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미나토 쇼 지음, 황누리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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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은 죽는다. 다만 언뜻 죽음을 잊고 살 뿐이다. 어느정도 나이를 먹거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 상황을 달라진다. 죽음을 의식하게 된다.

하여튼 가진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행복하게 살든 불행하게 살든 결국 언제인지 모를 뿐 결국 죽음에 이르른다. 그렇다면 돈의 많고 적음과 달리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어떻게 살다 죽고 싶은가. 행복하게? 불행하게? 답은 뻔한데,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나?


죽을 때를 기다리는 사키무라 리이와 죽을 때를 놓친 무로사키 토우야, 이 두 운명의 이야기다. 어쩌면 영영 만나지 못할 이들이 죽음이라는 연결고리로 만났다. 토우야는 스노보드 경기를 하던 중 큰 사고로 죽을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리이는 백 끼의 식사가 끝나면 죽는 '여명백식'이라는 병에 걸려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여명백식餘命百食
식사할 때마다 여명지수라는 명칭의 체내 수치가 감소하고, 그 수치가 0이 되면 몸의 기능이 정지하여 죽음에 이르는 기묘한 병. 현재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환자는 오로지 밥을 먹으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진단받는 시점에는 대체로 남은 식사 횟수가 백 끼 정도이므로 여명백식이라는 병명이 붙었다고 어디에선가 들었다. (p. 21)'

리이는 기왕 이상한 병에 걸렸으니 남은 백 끼를 맛있는 것만 먹은 다음 죽기로 결심한다. 맛집 여행을 함께 다닐 사람을 찾던 리이는 사고 이후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토우야를 만나 같이 여행하자고 제안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공포에 사로잡힌 토우야는 자신과 다르게 마지막 식사까지 마음껏 즐기겠다는 리이의 긍정적인 마음이 알고 싶어 같이 다니기로 한다. 리이는 매 끼니 행복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 맛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응. 쌍둥이자리 유성군은 10년에 한 번꼴로 극대기가 찾아온대. 예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별이 무수히 쏟아진다나. 그게 올해인 모양인데 나는 못 봐. 예정대로라면 쌍둥이자리 유성군이 피크인 날 점심이 내 마지막 점심 식사거든. 아마 난 그때 죽을 테니까." (p. 104)'


이 둘 앞에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리이에게 죽음이라는 끝이 정해져 있지만 이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 사랑의 힘으로 토우야는 사고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일본스키선수권대회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착지가 흔들려 4위에 그쳤지만 최고 높이 7.5미터를 기록하며 세계신기록 수립한다.

사랑의 힘으로 리이는 여명백식 사상 처음으로 백 끼 수명을 넘어 한 끼를 더 먹는 기적을 일으킨다. 그동안 사랑을 키웠던 토우야와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며 볼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쌍둥이자리 유성을 올려다본다. 소원도 빈다. 그리고 리이의 트레이드 마크, 영원토록 들을 수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아, 맛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어차피 죽는 데 사랑은 무슨...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기적을 외면하고 밥맛이 없다며 억지로 끼니를 때운다면? 그런 삶은 불행하고 어리석은 삶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그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우리 모두 죽을 거라는 걸 알지만 영원한 것이라도 되는 양 사랑을 한다. 기적을 보기도 하고 심지어 만들기까지 한다. 그저 우리가 외칠 말은 이것뿐이다. 살아서 즐길 수 있음을 감사하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는 크게... "오늘 하루도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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