔 여덟 곳의 특색 있는 써머 패키지 그리고 각자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펜션보다 감성 있고 호텔보다는 프라이빗 한 강원의 테마별 스테이 여덟 곳도 소개한다. 모두 욕심을 부려 머물고 싶은 곳이다.


이번 호에서 집 구경할 곳은 먼저 죽마고우 건축가 둘이 나란히 지어 사는 집 양평 집 두 채다. 도시 아파트에 살 때 사계절의 삶이 똑같았다면 이곳의 사계절은 다 다르고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한옥 호텔 브랜드 노스텔지어가 네 번째 공간으로 오픈한 슬로재는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도심 속 휴식의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이명자 씨 부부의 군포 주택은 고택 뷰, 산 뷰, 정원 뷰를 품은 집이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떠나 머문 곳에서도 "행복하다. 나 진짜 행복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다면?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이 머문 치앙마이의 밤이 그랬다.

'우기의 밤하늘은 오히려 맑다. 한바탕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낮에 배운 대로 몸을 슬쩍 눕혀보았다. 선생님 없이도 될까? 오늘의 레슨을 떠올렸다. "침대에 눕는다고 생각해. 물은 너를 도와줄 거야." 떴다! 이거 내 소원이었는데. 물에 둥둥 떠서 밤하늘을 보는 것. 회색 구름, 남색 하늘, 노란 달,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
나는 물 밖으로 겨우 나와 있는 입으로 혼잣말을 했다. "행복하다. 나 진짜 행복하다." (p. 12)'

오지은 작가의 치앙마이 같은 곳을 찾아 머물며 우리도 흥얼거리며 되뇌어보자.
"행복하다. 나 진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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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김희우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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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살 김희우는 청년 사업가였다. 믿었던 동료의 배신으로 사기를 당했고 1년 6개월 넘게 방에 틀어박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통장의 돈은 2,000만 원에서 20만 원이 됐다. 그 순간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땀 흘린 만큼 돈을 버는 택배 일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노동으로 그간 입었던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일을 하며 공부도 하고 소중한 꿈을 간직하게 됐다.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축소판인 택배 산업 현장에서 일한 육체노동자의 이야기이자, 막다른 상황에 처한 20대 청년의 생존기이다. (p. 8)'


지금 열심히 일하며 스물여덟 살 청년 시절을 살아내고 있는 큰 아이가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른 나이에 좌절을 맛봤지만, 스스로 일어나 자본주의 시스템을 땀으로 견뎌내는 청년 김희우에게 더더욱 애정이 생겼다. 큰 아이, 김희우 작가 그리고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청년들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나는 왜 청년들이 측은해 보일까. 지난 나의 청년 시절을 돌아봐도 그렇다. 큰 아이 그리고 청년 택배기사 김희우를 비롯한 모든 청년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땀을 많이 흘리면 흘릴수록 더 가엾게 여겨진다.

청년 시절 나는 앞만 보고 달렸다. 성공을 향해 달렸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하는 것이 그 시절 나의 성공이었다. 몸이 잘 받지 않았지만 술을 먹었고, 밤늦게까지 일했고 새벽에 출근했다.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눈치 보며 행동했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 다른 곳에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시절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도 했다. 딱 그만큼 절망이 유예됐다.

지금 청년들이 안쓰러운 건 청년인 내가 가졌던 성공마저 희미해졌다는 거다. 점점 치밀하게 시스템을 갖춘 자본주의는 아이들의 기회마저 빼앗았다. 거기에 더해 차별까지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고선이라는 자본주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착취까지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난 왜 이리 게으를까.' '내 잘못이지.' '내 노력이 부족한 거야.' 끊임없이 스스로 비난하며 착취한다. 더 열심히 일하고 땀을 흘리려고 한다.


'택배는 절박함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택배 기사는 하루에도 수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는 것은 사치다.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고생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필요한 기초 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매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그만두기에 나는 너무 절박했다. (p. 255)'

지금도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큰 아이와 청년 김희우, 그리고 모든 청년들을 응원한다. 하지만 절박함이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하늘도 좀 쳐다보고 계절이 바뀜에 따라 주변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걸 눈치챘으면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살지만 그 시스템 너머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청년 시절과 다른 청년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어도 이겨낸 사람이 많구나. 좌절을 딛고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같이 절망했던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도 있구나. 그렇게 나의 뇌는 조금씩 변했던 것 같다. (p. 257)'

땀 흘리는 맛도 있지만 땀이 바람에 식을 때 그 맛도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고 자기 짐도 무거운데 남의 짐까지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 치는 것 같지만 혼자 짐을 너무 많이 걸머지고 가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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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미나토 쇼 지음, 황누리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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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은 죽는다. 다만 언뜻 죽음을 잊고 살 뿐이다. 어느정도 나이를 먹거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 상황을 달라진다. 죽음을 의식하게 된다.

하여튼 가진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행복하게 살든 불행하게 살든 결국 언제인지 모를 뿐 결국 죽음에 이르른다. 그렇다면 돈의 많고 적음과 달리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어떻게 살다 죽고 싶은가. 행복하게? 불행하게? 답은 뻔한데,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나?


