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의 시간 - mRNA로 세상을 바꾼 커털린 커리코의 삶과 과학
커털린 커리코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DNA는 인체 설계도로 생명활동에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 들어있다. DNA는 원본이어서 안전하게 핵 속에 있다. 반면 mRNA는 생산해야 할 단백질의 레시피를 DNA에서 복사해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인 리보솜에 가져다주는 일종의 사본이다.

<돌파의 시간>은 이런 mRNA로 세상을 바꾼 헝가리 출신 커털린 커리코의 인생 스토리다. 자신의 연구가 언젠가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학계의 폐쇄적 사고, 권위와 권력, 특권으로 움직이는 문화 속에서 묵묵히 연구를 해온 여성이다.

푸주한의 딸로 태어난 커리코는 어려서부터 꽃, 텃밭의 채소 등 주변 어디에서나 과학을 배웠다. RNA는 다루기도 쉽지 않고 연구 가치가 없다는 동료 과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커리코는 RNA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커리코는 딸 수전의 곰 인형에 전 재산 900파운드를 집어넣고 남편, 어린 딸과 함께 헝가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에서 추방 협박은 물론 학계의 주목도 연구 지원도 제대로 못 받는 등 어려움을 겪지만 수많은 실험을 통해 마침내 mRNA를 사용해 세포 안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나는 이 일을 30년 동안 해왔다. 한 번에 하루씩, 한 번에 한 실험씩, 한 번에 한 연구실씩, 그리고 마침내 그것들이 모두 여기에 있다.
실험실에서 mRNA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mRNA를 세포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mRNA가 파괴되지 않게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슈도유리딘을 mRNA에 통합하여 mRNA가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훨씬 더 많은 단백질을 번역했다. (p. 312)'

커리코는 그 누구의 관심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관심 가져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과학자의 길에 들어선 다음부터 타인의 인정이 아닌 연구에만 가치를 두었다. 그 결과 최고의 생화학자가 됐다.

'우리는 시험하고 변형하고 다시 시험했다.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영어로 "연구가research"가 "다시 찾는다re-search"라는 뜻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연구자는 그냥 찾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찾고, 찾은 다음에도 또 찾는다. 계속, 계속, 계속해서. (p. 291)'

커리코가 점점 나아진 비결은 형사 콜롬보가 말하는 "한 가지만 더"였다.
'질문 한 가지만 더, 실험 한 번만 더,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자, (...) 또 하고, 또 하고, 한 가지만 더, 한 번만 더. (p. 103)'

2021년 12월 내가 받은 백신 2차 접종은 모더나로 mRNA 백신이었다. mRNA 백신 덕분에 코로나19에서 벗어났다. mRNA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란 한 여성 과학자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커털린 커리코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기까지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녀를 향한 (또 누구에게나 필요한) 작은 응원단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