죽을 때를 기다리는 사키무라 리이와 죽을 때를 놓친 무로사키 토우야, 이 두 운명의 이야기다. 어쩌면 영영 만나지 못할 이들이 죽음이라는 연결고리로 만났다. 토우야는 스노보드 경기를 하던 중 큰 사고로 죽을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리이는 백 끼의 식사가 끝나면 죽는 '여명백식'이라는 병에 걸려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여명백식餘命百食
식사할 때마다 여명지수라는 명칭의 체내 수치가 감소하고, 그 수치가 0이 되면 몸의 기능이 정지하여 죽음에 이르는 기묘한 병. 현재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환자는 오로지 밥을 먹으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진단받는 시점에는 대체로 남은 식사 횟수가 백 끼 정도이므로 여명백식이라는 병명이 붙었다고 어디에선가 들었다. (p. 21)'

리이는 기왕 이상한 병에 걸렸으니 남은 백 끼를 맛있는 것만 먹은 다음 죽기로 결심한다. 맛집 여행을 함께 다닐 사람을 찾던 리이는 사고 이후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토우야를 만나 같이 여행하자고 제안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공포에 사로잡힌 토우야는 자신과 다르게 마지막 식사까지 마음껏 즐기겠다는 리이의 긍정적인 마음이 알고 싶어 같이 다니기로 한다. 리이는 매 끼니 행복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 맛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응. 쌍둥이자리 유성군은 10년에 한 번꼴로 극대기가 찾아온대. 예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별이 무수히 쏟아진다나. 그게 올해인 모양인데 나는 못 봐. 예정대로라면 쌍둥이자리 유성군이 피크인 날 점심이 내 마지막 점심 식사거든. 아마 난 그때 죽을 테니까." (p. 104)'


이 둘 앞에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리이에게 죽음이라는 끝이 정해져 있지만 이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 사랑의 힘으로 토우야는 사고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일본스키선수권대회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착지가 흔들려 4위에 그쳤지만 최고 높이 7.5미터를 기록하며 세계신기록 수립한다.

사랑의 힘으로 리이는 여명백식 사상 처음으로 백 끼 수명을 넘어 한 끼를 더 먹는 기적을 일으킨다. 그동안 사랑을 키웠던 토우야와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며 볼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쌍둥이자리 유성을 올려다본다. 소원도 빈다. 그리고 리이의 트레이드 마크, 영원토록 들을 수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아, 맛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어차피 죽는 데 사랑은 무슨...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기적을 외면하고 밥맛이 없다며 억지로 끼니를 때운다면? 그런 삶은 불행하고 어리석은 삶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그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우리 모두 죽을 거라는 걸 알지만 영원한 것이라도 되는 양 사랑을 한다. 기적을 보기도 하고 심지어 만들기까지 한다. 그저 우리가 외칠 말은 이것뿐이다. 살아서 즐길 수 있음을 감사하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는 크게... "오늘 하루도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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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의 시간 - mRNA로 세상을 바꾼 커털린 커리코의 삶과 과학
커털린 커리코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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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인체 설계도로 생명활동에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 들어있다. DNA는 원본이어서 안전하게 핵 속에 있다. 반면 mRNA는 생산해야 할 단백질의 레시피를 DNA에서 복사해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인 리보솜에 가져다주는 일종의 사본이다.

<돌파의 시간>은 이런 mRNA로 세상을 바꾼 헝가리 출신 커털린 커리코의 인생 스토리다. 자신의 연구가 언젠가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학계의 폐쇄적 사고, 권위와 권력, 특권으로 움직이는 문화 속에서 묵묵히 연구를 해온 여성이다.

푸주한의 딸로 태어난 커리코는 어려서부터 꽃, 텃밭의 채소 등 주변 어디에서나 과학을 배웠다. RNA는 다루기도 쉽지 않고 연구 가치가 없다는 동료 과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커리코는 RNA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커리코는 딸 수전의 곰 인형에 전 재산 900파운드를 집어넣고 남편, 어린 딸과 함께 헝가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에서 추방 협박은 물론 학계의 주목도 연구 지원도 제대로 못 받는 등 어려움을 겪지만 수많은 실험을 통해 마침내 mRNA를 사용해 세포 안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나는 이 일을 30년 동안 해왔다. 한 번에 하루씩, 한 번에 한 실험씩, 한 번에 한 연구실씩, 그리고 마침내 그것들이 모두 여기에 있다.
실험실에서 mRNA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mRNA를 세포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mRNA가 파괴되지 않게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슈도유리딘을 mRNA에 통합하여 mRNA가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훨씬 더 많은 단백질을 번역했다. (p. 312)'

커리코는 그 누구의 관심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관심 가져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과학자의 길에 들어선 다음부터 타인의 인정이 아닌 연구에만 가치를 두었다. 그 결과 최고의 생화학자가 됐다.

'우리는 시험하고 변형하고 다시 시험했다.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영어로 "연구가research"가 "다시 찾는다re-search"라는 뜻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연구자는 그냥 찾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찾고, 찾은 다음에도 또 찾는다. 계속, 계속, 계속해서. (p. 291)'

커리코가 점점 나아진 비결은 형사 콜롬보가 말하는 "한 가지만 더"였다.
'질문 한 가지만 더, 실험 한 번만 더,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자, (...) 또 하고, 또 하고, 한 가지만 더, 한 번만 더. (p. 103)'

2021년 12월 내가 받은 백신 2차 접종은 모더나로 mRNA 백신이었다. mRNA 백신 덕분에 코로나19에서 벗어났다. mRNA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란 한 여성 과학자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커털린 커리코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기까지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녀를 향한 (또 누구에게나 필요한) 작은 응원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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